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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8.9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8년 8월
평점 :
품절

요즘 매월 정기적으로 배송되는 샘터가 도착할때 쯤 되면 종종 예전에 좋아하는 매거진들 정기구독을
기다리던 생각이 난다. 20대 때는 내가 보고싶은 잡지를 구독했고, 30대에는 아이 월간지를 구독했는데
참 오랫만의 정기배송 잡지는 한 달을 맞는 이벤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9월 열매달호가 배송된 날이 마침 입추立秋가을의 문턱인 날이었다.
워낙 기록적인 더위와의 싸움을 하던 날들이라 가을느낌 물씬 나는 샘터는 이미 한발 앞서 가을의 문앞에
들어선 것 같다. 풍성한 열매달!이라는 주제가 참 넉넉하고 푸근하다.
개인적으로 이번호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부분은 <연암의 눈으로 세상보기>코너였다.
동굴속 그림자에 비유하여 인간은 자신이 경험한 세계 그 이상의 생각을 하지 못한다는 점, 좁은 지식의
아집에 갇혀살지 말고 열린자세로 세계를 받아들이고, 생각을 넓혀가라는 옛 선인의 말이 지금 이런 첨단
사회에서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깨우침과 조언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내 인생의 한 사람>이라는 코너에 소개된 외국인 친구와의 이야기는 진정한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근간에는 소확행이라는 말로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을 놓치지말자라는 인식들이 깨어나고 있지만 한편으
로는 참 막연할 말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그 나이에 맞는 행복이 주어진다는 말! 우리는 늘 현실보다는
먼미래를 준비한답시고 현재의 삶을 소홀히 하는 매너리즘에 빠져서 살곤한다.
다시는 오지 않을 현재의 행복을 알토란 같이 챙기며 막연한 미래를 위해 현재의 삶을 팍팍하게 하는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겠다.
샘터가 좋은 이유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경험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내 삶을 돌아보고 또 생각하게 한다. 부모가 되어봐야 부모마음을 안다고
했던가....내 욕심에 아이를 힘들게 했던 여러 경험들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반성하게도 만든다.

어려운 환경에서 몸이 아픈 현민이의 소식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작은 힘이라도 보태지면 누군가에게는
다음 발걸음을 내딛을 큰 에너지가 될것이다. 따뜻하고 좋은 소식도 나누고, 도움이 필요한 손길도 함께
나누는 샘터. 화려하고 자극적인 이슈보다 마음들을 나누는 투박한 잡지, 오래도록 이어지길.

이번호에 소개된 <명작을 거닐다>코너는 강원도 양구의 박수근마을이다. 마침 미술관에서 박수근 작품을
해설하고 있는 나는 조금 더 반가웠던 코너이기도 하다. 소박한 것이 가장 위대한 것이라는 모토하에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가 우리네 이웃이고 가족들이다.
정식으로 미술교육을 받지 못했던 화가지만 그의 그림에 대한 열정이 그를 최고의 화가로 만들었다.
이번호 말미에 소개된 발행인의 글 또한 많은 울림을 준다. 거울과 창문의 차이.
거울은 빛이 통과될 수 없고, 자기만 보이게 되는 물건이고, 창문은 세상의 다양한 현실들을 보게 한다는
이야기인데, 연암의 눈으로 세상보기 코너에서 언급한 동굴속 그림자, 열린시선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
도 하다.
지난호에 대한 내 소감글이 실렸다. 생각지도 못한 코너에서 발견한 내글은 또 하나의 일상에서 마주하는
이벤트처럼 기분좋은 순간이다. 자연의 흐름이 참 무서운게 입추를 지내고 나서는 하루가 다르게 더위가
한걸음씩 물러가는 느낌이 든다. 얼마 안남은 여름의 끝자락.
이번호에 소개된 <할머니의 부엌수업>에 소개된 고추구이로 오늘 저녁메뉴를 준비해볼 생각이다.
미처 돌아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생각을 일깨우는 시간이 되는 정겨운 잡지.
이번호도 가까운이들에게 전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