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 #02 - 멋진 신세계, 2021.1.2.3
문지혁 외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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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2호 EPIIC
다양한 장르의 책들로 익숙한 다산에서 창간된 문학잡지


논픽션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픽션을 넘나들고, 관심 있는 작가들의 참여가 반가웠다.

인간의 탄생부터 인격의  형성 과정 자체가 계획과 철저한 분석으로 이루어지는 미래사회를 그린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읽고 강하게 남았던 여운을 이번 호의 제호로 마주하니 더 궁금해졌다.
일단 판형과 구성은 너무 취향 저격이었고,  인트로 같은 그림 페이지들에 이미 솔깃해진다.

노란 햇살 닮은 기분 좋은 에픽의 첫인상.

 

​에픽 epiic 경계를 무너뜨리다"라는 이 잡지의 콘셉트의 수수께끼는 곧 이해가 되었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 장르의 다양화, 그리고 책 속의 책을 통해 한 권의 책은 어느새 더 많은 책 목록과

자료를 꼽게 만들었다.

 

이 고운 페이지는 바로 를리 외르 Relieur 예술제본가를 다룬 이야기와 관련이 있다. 를리외르라고 하는

직업은 내가 오래전 도서관에서 어린이들과 활동했던 그림책이었어서 더 반가웠다.

우연과 필연이 이어지는 인연에서 시작된 작업이 여전히 이어지며 발전하고 있는 소식에도 반가웠다.

백순덕 선생의 예술 제본에 관한 책을 도서관에 신청해 두었다.

 

첨단의 시대가 도래한다 해도 손맛 가득한 코덱스 형태의 책은 절대로 소멸하지 않을 거란 강한 믿음이

남았다.

 

문지혁작가의 이야기 속의 이야기는 종합선물세트처럼 참 여러 가지 맛을 담았다. 다 읽고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을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소개된 세 편의 논픽션, 실제로 구술작가의 글로 전하는 여성 노숙인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나이 지긋한 구술작가의 눈에 비친 노숙인의 삶을 따라가는 그녀의 시선은 노숙인의 삶 자체보다 노련

한 그녀의 밀당이 돋보였다. 사람을 대하는 법 혹은 자세는 상대방의 경계마저 녹아내리게 한다.

그리고 덕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소설가 정명섭이 말하는 덕후의 세계.

오타쿠라는 말로도 표현하는 덕후는 무언가를 좋아하는 방식이 무척 적극적인 형태를 말한다.

스스로의 인생과 경력에 손해가 발생한다 해도 감내할 수 있는 대상.

일명 덕질은 삶의 원동력이자 유희의 대상이다. 누구나 인생에 한 번은 그 대상이 무엇이든 덕질의 경험

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의사 남궁인이 전하는 응급실의 24시를 통한 다양한 인생 이야기.

세상은 정말 다양한 직종의 다양한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유지되어간다는 생각을 했다.

보이지 않는 고된 작업들을 묵묵히 오늘도 이어가고 있는 많은 이들이 지치지 않고 행복하길 바란다.

파트 2 에세이 코너의 virtual 에세이 김대주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근간에 읽었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강의에서 소개된 꿈에 대한 해석에서 현실이 꿈에 개입하는 경우의 이야기가 그래도 재현되어서 반갑

게 읽었다. 요즘 나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강의를 읽고 온통 현실에서 대입되는 장면들을 통해 간접임

상의 생활화를 하고 있다. (너무 몰입 중인 부작용 ㅋ)


그리고 책 VS 책 이야기로 두 권의 책을 비교하는 리뷰 형식의 책 소개도 새롭다. 늘 리뷰어로 책이야기

를 생활화하고 있는 내게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다. 이런 리뷰 도전해 보고 싶다.

소개된 책들 중엔 내가 읽었던 책들과 새로운 책들이 고루 담겼다. 역시 읽은 책 이야기는 반갑고,

새로운 책들은 또 궁금증을 유발한다. 책을 통한 세상과의 소통은 역시 무궁무진하다.

 

삶의 논픽션들을 읽으며 잠깐 가라앉은 마음을 세 번째 파트에 수록된 5편의 픽션들로 다독인다.

5인 5색의 짤막한 소설들이지만 픽션 또한 현실의 또 다른 버전이라고 생각된다.

그러고 보니 우리의 삶 또한 픽션인지 논펵션인지 종종 헷갈리는 것이 현실이긴 하다.

 

​황정은 작가의 <기담奇談>은 이상하고 기이한 이야기를 말한다. 이 작품을 읽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시린 건가. 그냥 이름만 부르는 장면인데 그렇게 슬플 수가 없다. 말의 뉘앙스에서 종종 느껴지는

온도 차이는 언어로서만이 아니라 마음이 담긴다. 무심함과 세심함 사이. 현실과 가상 사이

집이 주는 의미들에 대해 생각한다.

기대보다 훨씬 좋았던 에픽의 경계를 넘나드는 구성과 장르들. 정말 반해버렸다.

새로운 작가를 발견하고,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새로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무엇보다 더 기대가 되는 건 에픽의 열린 창구이다. 앞으로 또 어떤 작가들의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벌써 기대가 가득하다. 한 권의 문예지에서 마치 가득한 플랩들을 펼치는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

군더더기 없이 문학 장르의 고른 경험을 하는 재미에 뭔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여러 감상의 폭을 경험했

다. 에픽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마치 갤러리에서 전시되는 동시대 작가들의 그룹전 같다는 생각을 했다.

벌써부터 기대되는 에픽 EPIIC3호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전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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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 - 모든 종을 뛰어넘어 정점에 선 존재, 인간
가이아 빈스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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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부터가 범상치 않다.

<모든 종을 뛰어넘어_초월_ 정점에 선 존재, 인간>

저널리스트이자 과학저술가인 가이아 빈스는 지금까지 인류가 이룩한 사회 시스템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과 그로 인해 촉발된 다양한 문제를 연구하고, 대중에게 알리는 작업을 해왔다.


이 책에서는 인간이 어떻게 유전자, 환경, 문화라는 진화의 3요소를 통해 스스로를 만들어 왔는지,

그리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할 수 있는 놀라운 종이 될 수 있었는지 소개한다.

인간의 기원부터 불의 사용, 언어. 아름다움(美), 시간이라는 큰 주제 아래 지질학적으로 현재의

인류세(人類世) 즉, 인간의 시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분석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했다.

 

 

서문에서 저자는 인간이 어떻게 모든 종을 초월한 존재가 되었는지 화두를 꺼내며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사이보그 닐하비슨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전색맹인 그는 2004년부터 머리에 매달린 유연한 금속막대

안테나 끝 센서를 이용해 두뇌가 색깔을 경험할 수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인류다.

이 사진 한 장이 내게 던진 호기심은 책을 끝까지 읽어나가며 정말 몰입해서 읽게 만들었다.

 

 

닐 하비슨(Neil Harbisson) <사진출처 : 로봇 신문 >

 


​특히 근간에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인간의 능력과 더불어 한계를 종종 생각하게 되는 시점

에서 마주한 한 장의 사진은 과히 놀라웠다. 인간의 조상은 살아남기 위해 환경에 따라 적응하는 형태로

진화해 왔는데 그 과정에서 문화가 형성되는 것이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인간의 문화는 결국 타인에게

무엇인가를 배우고 그 지식을 스스로 나타낼 수 있는 능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과관계를

통해 설명한다. 문화적 진화는 개인의 생물학적 역량을 훨씬 뛰어넘는 생산능력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

틑 사실을 선사시대 이전의 기원에서부터 출발하여 이끌어내는 과정이 논리 정연하다.

인간을 불을 통해 생태적 지위를 확대함과 동시에 생태환경과 무작위로 벌어지는 불가항력적인 일들

사이의 역학관계를 바꾸기도 하였다. 불을 사용하는 문화는 인간이라는 종이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터전의 범위를 확장시키고 신체적인 변화를 초래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태생적으로

부족생활과 육체적 접촉의 과정을 통해 엔도르핀이 생성되고, 친목도모를 통해 기쁨을 얻는 존재라는

사실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우리가 바로 비대면의 생활을 통해

본성을 거스르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더욱 절실하게 와닿는 대목이다.

한 개인이 아무리 뛰어나다 할지라도 모든 기술은 수많은 절차와 단계를 거쳐야 하며 관련된 지식은

오랜 세월에 걸쳐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후세에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진화는 전적으로 개인 사이의 정보 전달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언어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책이나 문자가 존재하기 이전부터 문자 형식의 기록들을 남겼던 흔적들이 발견되곤 하는데 전 세계에

무려 7000종의 언어가 있다고 하는 사실도 놀랍다. 문자를 통한 기록은 축적된 문화적 진화를 에너지와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해 관리하고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인간은 사소한 수다나 잡담을 통해 공통점을 찾고 공감을 끌어내며 분위기와 경험을 공유한다.

요즘처럼 비대면의 시대에도 다양한 첨단 기술을 사용하여 어떻게든 과정을 찾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이런 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재미있다. 이미 우리는 짧은 시간에 벌써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하니까.


생존과 관련해 인간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본성 또한 포함되어있다. 인간은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것

에서 기쁨을 느낀다. 스스로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 표현하고 싶은 의욕도 넘친다. 아름다움에 대한

선호는 결국 주관적이지만 생물학적으로 아름다움에 반응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의복이나 장신구 역시 문화적으로 생존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 인간의 소유욕을 자극하는 가치 있는

물건들은 경제적인 중요성으로 일종의 보험증서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하며 발전을 거듭해 왔다.

간혹 문화를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 부분은 많은 경종을 울릴 것 같다.

(또 그러기를 바란다.)


인간이 주어진 환경 안에서 이루어 내는 모든 효율성, 에너지의 흐름을 개선해 주는 모든 적응 과정은

인간의 생존율을 높여주며 문화적 진화를 촉진해 왔다. 인간이 하나의 종으로 생태학적 다양성과

복합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구환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도 저자는 잊지 않고 충고한다.

이미 지구 자원은 무한하지 않음을 공고히 하지만 인류세에 접어들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의 문제를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넓은 시야를 갖고 진지하게 고려하고 실천해야 하는 이유이다.

오랜 시간 일구어온 인간 세상과 문명이 사라질 수도 있는 위기의 순간에 대처하기 위한 한 걸음의 의미

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작가는 인공지능이 인간이 구상할 수 있는 두뇌 진화의 정점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그 모든 장단점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대체할 수는 없는 이유는 유연한 인간 사고에 있으며,

인류의 기원에서부터 시작된 서사를 통해 오랜 시간 우리 조상들이 가꾸어 놓은 지구라는 정원에서 발생

하는 문제들은 우리가 스스로 해결하고 후세를 위한 그늘까지 고려해 나가야 하는 이유임을 알게 한다.

지난 수만 년 동안 인간이 서로 힘을 합쳐 그 믿을 수 없는 마법들을 실현해 온 것처럼.

모든 종을 뛰어넘어 정점에 선 존재, 인간이 초월해야 하는 것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상생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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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의 비움 공부 - 비움을 알아간다는 것
조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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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채우기보다 비우는 삶이 어렵다는 걸 점점 알아가는 요즘. 심플 라이프 혹은 미니멀라이프가

많은 이들에게 로망이 되었지만 여전히 비우는 삶이 쉽지 않음을 많은 이들이 이야기한다.


차분한 흑백 톤의 인트로 페이지에 담긴 문장들을 읽으며 장자의 비움에 관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장자의 핵심 철학인 비움은 바쁘게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어찌 보면 생경하고 딴 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마음만은 늘 차근차근 느리게 사는 삶을 추구하지만 여전히 실상에 여유는 없음이

대부분이다. 스펙 쌓기를 비롯해 늘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도 채우는 삶에 급급한 시대를 사는 우리이

기에 장자의 비움 철학은 가끔씩 꺼내보아야 하는 이유다.

성인의 철학 사상이 쉬울 리 만무하지만 이 책에서는 장자의 사상을 담은 에피소드들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해설을 조곤조곤 들려준다.

 

무려 2000년 전의 장자의 사상이 신기하게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서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장자는 자연의 본성에 순응하는 삶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삶과 죽음 또한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일생에서 누구나 경험하는 시작과 끝의 한 단계일 뿐이라는것,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하나의 과정임을 일깨운다.

살아가며 매 순간 마주할 여러 상황들에서 변화의 흐름에 따라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하는 삶의 지혜를

나눈다. 많은 책들에서 안목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장자의 비움 철학에서도 안목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성인의 지혜를 통해 사색을 하고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책을 읽으며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들.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은 안목이다.
남이 바라보지 못한 것을 바라볼 줄 아는 능력이다. 다이아몬드도 그것을 보석으로 바라보는

안목이 없으면 한낱 돌덩어리 일 뿐이다.
사람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그 지위와 성패가 좌우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물 안 개구리는 좁은 곳에 갇혀 바다를 모르고,

여름 벌레는 시절에 갇혀 얼음을 모르고, 재주가 부족한 사람은 배움에 갇혀 도를 모른다.

이 책을 읽는 세 단계
장자의 비움을 익히고, 통찰의 과정을 거쳐 삶에 적용한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장자의 비움 철학을 적용한 사례들을 담았다. 예를 들어 고철 작품이 예술품으로

거듭나고, 쓸모없는 자연의 산물이 보석으로 가치가 상승하며 벌어지는 부작용의 사례,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이 만들어내는 유용함 등 실질적인 삶에서 적용된 사상의 바른 예와 잘못된 예들을 통해 또 다른

깨달음을 얻는다. 이론적인 습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전을 꾸준히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휴식처럼 읽은 한 권의 책이지만 읽는 동안 삶의 순간들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아마도 읽을 때마다 와닿는 스토리가 달라질 것 같기도 하다. 선인의 지혜를 빌어 내 삶을 가꾸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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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21.1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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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샘터, 올해부터 샘터는 출간일이 매월 15일에서 1일로 바뀐다. 그간 보름 먼저 새 달을 맞는

느낌으로 샘터가 일찌감치 알려주는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제 매월 새날의 시작을 함께 하겠다.

올 한 해는 지난 한 해 아쉬움의 몫까지 치유가 되면 좋겠는데 여전히 하루하루가 평탄치 않다.

역시 이달에도 발행인의 글은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매월 내가 가장 먼저 읽고, 와닿는 코너 중 발행인의 글은 여전히 이번에도 삶의 면역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온전하게 평온한 날들은 역시 불가능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희망은 늘 있게 마련이다.

 

비대면 시대에 읽는 샘터는 어딘지 모르게 광범위한 삶의 반경을 보여주는 것 같다.

아마도 체감온도가 달라져서인 듯하다. 페이지를 마주하는 순간 시원하게 와닿았던 장면.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이 번호에도 가득하다.

제철 음식의 중요성. 주부로서의 삶이 25년 가까이 되다 보니 저절로 제철 음식을 식탁 위에 올리는 날들이

자연스럽다. 건강에도 좋지만 가장 맛도 좋은 제철 음식은 요즘처럼 건강의 중요성이 필수인 시대에

더욱 눈여겨봐진다. 삶의 내공 가득한 어머니들의 음식 솜씨를 배워보며 다음에 우리 집 식탁에도 한번

올려봐야겠다는 생각.

일상의 피로를 풀어줄 나만의 필살기 하나 정도는 필요한 것을 느낀다. 거창한 것이 아니라도 자신만의

에너지가 될만한 것들을 스스로 챙기는 날들이 필요하다. 조용하게 마시는 차 한 잔의 여유도 때로는

위안과 치유가 된다. 특히 요즘처럼 제약이 많은 날들에 스스로의 마음만은 여유를 챙겨야 하는 이유.

이번호에 실린 기사가 유독 반가웠던 건 마침 내일 이곳의 예약을 해둔 터였다. 집에서 무척 가까운데도

몰랐던 장소가 꽤 많다는 것. 여행이 이제는 거의 불가능하고 생활 반경에 짧아졌지만 그 안에서 그간

보지 못했던 장소나 공간들에 대한 발견이 또 이 코로나 시대에 빛을 발하는 듯하다.

요즘 눈에 띄는 신간들에는 어른의 말하기에 대한 책이 많다.. 유독 샘터에 소개되는 관련기사들에서

내가 보고, 듣고, 관람하는 것들에 대한 연관성이 많아지는 게 또 신기하고 재미있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어른의 어휘력에 대한 관심사에 더해져 어른의 말하기는 스스로 단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겉모습만큼이나 말하기는 그 사람의 많은 것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점점 세상은 비대면, 인공지능, 로봇이 상용화된다. 그래서 여행도 랜선으로, 심지어 식당이나 카페도

사람보다 키오스크가 주문을 대신하는 경우도 많아진다. 샘터에서 다루는 기사만 봐도 그간의 기사들과

다른 분위기가 엿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샘터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전달하고, 참여할

공간들을 마련해두고 있어서 여전히 따뜻하다. 지금 한창 매서운 날씨만큼이나 이웃과의 관계가 얼어

있는 시기지만 샘터를 읽는 순간들에는 여전히 온기가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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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 강의 - 개정판 프로이트 전집 (개정판) 1
지크문트 프로이트 지음, 임홍빈.홍혜경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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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b.1856-1939)의 저술로

인간 정신의 과학적 분석과 사례를 강의했던 기록을 담은 것이다.

개인적으로 내게 프로이트 시리즈의 첫인상은 색채 분석가 고낙범작가의 표지화로 먼저 눈에 들어와

반가웠던 책인데 미술심리와 독서지도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부하며 반복해서 그의 이론들이  인용

되었다. 지난 연말 자격증 보수교육을 받으며 이 책을 읽으니 퍼즐 맞추기 하 듯 숙제를 조금 한 기분이지

만 역시 쉽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혼란의 카오스에 빠질 때쯤 다시 한번 반복해서 정리를 해준다는

점. 실제로 이 책은 의사들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그대로 담고 있는데 역시 독자의 흥미를

소홀히 하지 않는 문장가의 내공이 묵직한 이 책을 읽으며 종종 느껴졌다. 책을 읽다 보면 총 15권의

시리즈는 교차하듯 연결된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각주로 연결되는 시리즈를 제시한다.

 

각각의 권에서 다루고 있는 중점사항은 다르지만 그 이론들은 거미줄처럼 연결고리를 갖는다.

그래서 더 궁금해지는 주제의 책도 생겼다. 워낙 방대한 분량의 시리즈라 시작할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

데 역시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페이지를 넘어갈수록 더해졌다. 읽다 보니 정리하는 요령도 생기고

페이지의 속도도 늘었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실수, 꿈, 신경증에 관해 다루는데 흥미 있었던 건 그것들에

대한 속설을 오랜 경험의 임상과 과학적인 분석으로 풀어가는 방식이다.

특히 수면이나 꿈이 성인과 어린이의 경우 다르게 적용된다고 하는데 성인의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 중

하나는 일상생활을 중단하고 싶어 하지 않는 원인들이 작용된다는 것.

 

 

정신분석은 정신의학이 결여하고 있는 심리학적 토대를 제공하고 순수한 심리학적 보조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분야의 심리학적인 측면이 언급될 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이다. 정신분석은 정신을 감정, 사고, 의지와 같은 과정으로 정의하며 무의식적인 사고나

무의식적인 의지가 있다는 입장을 제시하는데 문화는 문화 창달을 위한 성적 욕망의 과정에서 승화 된

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정신분석학을 읽다 보니 인간의 다양한 성향이나 원초적인 본능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되는데 어떤 것에 반감을 가질 때 인간은 스스로 그것을 옳지 않은 것으로 간주해 버리려는 것

또한 인간의 본능이라고 설명한다. 

 


실수 또한 우연한 현상이 아니고 진지한 정신적 행위, 혹은 심리적인 행위로 나타나는 전조나 징조라는

전제하에 정신활동은 서로 적대적인 경향들이 서로 갈등하고 어우러지는 영혼 속에서의 힘의 상호작용

임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정신분석에서 제시하는 이론들이다. 프로이트는 이 강의를 통해 우리가 지금

까지 탐구한 성과를 통해 기존에 취하고 있던 입장에서 새로운 것에 대한 가설을 받아들일 준비를

갖추게 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시사한다. 단지 이해하는 것만큼 우리가 실천으로 옮기기는

물론 쉽지 않을 테지만.

 

두 번째 주제인 꿈, 인류에게 꿈에 대한 관심은 점차 미신으로 발현되기도 했는데 그만큼 속설이 많은

분야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반면에 의사에게 꿈은 심리적 행위가 아닌, 정신생활 중의 신체적 발현으로

간주된다는 점이 새롭다. 예를 들어  자명종 소리에 잠에서 깨는 경우 우리는 종종 꿈속 장면의 연장선에

서 개입을 받게 되는 경험들을 하곤 한다. 신체적인 자극이 꿈에 대입되는 신기한 현상.

그러다 보니 성인과 어린이의 꿈이 다른 의미를 가지며, 더 깊은 잠을 자는 어린아이보다 깊은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성인의 경우 그런 사례들이 더 빈번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백일몽이라는 꿈과 관련된 말들이 생겨날 만큼 꿈은 현실과는 이질적인 반대적 의미로 알려져 있지만

실생활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괴로운 순간에 잠을 통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례나 기분 좋은 꿈을 꾸는 순간은 잠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거나 더 잠을 이어가며 꿈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례들도 마찬가지다.

꿈은 결국 무의식에 대해 알 수 있게 해주는 본래적인 것의 왜곡된 대체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간의 정신분석학의 미미한 인용들만으로 접했던 이론은 책을 읽으며 많은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다.

생각보다 정신분석학은 딱딱한 학명과는 달리 실생활에서 많은 부분에 걸쳐 관련되어있다는 점을 확인

하는 시간이었다. 생리학, 심리학, 문화, 과학, 종교, 신화 등 정신과학의 영역들에서 포괄하는 부분이

이렇게나 많고 세분화되어 있고,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서 왜곡된 정보들이 꽤 많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도 아이를 키운 엄마의 입장에서도 성인과 어린이의 상황들이 다르게 발현된다는 것을

알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지는 상황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프로이트는 인간 본성과 무의식, 신경증 등 인간의 이성이나 사회문화적인 작용들이 적용되는 사례를

통해 건강한 정신 주체로서(정신건강이 신체에도 발현되니 두 가지 모두에게) 이해의 폭을 넓히는 역할

을 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심리치료에서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인용되는 것을 이제서야 알겠다.

프로이트 시리즈는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정신적인 분석은 과학이나 의학적인 중요성보다 고전으로서

인간 중심의 요건들을 고루 갖추었다고 할 수 있겠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신화적인 측면이 아닌

정신 분석학적인 측면으로 인간 감정에 대한 이해를 통한 해석으로 받아들이는 체감온도는 확연히 다름

을 알게 되었다. 무척 예리하지만 친절하고 꼼꼼한 그의 강의는 냉철한 과학지식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탁월하고 따뜻한 명문장가의 내공을 느끼게 해주었다.

태산같이 느껴지던 이 시리즈의 첫발을 내딛고 보니 조금 더 그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졌다.

작년부터 매달 한 권의 고전 읽기 실천을 하고 있는데 올해는 프로이트 시리즈 중 몇 권을 추가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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