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파단자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기억 파단자>


기억이란건 주관적이기 때문에 왜곡되기 쉽고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기억을 쉽게 의심하지 않는다. 아니 자신의 기억이 맞다고 절대적으로 신뢰할 것이다. 물론 치매나 뇌질환에 의해 기억이 온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빼고 그 나머지의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을 의심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이 책의 주요 소재는 기억이다. 그리고 2명의 남자가 대립하는데 한 명은 기억이 수십 분 밖에 유지되지 않는 기억 파단자이고 또 다른 한 명은 사람의 기억을 마음대로 조작하는 초능력을 가진 살인마이다. 사실 '기억'이라는 소재는 미스터리 장르에서 많이 활용되는 소재이다. 예를들어, 영화 <메멘토>나 <초능력자>, <살인자의 기억법>등이 기억을 추적하며 기억 자체를 의심해가는 기억추적스릴러이다. 단기기억상실증이라는 소재는 많이 활용이 되어서 익숙한데 주인공의 기억상실 병명은 전향성 기억 상실증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병명이다. 특정시점이후로 기억이 유지되지 않는 병인데 치매와 기억상실과는 좀 색다른 느낌이 들어서 재미있었다. 이 책은 <앨리스 죽이기>의 작가인 고바야시 야스미가 쓴 소설로 개인적으로 앨리스 죽이기, 클라라 죽이기, 도로시 죽이기를 다 읽어본 독자로서 이번 작품은 새로우면서도 작가의 복선패턴이나 문체등이 친근하게 느껴져서 죽이기시리즈보다 <기억 파단자>가 좀 더 신선하게 느껴졌고 소설의 강약이나 구성이 지루하지 않았다.

 

 

 

이 책의 도입부는 타무라 니키치가 자신에게 하는 '경고'가 맨 처음 등장한다.




경고!

*나의 기억은 수십 분 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남아있는 기억은 사고를 당하기 전의 일들뿐이다.

*병명은 전향성 기억 상실증.

*생각난 것은 모두 이 노트에 적을 것.



이 책은 주인공 타무라 니키치가 잠에서 깨면서부터 시작되는데 니키치는 전향성 기억 상실증에 걸린 인물로 특정 시점 이후의 기억을 유지하지 못하는 기억 상실증을 앓고 있다. 그래서 니키치는 자신의 병을 보완하고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노트를 쓰고 기록하며 항상 노트를 가지고 다닌다. 니키치는 기억의 지속시간이 수십분 밖에 안되기때문에 기억을 잊어버렸을 때에 노트를 통해서만 자신에게 있었던 일들을 기억할 수 있다. 그니치키가 이러한 병에 걸리게된 이유는 불량배에게 맞는 친구를 도와주다가 머리를 잘 못 맞아 뇌손상이 일어났고 그렇게 머리를 맞은 기억이후로는 기억을 유지할 수 없다. 그래서 매일 수십분 이후로는 자신의 기억이 리셋되기때문에 노트가 의지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런데 니키치가 이 노트에 살인마와 싸우고 있다고 적혀있는 내용을 보게되면서 기억을 조작하는 살인마와 싸우게 되는 내용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사실 보통 미스터리 소설은 이 살인마를 추적하며 사건을 해결해나가는데 이 책은 처음부터 살인마가 누군지 대놓고 알려준다. 이 책의 등장하는 살인마이자 니키치와 대립하는 이 책의 또다른 주인공 키라 미츠오는 사람의 기억을 마음대로 조작하여 기억을 통해 온갖 나쁜 짓을 하며 그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사이코 살인마이다. 키라는 기억을 조작하는 자신의 능력이 신이 자신을 사랑하고있다는 증거이고 신에게 받은 축복이라고 생각하며 거리낌없이 상대의 기억을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조작하며 상대의 자아 파멸을 시키거나 심지어 살인까지 서슴치 않는 인물이다. 그런데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던 키라의 능력을 니키치가 알게된다.


괴인의 손이 몸에 닿는 순간 니키치는 졸음이 엄습하며 그대로 의식을 잃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제정신이 돌아오자 먼저 니키치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머리카락이 길고 빨간색 원피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 어떤 남자를 밀어 떨어뜨리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괴인이 심은 가짜 기억임이 분명했다. 니키치는 그것을 확실하게 자각한 것이다. (p. 169)

 


이 책은 기억파단자 니키치가 일반인들과 달리 자신의 기억을 의심하기때문에 키라의 기억 조작능력을 눈치챌 수 있었고 자신의 병과 기억력을 보완하기 위해 발달한 뛰어난 추리력과 판단력으로 기억조작능력을 가진 키라와 대립하게 된다.


인간의 기억이란 원래 아주 신뢰도가 낮은 것입니다.기억 속에서 자세한 내용들은 점점 사라진다고 합니다. 정상적인 사람이 이틀 전의 점심으로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흔한일이죠. 그러니까 기억은 영화나 소설처럼 하나로 이어진 것이 아니고, 빛바랜 사진이나 문장을 갈겨쓴 것처럼 작은 조각 같은 것입니다. 하지만 과거를 떠올리려고 하면 그런 조각들의 모임으로는 재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뇌가 멋대로 그들 사이를 연결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고... (p.187)


그런데 사실 이 책의 결말에 대해 니키치가 키라를 잡기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했을까에 대한 건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는데 그 뒤의 결말은 반전의 반전이었다. 맨 마지막이 잘 이해가 안되어서 다시 처음부터 읽었는데 니키치와 키라의 대립보다 더 큰 반전이 숨어있었다. 처음부분은 대충 읽고 넘겼는데 사실 그 부분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작보다 더 재미있었고 전향성 기억 상실증이라는 병과 그 병이 가진 허점, 모든 순간을 기록하는 노트, 그리고 니키치의 뛰어난 추리력과 판단력들이 전체적인 미스터리의 완성도를 높여주었다. 사실 니키치에 비해 키라는 기억을 조작하는 능력말고는 딱히 추리력도 떨어지고 좀 실망스러웠다. 사실 이 책의 중심내용이 기억파단자가 기억을 조작하는 살인마의 대립을 다루고 있어 이 부분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최종 결말의 또 다른 흑막이 있었서 고바야시의 소설다웠다. 평소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시라면 추천해드리고 싶은 소설이고 앨리스 죽이기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은 독자들이라면 이번 작품도 좋아할 것 같아 추천하고싶다.





 


*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솔직하게 서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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