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미술 365
김영숙 지음 / 비에이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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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1일 1책처럼 1일 1페이지 이런 구성의 책들이 많이 나온다.  처음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는

1일 1작품의 구성이 너무 얄팍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던 게 사실이다. 막상 책을 받고 보니

한 페이지에 수록된 작은 그림이지만 해상도가 생각보다 무척 좋기도 했고, 묵직한 책의 무게만큼이나

다루는 범위도 무척 다양하고 재미있다. 총 일주일간의 구성은 작품/미술사/ 화가/장르나 기법/

세계사/ 스캔들/ 신화와 종교 등으로 나뉘어서 알차게 꾸려졌다.

 

워낙 많은 미술책들이 출간되었고 어느 순간 읽다 보면  다람쥐 쳇바퀴 돌듯 비슷한 작품들과 화가들의

이야기만을 반복해서 보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또 이 분야의 한계라고 생각되는 순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콘셉트로 접근하는 방식은 그림을 보는 또 다른 방법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는 방식으로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첫 번째는 책 속에 수록된 작품들을 일단 눈으로 스캔하기.

그리고 관심 가는 작품이나 화가의 이야기를 읽는 방법. 혹은 순서대로 일정 분량씩 읽기.

무엇보다 수록된 365작품과 최소한 마주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존 에버렛 밀레이는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위한 노력으로 그림 속 모델을 실제로 욕조에

들어가게 해서 심한 독감에 걸리게 하고, 5개월간의 야외 사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혹평에 시달리는

그림을 완성했지만 현재 그 작품은 500역원대의 가치를 가진 작품으로 평가되기도 하는 아이러니.

과거의 많은 예술가들 중에는 많은 밀레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술의 역사를 더듬어 올라가다 보면 가장 원초적인 삶의 과정에서 예술은 자연스럽게 탄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대에 따라 그 예술의 쓰임이 달라지고 평가가 변해가는 과정을 쫓는 것은 흥미진진하다.

일본 에도시대에 유행한 일본화의 장르인 우키요에는 우연한 계기로 유럽의 예술가들을 열광하게 했다.

그림 속의 그림을 통해 당시에 유행했던 미술사를 짚어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일상에서 가장 친숙한 화가이기도 한 마티스는 말년의 건강 적신호에도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다양한

작품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다소 생소한 용어이기도 한 데쿠파주는  흔히 종이 오리기 정도로

알고 있는 과정을 칭하는 용어다. 종이를 오린 뒤 색을 칠하거나 색을 칠한 종이를 오려서 다른 종이에

덧붙이는 방식을 말한다. 익숙한 작품의 제작 방식을 알아보는 일은 그림을 접하는 또 다른 재미이다.

 

미술사에서 가장 재미있는 장르가 바로 스캔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같은 듯 다른 그림을 비교하며

그림이 그려지게 된 배경을 추측하고 상상해 보는 일은 그림을 이해하고 그 시대적 상황들을 반영한다.

그림 속 주인공이 누구인지, 왜 이런 그림이 탄생했는지 따라가보는 과정을 통해 폭넓은 분야의 시대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림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카메라의 등장은 미술사에도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단지 순간의 기록을 남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많은 예술가에게도 영향을 주게 되는데 그림을 통해 가장

순간포착의 작품을 남겼던 화가인 드가의 시선또한 카메라의 보급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올해 가장 많은 화두가 되고, 되짚어보게 되는 역사의 순간은 바로 페스트와 관련이 있다. 팬데믹 시대를

맞아 돌아보는 과거의 역사는 예술작품에서도 그 흔적이 남아있다. 베네치아의 페스트 퇴치를 기념해

제작된 작품을 보니 우리도 빠른 시일 내에 코로나 퇴치의 선포를 하길 기대한다.

재미있고 익살스러운 방식으로 초상화를 제작하는 아르침볼도의 두 작품.

실제로 이 책의 다양한 주제와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퍼즐 맞추기처럼 이어지는 대목들을 발견하는 것이

또 다른 이 책의 묘미이다. 재미있는 작품과 함께 소개된 작가의 자화상이나 초상화들이 등장하여

연계되는 지점이나,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마주하는 순간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림 이야기를

따라가며 새롭게 발견하는 재미.

개인적으로 들라쿠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이 작품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에피소드.

루브르 박물관에 갔을 때 이 작품이 걸린 자리가 가림막으로 가려져있고 한 장의 안내문이 있었다.

바로 다른 지역 미술관으로 순회전시를 떠나 당분간 그 작품을 볼 수 없다는 슬픈 소식.

워낙 많은 패러디 작품이 만들어졌고, 미술사에서 또 빠질 수 없는 이 작품은 내게 그런 슬픈 사연이 있다.

이 작품은 실제로 프랑스의 대 문호 빅토르 위고에게 영감을 주어 <레미제라블>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매일매일 보고, 읽는 그림 이야기.

간결하지만 그림과 이야기를 읽다 보니 풍성하고 재미있다. 예술은 실제로 일상의 많은 부분을 차지

하고있다. 이 책에 수록된 고전 명화들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접하다 보면 결국엔 사람과 삶의이야

기임을 알 수 있다. 그림은 그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삶에서 예술이 얼마나 중요하겠냐는 생각들을 많이 하지만 생각보다 예술은 삶의 연장선이다.

작게는 한 화가 개인의, 그리고 시대나 역사적인 사건이 반영된 작품들을 접하다 보면 현대를 사는 우리

에게 생각보다 많은 깨달음을 주는 경우가 있음을 느낀다.

작품을 분석하고, 관련 지식을 아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단지 그림을 통해 작은 위안의 순간을 느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사소함의 즐거움이 주는 행복에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림 보는 일이 즐거운 이유, 그림 읽는 일이 즐거운 이유이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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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인문학 여행
남민 지음 / 믹스커피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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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방구석' 혹은 '랜선'이라는 단어가 아닐까

싶을 만큼 비대면 언택트시대의 생활이 꼬박 일 년을 채워가는 시점이다.

자유롭게 이동하기 쉽지 않은 날들이라 책 속여 행을 요즘 더 빈번하게 마주하게 되는 것 같다.

실제로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로망이 '사랑과 여행'이라고 저자가 소개하듯, 그러고 보니 오늘 내가 쓴

두 권의 이야기 또한 공교롭게도 사랑과 여행에 관한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여름휴가 기간이나 휴일 나들이를 지양하는 편이다.

간혹 사람들이 북적이는 장소에서 느끼는 맛이 또 다르다고 느끼기도 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조금은 한적한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좋다.

 

책에서 소개되는 장소들이 어떤 곳일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 속 여행을 떠난다.

여행이 테마는 총 네 가지로 나뉜다. 역사와 인물, 그리고 자연과 이야기이다. 혼자 고즈넉이 떠나는

여행보다는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이 주를 이루다 보니 아이가 커가는 과정에 따라 여행의 테마 또한

정해지곤 했다. 아이가 어릴 땐 주로 역사적인 장소들을 돌아보았고, 그 과정에서 역사적인 인물들과

관련이 있는 도시들이나 장소들을 종종 방문하곤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책 속에 소개된 장소들 중 방문했던 경험이 있는 곳은 반갑게, 처음 알게 된 장소들에는 또 호기심이

생긴다. 사진 컷으로 소개된 장소들을 보며 추후에 코로나가 좀 안정이 되면 여행지로 나서보고 싶어

몇 군데 꼽아두기도 했다.  여러 장소들 모두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다양한 장면을 선사하고 있어서 내심

계절 여행 장소로도 나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여행의 묘미는 유명한 장소도 좋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여정에서 발견하는 장면들 중에서 발견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경험이 있다.

내 여행의 준비는 떠나기 전부터 꼼꼼히 예습하고 떠나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가끔은 아무 준비 없이

나서보는 여행도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다.

많은 여행의 기억 중, 마음 한편 이 쓸쓸하고 날씨마저 스산했던 영월의 청령포

사진과 기억을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그날의 기억들이 쓸쓸하게 떠오른다. 어린 나이에 감당해야

했던 어린 세자의 고충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더 아프게 다가왔던 시간이었다.

긴긴 장마와 더불어 여름이 어떻게 지났는지, 심지어 지금의 청명한 가을을 종종 창문 안쪽에서 느끼는

요즘이라 책에서 소개하는 장소와 공간에 대한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시원하다.

한국에서 관광명소가 된 남해의 독일인 마을은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이 한국에 돌아와 그들만의

울타리를 만든 공간으로 시작이 되었다. 겉으로 보이는 공간만의 아름다움에서 벗어나 그 장소들의

의미를 떠올려보는 기회가 되었다. 책에서 소개된 장소들 중에는 익히 알려진 곳들도 있었고, 낯설게

마주한 곳들도 있었다. 점차 해외여행이 자유롭고 빈번해지다 보니 정작 가까이에 있는 우리나라의

좋은 장소들에 대해 잠깐 잊고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연일 들쑥날쑥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위기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상황이 나아지면 책에서 소개한

우리나라 곳곳의 의미 있는 장소들로의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사계절이 점차 온난화로 인해 무뎌져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계절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것 또한 큰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에서 훌쩍 떠나볼 수 있었던 그런 날들이 왜 이렇게 아득하게 느껴지는지.

책 속 여행으로 아쉬움을 달래본다. 책과 함께 추억여행과 동시에 떠나보고 싶은 장소들을 저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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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부르는 이름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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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가의 글이 마음에 와닿으면 전작의 도서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임경선 작가의 책을 꽤

여러 권 읽었고, 그러던 와중에 몇 년 전 그녀가 사랑에 관한 소설을 발표했고, 결혼한 여성의 사랑이라는

점에서 그때도 묘한 설렘을 가지고 읽었던 기억이 있다. 사랑의 정의는 결론 없이 늘 화두가 되는 주제

이지만 그런 것들을 차치하고라도 책 한 권이 주는 설렘이 나는 그냥 좋다.

사랑은 20대의 청춘에게만이 아니라 각 연령대에 맞는 사랑의 관점들이 변해가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랑은 청춘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생을 살아가며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해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했다.

늘 다양한 장르를 불문하고 책을 읽고 있는 요즘이지만, 독서의 과정에서 나는 이런 장르의 책들은 또

휴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가만히 부르는 이름> 오랜만에 저자의 로맨스 소설 출간 소식이 반가웠고, 또다시 설렘을 기대하며

책을 읽었다. 가제본 도서이다 보니 그 어떤 사전 정보도 없이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는 기분으로 온전히

책 속으로 들어간다.


애초에 사람과 사람 간의 만남은 첫 순간에 이미 사랑하는 역할과 사랑받는 역할로 정해져 있는 것일까?

전혀 다른 태도의 사람을 마주하며 주인공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

방황한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있을 수 없지만 대부분의 상황은 중립이 있을 리 없다.

완벽하고 이성적인 사람과의 사랑과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태도를 끊임없이 표현하는 사람.

사실 책을 읽으며 초반의 이성적인 남자 등장인물은 너무 완벽해서 의아할 정도였고, 끊임없이 내 사랑을

알아달라는 또 다른 남자에게는 피로감을 느끼기도 했다.


책은 결국 에피소드처럼 한 사람이 느끼는 두 가지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가상의 상황을 제시해 주는듯했다.

사람의 감정은 똑같이 둘로 나누어 공평할 수 없다. 분명 두 사람이 만나 하나의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

에서 누군가는 분명 더 사랑하고 그 사람이 을이 될 수밖에 없다.

사람의 감정은 늘 한결같을 수 없으니 그렇게 설레던 사랑의 감정은 시간이 지나며 익숙해져 가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에 몰입하여 나라면 어떤 사랑을 선택할까 하는 가상의 줄타기를 해보며, 현실이

아닌 선택에서도 완벽하게 이 사랑이다! 하는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았다.

단지 상황에 대한 이해, 그리고 공감을 할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또 뻔하지만 중요한

여러 담론들을 제시하고 있다. 가슴 뛰는 사랑의 특별함이 평범함으로 자리하게 되는 그런 일상의

편안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이미 결혼 20년 차를 훌쩍 넘긴 이 시점에서 지나왔던 시간들을 되돌아

보는 시간여행을 한 것 같다.


한없이 이성적이고 감정 표현보다는 태도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과, 끊임없이 자신의 마음을 소리 내어

표현했던 두 사람의 사랑 중 어느 것이 더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결국 사람과의 관계는 완급조절이 늘

필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책 속 문구 중 집에 대한 정의가 인상적이다.


"집의 아늑함은 구조나 가구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내 생활'을 하고, 공감의 곳곳을

남김없이 사용하고 뿌리를 내리려고 할 때 비로소 주어지는 선물이다." p12


책을 읽으며 전혀 다른 두 가지의 사랑을 통해 가슴 뛰는 설렘과 안타까움, 그리고 공감의 감정을

넘나들며 역시나 사랑 또한 일상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한편의 영화처럼, 단숨에 읽어내려간 그들의 이야기. 결국 사랑에는 승자도 패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출간전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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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 수오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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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힘겨웠던 2020년의 나날들,

매일매일이 예측불가였고 일상이 멈추었고, 그 와중에도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가을의 문턱으로 접어

들었다. 유례없는 긴긴 장마를 지나왔고 여전히 끝나지 않은 멈춤의 시간들 속에서도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화창하고 높아진 하늘이 그나마도 일상의 활력을 찾게 한다.


그 와중에 반가운 류시화 시인이 전하는 마음 챙김과 삶의 무늬를 담은 시詩의 언어들이 담긴 한 권의

모음집이 출간되었다. 시 모음집을 앤솔러지 anthlogy라고 하는데 그리스에서 유래된 단어로

'꽃 모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마음 챙김이라는 타이틀로 담겨있는 한편 한 편의 시를 읽으며 각양각색의 꽃을 마주하는 기분.

정제된 언어로 간결하게 와닿는 문장들이 주는 울림은 오히려 더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다.

 

어렵고 난해한 글이 아닌,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의 우리에게 차 한 잔 같은 위로를 전한다.

 

기쁨과 슬픔

그 어느 하나라도 거부한다면 삶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 둘 다에게 "네"라고 말해야 한다.


주디브라운의 <네>라는 시의 한 구절을 시인은 인용하기도 한다. 인생에서 행복한 순간만을 마주하며

살아갈 수 없기에 그 이외의 시간을 마주하는 어려운 순간마저도 감당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힘든 시간을 보내는 시기에 미국의 한 전직 교사가 SNS를 통해 나누었

던 한편의 시 <그리고 사람들은 집에 머물렀다>


여전히 진행 중이고 끝이 안 보이는 지금을 살고 있지만 이 시에서는 희망의 미래를 노래한다.

한편의 시는 종종 한편의 노래처럼 와닿는다. 마법의 주문처럼 되뇌며 읽어내는 문장에서 희망의

에너지를 마음속에 충전한다.


​어제를 위해 그리고 오늘을 위해 건배

지나간 날들과 다가올 날들을 위해 건배

빵과 돌을 위해 건배

불과 비를 위해 건배

변화하고 태어나고 성장하고 소멸되었다가 다시 입맞춤으로 돌아오는 것들을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공기와

우리가 살고 있는 대지를 위해 건배

(중략)

낮뿐 아니라 밤을 위해서도 건배

영혼의 사계절을 위해 건배

 

<파블로 네루다>의 시중 몇 구절을 주문처럼 마음속으로 공감하며 되뇐다.

종종 일상을 살다 보면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앞으로 앞으로 만 나아가는 관성이 생긴다.

그러다 제풀에 지치고, 다시 또 속도 내기를 반복하는 어른 사람들의 삶.

멈춰있는 시간 동안에도 마음은 종종 저 멀리 앞서나가기 일쑤인 날들이라 이 글귀를 읽으며 마음이

울컥했다. 속도에 취해 옆도 뒤도 돌아보지 못하는 날들을 반성한다.
 

한편한편 마음에 와닿는 시들에 스티커를 붙이며 읽다 보니 어느새 빼곡하게 테이핑을 하고 있다.

인생은 숨을 쉰 횟수가 아니라

숨 막힐 정도로 벅찬 순간을 얼마나 많이 가졌는 가로 평가된다는 <마야 안젤루>의 말처럼 이 가을에는

마음 챙김의 시들을 통해 짧은 계절 가을의 시간들을 느리게 경험하고 싶다.


시詩를 읽는 것은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이고

세상을 경이롭게 여기는 것이며,

여러 색의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살아온 날들이 살아갈 날들에게 묻는다.

"마음 챙김의 삶을 살고 있는가, 마음 놓침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류시화 시인이 전하는 마음 챙김의 시들은 차갑게 온기를 잃은 마음에 따뜻한 온기와 바람을 불어넣었다.

손 닿는 언저리 곁에 두고 수시로 꺼내어 읽어보고 싶은 한 권의 시집

마음 챙김의 시. 애정 하는 이들과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고 있는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시의 언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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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쓸모 - 시대를 읽고 기회를 창조하는 32가지 통찰
강은진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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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예고부터 궁금하고 기대되었던 한 권의 책. 꾸준히 예술 관련 책들 읽고 있으나 같은 작품을

또 다르게 보는 관점의 글이 참 좋다. 그저 아름답다에서 벗어나, 예술은 참 많은 담론들을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더 즐겁고, 기존에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관점들을 꺼내주는 책들이 그래서 또 좋다.

예술경영과 미적 사고, 무척 난해한듯하지만 생각보다 우리의 실생활에서 그 연관성들을 찾아내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 책에서는 화가뿐 아니라 디자이너, 건축가, 컬렉터, 후원자 등 40여 명의 이야기를

통해 예술의 다양한 의미들을 생각해 보게 한다.

최고의 예술은 고독한 천재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눈앞의 장애물을 계속 넘어서는 과정에서

탄생한다는 많은 사례들을 우리는 익히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소개에서 많이 경험하기도 했다.

많은 화가들은 저마다의 작업을 통해 오랜 시간 소통을 이어간다. 윌리엄 호가스는 그림을 스스로의 무대

라고 지칭하기도 했고, 알폰스 무하는 예술을 통해 대중의 감각을 깨우는 등의 소통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에서 관람객들은 우연히 만난 하나의 예술작품에서 스탕달 증후군이라 불리는 감각을

일깨우기도 한다. 책을 읽아보니 예술은 예술가에게도, 그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에게도 저마다의

쓸모를 가진다.

근간에 봤던 전시 중  Eko Nugroho (인도네시아) 누그로호는 벽화, 걸개그림, 조각, 퍼포먼스, 만화책

등의 다양한 영역의 작업을 이어가는 작가이다. 대학 때부터 인도네시아 신화와 우화를 바탕으로 한

전통 인형극 Wayang의 표현기법을 인도네시아 직물 염색법인 바틱이나 자수와 같은 지역적 기법과

연결해 작가만의 독창적인 표현방식을 구축해왔다.
현대사회에서 전통자수 사업을 지속할 수 없었던 작은 마을의 전통자수를 살리기 위해 작가는 협업을

제안했고, 2007년부터 자수 회화를 제작해오고 있다. 기술에 밀려 소외되고 무가치해진 수공업자들에게

예술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의 기술이 예술 생산에 활용되는 계기를 통해 예술과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을 실천하는 그의 작품이 더 빛나는 이유다.

 

많은 화가들이 작품은 때로는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이 되어 전해지고, 캐리커처의 달인으로 그림의

시작을 했던 모네는 스승 외젠부댕과의 만남으로 화가로서의 정식 출발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가정과 직업을 버리고 화가의 길로 접어들었던 고갱,  그림 속에서 음악의 선율이 들릴 것 같은

칸딘스키는 영혼이 여러 개의 선율을 가진 피아노라면 색은 피아노의 건반이고, 예술가는 인간의 영혼에

진동을 일으키는 역할을 한다고도 했다.

 

예술가나 작품에 대한 논의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시대의 흐름에 따르기 보다

각각의 예술가들이 작업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것들, 한계를 극복하고 시도하고자 했던 태도와 작업

들을 삶의 여러 가지 측면에서 조명하는 과정이 예술과 삶이라는 구분에서 벗어나 삶의 또 다른 한 방식

이었음을 깨닫는 과정이었다. 지금과는 다른 시대를 살았던 예술가들은 작품을 통해 현재를 사는

우리와 여전히 소통 중이라는 생각을 했다.

미술사에 큰 획을 그었던 인물들 중에는 예술가만 있는 것이 아니다. 메디치 가문의 행보는 여전히 많은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는데 애초에 왕이나 귀족 가문도 아니었고 당시에 그리 평판도 좋지 않았던 금융업

을 가업으로 하는 메디치가는 제멋대로 권력을 휘두르는 대신 도시를 위해 예술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를 통해 피렌체를 르네상스로 꽃피운 도시로 만들었고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s)를

실천하는 기업가의 롤모델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

돌이켜보면 예술의 기원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연관관계 속에서 탄생했다.

하나의 기원을 담고, 기록의 방식에서 출발했던 예술의 기원으로 거슬러가다 보면 일상과 예술을 분리

하는것 조차도 모순이 될 수 있다. 시대를 따라 삶의 방식이 변해오듯, 예술의 표현방식에도 많은 변화

와 발전이 지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예술과 삶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예술의 쓸모에 대한 논의들과 시도는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예술가의 다양한 작업의 결과물을 통해 소통하는 경험들을 통해 끊임없는 무언의 대화가 이어져 갈 것을

기대한다.

 

예술은 반드시 그 가치를 알아보고 공유하는 사람, 그리고 사회와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비로소 생명력을 지닐 수 있다.

예술과 예술가들, 그리고 주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예술을 통한 삶의 통찰과 예술의 쓸모를 일상 속에

적용해 본다.
"예술은 삶의 위대한 자극제다 "라고 했던 니체의 말에 공감하며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책의 서두에서 소개된 한편의 영화 <뮤지엄 아워스> 감상하며 영상으로나마 빈 미술사 박물관으로의

여행을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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