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여성 예술가들
파이돈 편집부.리베카 모릴 지음, 진주 K. 가드너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 위대한 여성 예술가들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아티스트 클럽 활동의 일환으로 제공받았다.

영국 대표 예술전문출판사 파이돈(since 1932)에서 출간된 <Great Women Artists>의 국내 출간본.
500년(1490-1990)의 세계 예술 역사 속에서 활동했던 2,500여 명의 예술가 중 400여 명을 소개하고 그들의

대표작을 담았다. 묵직한 책의 무게만큼이나 출간 자체가 묵직한 의미로 다가온다.

가장 큰언니는 1490년생, 막내는 1990년생으로 무려 500살의 차이를 보이지만

그들의 예술세계에서는 세월의 벽이라는 단어조차 무색하다.
묵직한 책의 무게만큼이나 출간 자체가 묵직한 의미로 다가온다.
기대했던 만큼 궁금했던 책이라 수록된 작가의 목록을 확인하다 보니 반가운 이름들과 또 생소한

작가와 작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익숙한 작품은 반가움에, 낯선 작가들에는 기대감에 또 반갑다.

수록된 작가들 중 우리나라의 작가들은 누가 포함이 되었을지, 그리고 어떤 작품으로 소개가 될지도

궁금한 이슈 중 하나였다.
눈에 띄는 노란빛의 표지 속 파란 하늘 같은 반전의 표지도 예쁨💭

요즘 나는 가을색의 노란 은행잎보다 노란 표지의 이 책으로 가을을 누린다.

가방 속에 쏙 들어가기에는 엄청나게 크고 무겁지만... 그래도 종종 들고(✖) 데리고 다닌다.

여성 예술가들이라고 하면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올라서 얼마나 여성이 많은 분야에서 소외된

삶을 살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책이기도 했다. 책 표지 디자인을 유심히 보면

여성 WOMEN이라는 단어에 줄이 그어진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여성 예술가로 구분 짓기보다 온전한

한 사람의 예술가를 찾고자 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여성 예술가로서 가 아니라 역사 속에서 소외되

었던 작가로서의 그녀들의 작품세계를 탐험하는 날들이 알록달록 가을 단풍마저 잊게 하는 요즘이다.

나는 그녀들과 가을을 물들인다. 

수록된 작가와 작품을 휘리릭 넘겨보다 익숙한 작품이나 작가들은 역시나 페미니즘에 관한 작품이

눈에 익은 이유도 아마 여성 예술가! 하면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작품들로 언급이 많이 되었기 때문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석조 난간에는 제니홀저의  2019년 커미션 프로젝트 신작이 11문장 새겨져있다.

<경구들, 1977~79>

 

지난 40여 년간 현대사회의 문제점과 논쟁들에 대해 공공장소나 전시장에 감정이 담긴 문장들로 표현

해 왔던 제니홀저는 1977년 신문지만 한 종이에 익명으로 간결한 문구들을 담아 맨해튼 벽과 담장에

가득 붙였던 연작 <뻔한 말들, 1977~87>로 대중의 관심을 얻었다. 단순하고 굵은 서체로 시작했던

작업은 과학기술이 더해진 LED 광고판이나 자막 뉴스에 내보내는 방식으로 변화되었다.

 

책에 수록된

작품은 1982 뉴욕 타임스퀘어 거대 스크린에 <무제 '권력의 남용은 놀랍지도 않다.'>문구를 띄워

시리즈의 작품을 이어갔다. 이 작품은 미투 운동의 구호가 되며 새로운 힘을 얻기도 했다.

책 속에서 소개하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인 칸디다회퍼 Candida Höfer (b.1944 독일)  전시에 다녀왔다.

 

1970년대부터 공간과 인간의 관계를 중재함으로 현대사진의 세계를 고유한 방식으로 구축해 온 작가.

 

 "공간과 시간은 포착될 수 있다. 그것이 사진의 능력이다, 하지만 촬영전에 그 공간을 체험해야만 한다.

나는 우리 주변에 만들어 온 인공 환경에 대한 '느린 조망'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지은 것에 어떤 영향을 받고 있으며, 앞으로 지어질 것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지 이해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칸디다회퍼)

책 속에는 수록 작가의 대표작 한점만을 수록하고, 예술가에 대한 전반적인 작품세계를 정리해 놓았다.

 

<위대한 여성 예술가들>책장을 넘겨보다 자꾸만 우리 집  예술 서가를 들락거리게 된다. 오랜만에

문명展 도록 (문명전에서 해설했던 작가들이 유독 반가운 이유♡)

작가 탐색을 하다 보면 한 페이지에서 머무르다 시간이 훌쩍 지난다. 그만큼 각 페이지에 수록된

작가들의 작품세계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 다른 노란 책.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에서도 책에 수록된 작가들과의 교집합이 있다. 이 책에서는

칸디다회퍼의 작품을 '공간의 초상'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탁월한 표현의 문구에 감탄하며 요즘 나를

행복하게 하는 세 권의 책, 그리고 전시장에서 만나는 작품들.


<위대한 여성 예술가들>

<문명_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도록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묵직한 세 권의 책은 서로 교차되어 가지처럼 뻗어나가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책의 말미에는 예술 관련 용어나 사조 등을 분류해 사전처럼 정리해 둔 페이지가 수록되었다.

 

역사 속의 여성 예술가들, 책 한 권으로 정리된 예술가들 이외에도  500년의 역사 속에는 책에 소개되지

못한 여성 예술가들이 2000여명이 더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한 권의 책이지만 한 장 한 장이 주는 무게는

그래서 더 무겁고 중요하다. 휘리릭 넘겨보기에는 각각의 예술가들의 예술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심오하고 방대했다. 그래서 더 남은 페이지들에서 만날 예술가들과의 만남이 기대된다.

예술가의 예술작품으로서가 아니라 각각의 작품들은 오백 년 역사 속의 또 다른 대화이자 기록이었다.

 

위대한 여성 예술가들.

그녀들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시간을 거슬러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

바로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끝나지 않은 이 책과의 소통은 계속된다.

 

두 권의 노란 책. 책을 읽으며 나도 나만의 사적인 예술가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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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 문지아이들 163
김려령 지음, 최민호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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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와 <우아한 거짓말>영화화된 두 작품으로 많은 이들에게 각인되었던 작가 김려령.

그녀의 신작이라기에 오랜만에 반갑게 창작동화 한편을 펼쳐들었다.

아쉽게도 가제본 도서가 축약본이라 후반부까지 읽지는 못했지만 두 소년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삶의

장면들을 통해서 역시 김려령 다운 진솔한 삶의 단면들이 드러난다.

책 제목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 책을 읽다 보니 참 절묘한 제목이다.

제목으로 마주한 느낌으로는 사춘기 청소년들의 방황기 때쯤 되려나 하는 상상을 했는데 반전의 의미를

담았다. 게다가 살짝 묵직해질 뻔한 부분에서 김려령 특유의 유머 코드도 빼놓지 않았다.

짧은 이야기 속에는 생각보다 묵직하고, 조금은 우울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와중에도 빛나는

아이들의 모습이 있다. 번화한 도심 한복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비닐하우스 집성촌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은 사실 낯선 장면이 아니다. 가까이 지내던 이들에게 베풀었던 선의는 늘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보니 착한 사람들이 손해를 보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원활하게 돌아가던 일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고, 그것을 시작으로 도미노처럼 일상 또한 무너지는

상황들, 착한 사람들이 복을 받는다는 원칙은 늘 적용되지 않는다.

착한 사람이 종종 사회적인 약자로 전락하는 상황들이 안타깝게도 책을 읽으며 떠올랐다.

책 속 문장 중 주위에 나쁜 사람만 없어도 반은 성공한 거라고 했었다는 엄마의 말을 상기하는 소년의

모습이 묘사된 부분에서는 더불어 사는 삶을 사는 과정에서도 관계에 대한 무한 신뢰를 하며 살기는

어렵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사람의 마음이란 게 참 간사해서 타인의 불행보다 행복에 대한 공감을 덜

하게 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책 속 삽화로 보이는 소년의 가족 임시 거처 양지 화원.  지금은 어렵고 힘들지만 곧 음지에서 양지로

거듭나는 날들이 펼쳐질 거란 기대를 해본다.


책 제목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이 결코 '아무것도 못!! 하는 녀석들'이 아닌 세상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세상의 소년들에게 마음속의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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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바람나다 - 도서관 책모임이 협동조합 카페를 열다
독서동아리 책바람 지음, 박정희 엮음 / 미다스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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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도서관 모임에서 출발하여 협동조합으로 결성되어 가는 과정과 진행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도서관 자원활동을 10년 넘게 했던 경험이 있는 터라 읽으며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활동했던

지역 도서관도 무척 활발한 활동을 하던 단체라 이 책에서 소개한 광진구 도서관과 교류를 했던 경험이

있다. 지역 동아리 모임은 생각보다 꽤 다양한 장르의 활동가 들이 있음을 알게 되면서 놀랍기도 하고

재주꾼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했다.

대부분의 많은 지역 동아리들이 만들어지고 진행이 되다 보면 중도에 멤버들의 교체가 쉽게 일어날 수

밖에 없다. 그런 과정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정체기를 겪게 되고 흐지부지 중단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만큼 모이는 멤버들의 꾸준함이 동아리를 이끄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된다.

책에서는 독서모임의 한 사례를 담고 있지만 기관이나 단체에 소속된 동아리에서 출발하여 독립된

하나의 협동조합으로 발전해 가는 과정에 대한 사례와 멤버들과 주변인들의 경험담을 담았다.

요즘 한창 이슈화되고 있는 스타트업의 구상에 참고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아무래도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이루어 내는 성과는 개인의 능력에 효율을 높일 수 있고

발전해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면에 여러 사람의 가치관이 다르다 보니 서로 사소한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소지를 가지고 있다. 순탄하게 목표를 향해 진행되어가는 과정에서 분명 난관에 봉착하게 되고,

아무래도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멤버들 간의 소통과 노력이 필요하다.


각각의 개인의 취향과 성취를 넘어 같은 관심사를 가진 이들이 이루어내었고, 여전히 진행 중인

협동조합 프로젝트의 생생한 경험담은 수학공식이나 과학 원리처럼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돌발 상황들에 대처하는 임기응변이 필요함을 시사하기도 한다.

요즘처럼 갑작스럽게 변화의 단초가 되었던 코로나 상황도 또한 이런 단체의 활동에 제동이 걸리는 사례

중 하나이다. 그만큼 어떤 일을 계획하고 진행하는 과정은 다양한 상황들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가 얼마나

되어있느냐에 따라 성공의 여부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일목요연하게 과정을 정리하고 소개하고 있지만 오랜 시간 진행해 오는 과정의 소소한 노력들과 위기의

순간들은 성공적인 협동조합의 거름처럼 양분이 되었을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것도 중요하지만

이왕이면 시간에 따라 변화하고 발전되어 가는 진화하는 모임으로 꾸려가는 것도 익숙한 것들에 대해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피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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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집
래티샤 콜롱바니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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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여년의 시간차를 두고 살았던 두 여성
✔솔렌 과 ✔블랑슈

🕜솔렌<현대. 파리>
지금까지 솔렌°은 세상이 돌아가는 이면의 일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자신의 좁은 삶,

개인적 성취에 매몰되어 배고픈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굶어야 할지 배를 채워도 될지가 지갑 

2유로의 유무로 결정되는 사람들이 바로 가까이 있다는 사실에 둔감했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사건의 여파로 번아웃증후군 판정을 받은  솔렌은 의사의 권유로 타인의 삶을 돌볼

대필작가로 누구가의 머릿속, 마음속의 글을 다른이에게 전달 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주는 일을 하는

봉사활동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판정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를 운반해주는 사람으로서

그녀의 새로운 경험의 적응과정을 따라간다.


VS

🕕블랑슈<1925년, 파리>
가난한 이들을 돕기 위해서라면 블량슈°는 그 어떤 난관이 있어도 물러서는 법이 없었다.
군중앞에 나서서 연설했고 거리 행인을 붙잡고 호소했다.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은 블랑슈의 변함없는

능력이었다.

비혼주의자였던 블랑슈는 남편의 결혼에 대한 신념에 결혼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된다.

결혼은 예속이 아니라 연합,  결혼은 대의를 향해 함께 손잡고 올라야 할 언덕길이며 혼자서 갈수 없는 힘든

길을 끝까지 나아갈수 있다는 신념으로 40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하며 성취들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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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책처럼 등장인물인 블량슈에게 힘이 되는 문장들의 인용구로 빅토르위고의 작품속 문장들이 소개된다.

미래는 영광되기를 갈망하는 한에서만 영광스러울 수 있다.
살아있는 자들이란 싸우는 자들이다.
확고한 뜻으로 영혼과 정신을 채운 이들이다.
살아 있는 자들이란 고귀한 숙명으로 험준한 산 꼭대기를 올라가는 사람들이다.
오로지 숭고한 목표만을 생각하며 걸어가는 사람들이다.

 

책은 현재를 사는 솔렌과 100여년전의 블량슈의 이야기를 교차하며 진행된다. 이야기를 읽다보니 어쩐지

두 사람의 교차점이 자연스럽게 이어져가는 지점에 이르게 되는데 살짝 전율이 느껴졌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으로 무엇을 할 생각입니까?


극명하게 다른 두 사람의 서사를 통해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리고 등장인물들을 통해 심리적,

사회적인 교차점들을 넘나들며 다루고 있는 문제점들이 무척 방대하게 느껴져서 감탄하지 않을수 없었다.

전작<세갈래>로 잘 알려진 저자 레티샤 콜롱바니는 작가이자, 영화감독이자, 배우로도 많은 공감되는

작품들을 발표했다.


"아이러니가 없으면 그것이 인생이겠는가"

 

책을 읽다가 실제로 블랑슈가 실존인물일거라는 추측이 들던 시점이 있었다. 책을 읽다가 검색창을

기웃거려보았지만 정보를 찾을수가 없었는데 책의 말미에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실제로 등장인물 <블랑슈 페롱>은 실존인물이다. 레티샤 콜롱바니의 이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그녀의 존재가 알려졌다. 역사속에는 많은 블랑뷰들이 있을테고, 이 작품의 원래 제목은
'les victorieuses 승리한 여자들' 이다. 오랫만에 원작 책표지 찾아보기.

어딘지 원작의 표지가 더 비장하고 강렬하게 다가온다.

 

11월의 첫책으로 읽으면서 역사속의 시간의 사슬이 연결되는 과정이 너무 뭉클했고 세상은 소수인

노력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그들은 절대로 사회적인 강자들이 아니라는 사실이 더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너무 이슈화되는 책들은 궂이 찾아읽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이 저자의

<세갈래길>도 아직 읽지 못했다. 이 책을 읽으며 꼭 전작을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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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이 건네는 위로 - 오늘이 소중해지는 애착 사물 이야기
AM327 지음 / 미래의창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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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착사물 이라는 표제 글을 보는 순간 내가 떠오른 건 바로 다이어리다.

학창시절부터 두툼한 다이어리가 아니라 Monthly 플래너로 하루하루의 일상을 짧게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가끔은 강박스럽게 느껴지는 순간들도 있지만 간혹 징검다리처럼 비어있는 날짜들에

뭘 했지? 하고 더듬어 나가다 보면 역시 간단하게 나마 기록으로 남긴 날들이 뭔가 시원하다.


벌써 수년째 매월 받아보고 있는 <월간 샘터>에도 이런 사물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코너가

있었다. 사물에 얽힌 개인적인 단상을 담은 코너였지만 그 코너가 참 따뜻하고 좋았던 기억이 있다.

아쉽게도 개편이 되며 코너가 없어졌을 때 살짝 아쉬웠다. 이 책을 보니 그래서 또 반가웠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을 이야기를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라고 소개한다. 이야기를 그린다는 표현이 참

멋지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글로 쓰는 일도 좋지만 그림으로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참 부럽다.

책에서는 저자의 손길이 닿은 31가지의 사물에 얽힌 추억과, 관심에서 비롯된 태도의 변화들과, 사물을

매개로 삶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한다. 작가의 애착 사물과 오버랩되는 것들이 제법 있어서 개인적으로

더 반가웠다. 처음부터 좋았던 사물들도 있지만, 우연한 기회에 새롭게 매력을 발견하는 사물들도 있다.

그런 교차점을 발견하는 재미를 책을 읽으며 또 공감했다.


오늘을 붙잡아두기 위해 글로 기록을 남기는 일.

"마음을 되짚어보니 다이어리를 쓰는 일은 살아지는 대로 사는 것에 대한 저항이었다. 하루를 기록함함

으로써 삶을 내 나름의 방식대로 꾸려나가고 싶다."라는 문장에 나도 공감했다.

하루를 기록하는 일은 스스로를 돌아볼 때 아쉬움을 덜 남기기 위한 하나의 여과 장치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간 갖고 싶었으나 구하지 못했던 10년 다이어리를 올해 출판사에서 선물로 받았다.

한 페이지에 10년간의 같은 날짜들이 담겼다. 올해 코로나로 인해 많은 일상들이 멈춰지며 주춤했을 때

그런 와중에도 다이어리의 반 이상이 넘어가있는 것을 보고 화들짝. (정말 화들짝이라는 표현이 딱 맞다.)

놀랐던 기억이 있다. 책을 읽기 전 애착 사물이라는 문구를 보며 이 다이어리를 떠올렸는데 재밌게도

작가가 책에서 소개하는 사물 중에도 이 다이어리가 등장한다. 책 속에 소개된 사물들 중 꽤 공감되는

것들이 많았지만 이렇게 개인적인 내 애착 물품이 등장하니 더 반가웠다. (어떤 느낌인지 아니까.^^)

누군가에게는 불필요한 것이 내 인생에서는 짙은 농도의 쓸모 있는 물건이 되어 나를 살게 하는 것.

사용하는 물건에 대한 단상의 기록들을 담긴 이 프로젝트를 작가는 '사고 재비_ 생각하는 소비생활'

이라고 이름 붙였다. 요즘은 소비가 유행처럼 즉흥적으로 일어나는 순간도 많아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왕이면 소비를 통해 마음을 돌보는 기회가 된다면 일상의 사소한 행복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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