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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인문학 여행
남민 지음 / 믹스커피 / 2020년 9월
평점 :

올해 들어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방구석' 혹은 '랜선'이라는 단어가 아닐까
싶을 만큼 비대면 언택트시대의 생활이 꼬박 일 년을 채워가는 시점이다.
자유롭게 이동하기 쉽지 않은 날들이라 책 속여 행을 요즘 더 빈번하게 마주하게 되는 것 같다.
실제로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로망이 '사랑과 여행'이라고 저자가 소개하듯, 그러고 보니 오늘 내가 쓴
두 권의 이야기 또한 공교롭게도 사랑과 여행에 관한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여름휴가 기간이나 휴일 나들이를 지양하는 편이다.
간혹 사람들이 북적이는 장소에서 느끼는 맛이 또 다르다고 느끼기도 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조금은 한적한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좋다.
책에서 소개되는 장소들이 어떤 곳일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 속 여행을 떠난다.
여행이 테마는 총 네 가지로 나뉜다. 역사와 인물, 그리고 자연과 이야기이다. 혼자 고즈넉이 떠나는
여행보다는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이 주를 이루다 보니 아이가 커가는 과정에 따라 여행의 테마 또한
정해지곤 했다. 아이가 어릴 땐 주로 역사적인 장소들을 돌아보았고, 그 과정에서 역사적인 인물들과
관련이 있는 도시들이나 장소들을 종종 방문하곤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책 속에 소개된 장소들 중 방문했던 경험이 있는 곳은 반갑게, 처음 알게 된 장소들에는 또 호기심이
생긴다. 사진 컷으로 소개된 장소들을 보며 추후에 코로나가 좀 안정이 되면 여행지로 나서보고 싶어
몇 군데 꼽아두기도 했다. 여러 장소들 모두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다양한 장면을 선사하고 있어서 내심
계절 여행 장소로도 나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여행의 묘미는 유명한 장소도 좋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여정에서 발견하는 장면들 중에서 발견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경험이 있다.
내 여행의 준비는 떠나기 전부터 꼼꼼히 예습하고 떠나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가끔은 아무 준비 없이
나서보는 여행도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다.
많은 여행의 기억 중, 마음 한편 이 쓸쓸하고 날씨마저 스산했던 영월의 청령포
사진과 기억을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그날의 기억들이 쓸쓸하게 떠오른다. 어린 나이에 감당해야
했던 어린 세자의 고충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더 아프게 다가왔던 시간이었다.
긴긴 장마와 더불어 여름이 어떻게 지났는지, 심지어 지금의 청명한 가을을 종종 창문 안쪽에서 느끼는
요즘이라 책에서 소개하는 장소와 공간에 대한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시원하다.
한국에서 관광명소가 된 남해의 독일인 마을은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이 한국에 돌아와 그들만의
울타리를 만든 공간으로 시작이 되었다. 겉으로 보이는 공간만의 아름다움에서 벗어나 그 장소들의
의미를 떠올려보는 기회가 되었다. 책에서 소개된 장소들 중에는 익히 알려진 곳들도 있었고, 낯설게
마주한 곳들도 있었다. 점차 해외여행이 자유롭고 빈번해지다 보니 정작 가까이에 있는 우리나라의
좋은 장소들에 대해 잠깐 잊고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연일 들쑥날쑥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위기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상황이 나아지면 책에서 소개한
우리나라 곳곳의 의미 있는 장소들로의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사계절이 점차 온난화로 인해 무뎌져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계절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것 또한 큰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에서 훌쩍 떠나볼 수 있었던 그런 날들이 왜 이렇게 아득하게 느껴지는지.
책 속 여행으로 아쉬움을 달래본다. 책과 함께 추억여행과 동시에 떠나보고 싶은 장소들을 저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