존재, 감 -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 창비청소년문고 31
김중미 지음 / 창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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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감>

우리는 누군가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우리가 바라본 존재, 그 자체로 존중하고 배려했는가.
자존감을 권하는 세상에게 존재감이 던지는 순수와 부끄러움...

자존감이 스스로 느끼는 자기 긍정, 자기만족, 자신감을 말한다면,
존재감은 지금 여기에 실제로 존재하는 느낌을 말합니다.

작가라는 직업은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문학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어야합니다. 그리고 작가라는 직업은 또한 사회적 문제에도 귀를 기울여야된다고 생각합니다. <존재, 감>의 김중미 작가는 지난 2년동안 학교와 도서관을 돌아다니면서 나눈 가난과 불평등, 노동자 이주민 장애인의 인권 문제, 학교폭력이나 국가폭력등 평화와 평등에 대한 강연을 담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세상의 가장자리에 있는 이들의 존재에 대해 읽고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존재, 감>은 그동안 평화와 평등에 대해 고민했던 작가님의 모티프가 되었던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2년의 강연동안 소개되었던 이들의 이야기로 그동안 지나쳐버렸던 가치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합니다. 2부는 문학과 작가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 담겨있는데 작가에 대한 소소한 질문부터 문학과 세상에 대한 작가의 입장과 가치등에 대한 세상을 바라보고 문학으로 표현하는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행복해지는 일은 나만의 성취로만 이룰 수 없어요. 내가 행복해지려면 내가 사는 세상이 변해야 해요." (p.30)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만났던 소외된 이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그들의 존재를 제대로 존중하지 못했던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나는 '내가' 살아가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했고 '누구와' 살아갈 것인가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 책의 시각 장애를 딛고 대학에 간 청년부터 이주민 노동자와 가족들의 삶, 상처입은 길고양이, 영원한 바다의 어부가 된 청년, 춤을 추며 인권을 말하는 예술가등등 이 책에서 소개하는 모습들은 모두 세상의 편견과 선입견에 맞서야했던 모습들입니다. 이 모습들을 바라보니 세상에 존재하는 모두 특별한 존재들인데 우리는 그동안 존재를 그 자체로 인정하고 바라보지 않았고 계급과 등급을 나누어 바라보고 있었구나하는 부끄러움과 이렇게 순수하게 자신의 존재를 빛내고 있는데도 알아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공존했습니다. 혐오와 폭력의 시대 속에서 하루에도 수십번씩 분노범죄와 각종 비하 욕설로 다른 이들의 존재를 짓밟는 모습들을 생각하니 존재, 감이 얼마나 우리 사회에서 존중되지 못하는지 속상하고 안타까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지나쳤던 존재에 대해 나와 타인 그리고 소외된 이들에 대해 따스한 시선과 존중이 필요하다는 것을 깊게 깨달을 수 있었고 짧지만 문학과 세상이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하는지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세상이 지닌 존재와 그 가치에 대해 존중과 배려의 자세로 바라보는,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을 배울 수 있는 이 책을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사람은 다 저마다 생긴 대로 살아요. 내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면 나를 억압하는 세상이 좀 달라질 것 같아요. 저는 여러분 하나하나가 다 세상에 그런 균열을 내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그러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지금보다 더 숨 쉴 만하지 않을까요?"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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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인문학 수업 : 전환 - 지금과는 다른 시선으로 나를 돌아보기 퇴근길 인문학 수업
백상경제연구원 지음 / 한빛비즈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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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인문학 수업 :전환>


무려 전국의 8만여명이 수강한 화제의 인문학 수업인 <퇴근길 인문학 수업>은 이름답게 월,화,수,목,금 요일별로 구성되어 출퇴근시간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인문학 책이다. 이 책은 총 3권이 시리즈로 멈춤, 전환, 전진편으로 구성되었다. 그 중 두번째 전환편을 멈춤을 읽지 않은 채 읽기 시작했는데도 어려움없이 잘 읽혔다.


전환편의 첫 시작은 역사파트로 우리가 주로 조선시대에는 남존여비라고 알고 있지만 남녀가 평등했던 조선시대의 부부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실 조선시대하면 남존여비사상이라고 머리 속에 기억되는데 사실 남녀가 불평등했던 시대는 17세기 이후로 16세기인 조선 중기만 해도 남녀가 평등하고 처가살이가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퇴근길 인문학 전환편은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되는데 1부 역사와 미래, 2부 심리와 치유, 3부 예술과 일상, 4부 천체와 신화로 전개된다. 다른 인문학 서적보다 퇴근길 인문학 서적이 더 눈길이 가고 좋았던 이유는 바로 가독성과 습관성때문이었다. 요일별로 구성된 5일치 인문학은 하나의 카테고리로 전개되면서 철학,역사,예술,심리등 다양한 분야를 한권의 책으로 접할 수 있고 각 요일별 내용들은 짧고 쉽게 압축하여 구성된 내용으로 정말 잠깐 10분남짓시간에 읽으면 좋을 듯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가독성이 정말 좋았다.


또한 매일매일 습관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이 책이 요일별로 구성되다보니 하나의 요일이 끝나고 내일은 어떤 내용이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기다보니 습관적으로 책을 매일 읽게되었다. 그리고 요일별로 편집되어서 어디를 읽었는지 바로바로 찾을 수 있다는 점또한 좋았다. 다만 종이책으로 읽을때는 휴대성이 조금 떨어지는데 퇴근길 인문학이라는 말처럼 핸드북형식으로 제작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크고 무거워서 조금 아쉬웠다. 그렇지만 이북으로 출간되었으니 바쁜 출퇴근시간때에는 이북이 더 좋을 것 같다.


인문학 수업답게 다양한 인문학 분야들을 한권의 책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게 정말 재미있었고 유익했다. 특히 2부 심리와 치유 파트가 기억에 남는데 치유의 인문학에서 번아웃 신드롬과 분노조절장애에 대한 내용을 읽고 많이 공감되기도 하고 안타까웠다. 요즘의 강력범죄들이 끊이질 않으니 이 파트를 읽으면서 더 공감가고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그동안 인문학을 그저 돈안되는 학문, 그저 학문적인 학문이라고 생각했던 이들에게 인문학도 이렇게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학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인문학의 입문서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은 <퇴근길 인문학>이었다.


인생에서 무엇을 수용하고 무엇에 도전할지는 스스로에게 달려있다. (p.239)


한 시절의 결핍에서 창조된 '특식'은 장차 새로운 시그너처 메뉴로 등극하기도 한다. 발견- 재발견- 창조의 과저이다. (p.294)


예술가는 결코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다. ...... 그러나 우리가 지금 누리는 그들의 아름다움은 모종의 책임 의식을 요구한다. 쇼팽의 음악은, 리스트의 멜로디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고 있다. 당신은 더 나은 현실을 꿈꾸고 있는가. 그 꿈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p.335)


예술에는 예술가의 이야기만 담겨서는 안 된다. 정시 퇴근이 무개념이고 감정노동이 일상이며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라는 질문의 여유조차 누리기 어려운 보통 사람의 삶이 담겨야 한다. (p.340)


우리는 넓고 넓은 우주의 아주 작은 일부다 우리는 모두 같은 별의 부스러기에서 태어났다. ...... 광대한 우주에서 길고 긴 시간을 거쳐 함께 한 이 모든 존재는 얼마나 대단한 인연인가. 삶과 죽음을 반복하며 이 순간을 살아가는 나는 더 나은 삶을 살아야 하고 나와 함께 하는 존재를 아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p.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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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성 - 그녀 양만춘
홍남권 지음 / 온하루출판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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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성: 그녀 양만춘>


'고구려'하면 생각나는 인물을 말하라하면, 아마 주몽, 광개토대왕, 장수왕, 을지문덕, 연개소문, 양만춘 정도가 아닐까?그 중에서 양만춘은 안시성 성주로 당태종의 50만 대군을 무찌른 고구려의 전쟁영웅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몇몇 야사에는 양만춘을 그녀, 여성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아무리 야사라고는하지만 왜 양만춘이 여성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었을까?  <안시성>은 바로 안시성 성주, 양만춘이 여성으로 표현하여 역사를 재구성한 역사소설이다.


이 책은 홍남권의 역사 3부작시리즈 중 2번째 시리즈 안시성으로 1부 평강, 3부 계백과 함께 3부작으로 기획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안시성'이라는 영화를 봐서 그런지 양만춘이 여성이라고 가정하고 쓴 소설이라는 것 자체가 너무 재미있고 신기했다. 영화 안시성에서는 양만춘을 남성으로 표현해 자신의 성주민들을 지키는 굳건한 성주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는 여인이지만 올곧은 모습과 강인한 모습을 모여주며 계백과의 약간의 러브스토리도 있는 여인이지만 성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영화와는 또다른 매력이라 신선했다.


이 책은 양만춘을 평강공주의 손녀이자 안시성의 하루성주라고 불리며 여자이지만 성주민들을 아끼고 성주로서의 카리스마를 지닌 여인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특히 하루성주라고 불리는데 하루. 한자로 쓸 때는 만춘이며 영원한 봄처럼 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계백이 17살때 처음 만춘과 만나게 되는데 첫 만남에 계백은 만춘에게 자신의 모친이 착용하던 곡옥귀걸이 유품을 만춘의 손에 쥐어주고 떠나게된다. 그리고 9년후 계백은 다시 만춘을 찾아가는데 당태종이 50만의 대군을 이끌고 요동을 정벌하고 백암성의 항복까지 받아내 안시성으로 진격하는 시점에 계백은 만춘과 다시 만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안시성의 운명과 하루성주와 계백은 운명은 어떻게 될까? 계속 궁금했다. 역사소설이니 역사를 따라갈까? 아니면 역사를 빗겨갈까? 이 책을 읽다보면 위대하고 강인한 남성장수라고 생각했던 양만춘을 여성이지만 지켜주고 싶지만 강인하고 아름다운 여성으로 표현했다는게 어색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걱정과는 반대로 너무 잘 어울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양만춘이 여성이라는 설정이 재미있고 기대됬지만 읽다보니 여성이었지만 처절하게 성주민들을 지켰고 당태종에 맞서 당당하게 싸웠다. 이 책의 초반부를 읽고 사실 계백과의 썸이 있어서 로맨스소설인가했는데 중반부로 갈수록 당태종의 50만대군을 맞서 전투하는 장면들은 역사소설로서 읽는 맛이 있었다. 이 책의 마지막에 만춘에게 진 당태종의 당나라군이 후퇴하면서 부르는 노래가 기억에 남는다. "고구려요동의 그 어린 소녀는 비파를 잘 타고 춤도 잘 추었네 . 오늘 피리소리가 안시성 밖으로 나오니 우리 당나라삼군이 눈물이 비처럼 흐르네."  이 책에서 패전하고 돌아간 당태종이 모든 기록에서 양만춘이라는 이름을 지우라고 명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아마 양만춘이 여자였던 사실또한 지워지지않았을까하는 추측을 하게 만들었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적 상상의 미묘하게 줄다리기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역사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서 야사를 끌어와 하나의 역사소설로 재구성한게 더 재미있고 추천하고 싶다. 역사소설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그리고 영화 안시성을 보신 분이라면 또 다른 양만춘을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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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여왕 디즈니의 악당들 1
세레나 발렌티노 지음, 주정자 옮김 / 라곰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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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여왕>



어릴 적에는 디즈니에서 나온 만화영화, 동화책들을 정말 좋아했다. 그리고 그 책들의 주인공 백설공주, 신데렐라, 인어공주, 잠자는 숲 속의 공주들에 매료되고 그들을 괴롭히는 못된 악당들을 싫어하고 물리쳐야할 대상으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요번에 디즈니의 악당들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가 책을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디즈니의 악당들 시리즈 중 첫번째인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속 사악한 여왕 프리퀄의 비하인드 스토리 <사악한 여왕>을 읽게 되었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는 눈처럼 하얀피부, 앵두같은 붉은 입술, 칠흙같은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아름다운 공주가 계모 왕비의 시샘을 받아 숲으로 쫓겨나 금광을 캐며 사는 일곱 난장이를 만나 살게 된다. 계모 왕비는 이후에도 여러 차례 공주를 죽이려다 결국 독이 든 사과를 먹여 깊은 잠에 빠뜨리지만 왕자가 나타나 공주를 깨우고 계모 왕비는 벌을 받고 죽는다는 이야기로 아름답고 착한 백설공주와 극명하게 대비를 나누는 사악한 여왕이 백설공주의 주요인물이며 선과 악의 대립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인물이다.


백설공주하면 빨간사과가 떠오르고 그 빨간 독사과를 만들었던 사악한 여왕이 떠오른다. 사실 사악한 여왕, 마녀라고만 불렀지 그녀의 이름은 그렇게 백설공주 동화책을 많이 읽었는데 전혀 몰랐다. 단지 동화책에는 여왕, 마녀정도로만 나와있었지 그녀의 이름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알게 된 사악한 여왕의 이름 '프리퀄'. 그리고 프리퀄이 어떻게 왕의 왕비가 되었고 백설공주의 어린시절 왕비는 어땠는지, 그리고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의 동화 속 백설공주가 처음부터 왕비를 좋아하고 따랐던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이해되었다. '악당은 처음부터 악당은 아니었다'는 말처럼 악당도 악당나름의 속사정이 있었다는 걸 작가의 상상력으로 동화 못지 않은 매력적이고 '프리퀄'을 새롭게 만났다. 착한사람은 항상 착하고 악한사람은 항상 악하다는 디즈니의 동화를 완전히 깬 악당의 스핀오프를 보여준 <사악한 여왕>이다.

프리퀄의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부정했다는 안타까운 과거라는 원작에서는 알 수 없었던 사실과 여왕의 시점으로 전개되며 원작의 또 다른 이면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프리퀄이 어떻게 말하는 요술 거울을 갖게되었고 동화 속에서는 다루지않은 그녀의 어린시절과 그녀의 입장에서 바라본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읽으며 새로운 <백설공주>아니 <프리퀄>을 만나게 되었다. 앞으로의 디즈니의 악당들 시리즈가 궁금해지고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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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파단자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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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파단자>


기억이란건 주관적이기 때문에 왜곡되기 쉽고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기억을 쉽게 의심하지 않는다. 아니 자신의 기억이 맞다고 절대적으로 신뢰할 것이다. 물론 치매나 뇌질환에 의해 기억이 온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빼고 그 나머지의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을 의심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이 책의 주요 소재는 기억이다. 그리고 2명의 남자가 대립하는데 한 명은 기억이 수십 분 밖에 유지되지 않는 기억 파단자이고 또 다른 한 명은 사람의 기억을 마음대로 조작하는 초능력을 가진 살인마이다. 사실 '기억'이라는 소재는 미스터리 장르에서 많이 활용되는 소재이다. 예를들어, 영화 <메멘토>나 <초능력자>, <살인자의 기억법>등이 기억을 추적하며 기억 자체를 의심해가는 기억추적스릴러이다. 단기기억상실증이라는 소재는 많이 활용이 되어서 익숙한데 주인공의 기억상실 병명은 전향성 기억 상실증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병명이다. 특정시점이후로 기억이 유지되지 않는 병인데 치매와 기억상실과는 좀 색다른 느낌이 들어서 재미있었다. 이 책은 <앨리스 죽이기>의 작가인 고바야시 야스미가 쓴 소설로 개인적으로 앨리스 죽이기, 클라라 죽이기, 도로시 죽이기를 다 읽어본 독자로서 이번 작품은 새로우면서도 작가의 복선패턴이나 문체등이 친근하게 느껴져서 죽이기시리즈보다 <기억 파단자>가 좀 더 신선하게 느껴졌고 소설의 강약이나 구성이 지루하지 않았다.

 

 

 

이 책의 도입부는 타무라 니키치가 자신에게 하는 '경고'가 맨 처음 등장한다.




경고!

*나의 기억은 수십 분 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남아있는 기억은 사고를 당하기 전의 일들뿐이다.

*병명은 전향성 기억 상실증.

*생각난 것은 모두 이 노트에 적을 것.



이 책은 주인공 타무라 니키치가 잠에서 깨면서부터 시작되는데 니키치는 전향성 기억 상실증에 걸린 인물로 특정 시점 이후의 기억을 유지하지 못하는 기억 상실증을 앓고 있다. 그래서 니키치는 자신의 병을 보완하고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노트를 쓰고 기록하며 항상 노트를 가지고 다닌다. 니키치는 기억의 지속시간이 수십분 밖에 안되기때문에 기억을 잊어버렸을 때에 노트를 통해서만 자신에게 있었던 일들을 기억할 수 있다. 그니치키가 이러한 병에 걸리게된 이유는 불량배에게 맞는 친구를 도와주다가 머리를 잘 못 맞아 뇌손상이 일어났고 그렇게 머리를 맞은 기억이후로는 기억을 유지할 수 없다. 그래서 매일 수십분 이후로는 자신의 기억이 리셋되기때문에 노트가 의지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런데 니키치가 이 노트에 살인마와 싸우고 있다고 적혀있는 내용을 보게되면서 기억을 조작하는 살인마와 싸우게 되는 내용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사실 보통 미스터리 소설은 이 살인마를 추적하며 사건을 해결해나가는데 이 책은 처음부터 살인마가 누군지 대놓고 알려준다. 이 책의 등장하는 살인마이자 니키치와 대립하는 이 책의 또다른 주인공 키라 미츠오는 사람의 기억을 마음대로 조작하여 기억을 통해 온갖 나쁜 짓을 하며 그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사이코 살인마이다. 키라는 기억을 조작하는 자신의 능력이 신이 자신을 사랑하고있다는 증거이고 신에게 받은 축복이라고 생각하며 거리낌없이 상대의 기억을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조작하며 상대의 자아 파멸을 시키거나 심지어 살인까지 서슴치 않는 인물이다. 그런데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던 키라의 능력을 니키치가 알게된다.


괴인의 손이 몸에 닿는 순간 니키치는 졸음이 엄습하며 그대로 의식을 잃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제정신이 돌아오자 먼저 니키치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머리카락이 길고 빨간색 원피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 어떤 남자를 밀어 떨어뜨리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괴인이 심은 가짜 기억임이 분명했다. 니키치는 그것을 확실하게 자각한 것이다. (p. 169)

 


이 책은 기억파단자 니키치가 일반인들과 달리 자신의 기억을 의심하기때문에 키라의 기억 조작능력을 눈치챌 수 있었고 자신의 병과 기억력을 보완하기 위해 발달한 뛰어난 추리력과 판단력으로 기억조작능력을 가진 키라와 대립하게 된다.


인간의 기억이란 원래 아주 신뢰도가 낮은 것입니다.기억 속에서 자세한 내용들은 점점 사라진다고 합니다. 정상적인 사람이 이틀 전의 점심으로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흔한일이죠. 그러니까 기억은 영화나 소설처럼 하나로 이어진 것이 아니고, 빛바랜 사진이나 문장을 갈겨쓴 것처럼 작은 조각 같은 것입니다. 하지만 과거를 떠올리려고 하면 그런 조각들의 모임으로는 재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뇌가 멋대로 그들 사이를 연결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고... (p.187)


그런데 사실 이 책의 결말에 대해 니키치가 키라를 잡기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했을까에 대한 건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는데 그 뒤의 결말은 반전의 반전이었다. 맨 마지막이 잘 이해가 안되어서 다시 처음부터 읽었는데 니키치와 키라의 대립보다 더 큰 반전이 숨어있었다. 처음부분은 대충 읽고 넘겼는데 사실 그 부분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작보다 더 재미있었고 전향성 기억 상실증이라는 병과 그 병이 가진 허점, 모든 순간을 기록하는 노트, 그리고 니키치의 뛰어난 추리력과 판단력들이 전체적인 미스터리의 완성도를 높여주었다. 사실 니키치에 비해 키라는 기억을 조작하는 능력말고는 딱히 추리력도 떨어지고 좀 실망스러웠다. 사실 이 책의 중심내용이 기억파단자가 기억을 조작하는 살인마의 대립을 다루고 있어 이 부분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최종 결말의 또 다른 흑막이 있었서 고바야시의 소설다웠다. 평소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시라면 추천해드리고 싶은 소설이고 앨리스 죽이기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은 독자들이라면 이번 작품도 좋아할 것 같아 추천하고싶다.





 


*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솔직하게 서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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