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거 대디 자본주의 - 친밀한 착취가 만들어낸 고립된 노동의 디스토피아
피터 플레밍 지음, 김승진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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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들어왔던 사회적인 문제 중 하나를 가리키는 용어를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았다. "슈거 대디"

그런 전문적인 용어로 불리는 만큼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사례들이 빈번하게 속출되고 있다.

실제로 슈거 대디는 앱을 통한 자유경제에서 합법적으로 보이는 절차를 통해 빚어지고 있지만 실제로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역시 달콤한 슈거는 건강에도, 사회에도

별로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구나 생각하니 씁쓸해지기도 한다.

자유경제에서 가장 중요하게 사람들을 움직이는 것은 역시 자본이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가 전체 부의 82%를 가지고 있다고 하니 경제 불평등은 엄청난 수준

으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뉴스를 통해 채 돌도 안된  아가들 중 수십억 대의 자산가가 등장한다는 뉴스가 이제 낯설지도 않은

세상이 되었으니 말이다.

부익부 빈익빈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요즘 한창 뉴스를 달구고 있는 소식도 코로나 이외에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부동산 폭등에 관한 문제임을 알 수 있다.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정책이 그들의 공직 포기 사태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지켜보며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는 요즘이다.

사회와 경제의 발전이 노동자들의 처우와도 연결이 되면 참 좋겠지만 실상은 고용 불안정이 심해지고,

갈수록 취업이 어렵다는 여론만 높아지고 있다. 이제 대학생들의 휴학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 시대가

되었다고도 하고, 스펙을 쌓기 위해 휴학을 하고 경력을 쌓아야 하는 시대라니.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어도 사회적인 관계에서 갑을 관계는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혹은 고용되기 위해 많은 이들은 을의 자리를 자처하기도 하고, 계약직과 같은 불안정한 고용마

저도 기꺼이 감수한다. 이제는 고용에서 노동력이라는 임시적인 일자리마저도 넉넉지 않은 실정이다

보니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선택을 놓치는 사례들이 증가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달콤한 유혹들에서 스스로를 지켜나가야 하는 기준점을

명확하게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사람의 판단력을 흐리고, 달콤함에 스스로의 존엄성을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결국 이 책에서 저자는 슈거 대디와 대치되는 슈거 베이비들의 이야기까지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현실적

대안으로 노동의 수많은 디스토피아에 스스로를 매립하지 않도록 일깨우고자 했다.

몇 년 전부터 미투 운동으로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킨 사건들이 많았고, 더디긴 하지만 많은 변화들을

불러일으킨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개인경제와 자본주의 사이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더 많은 문제들이

여전히 이어질 것이고, 노동과 고용의 불평등은 개선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제약 없는 자본주의에 대한 개인적인 환상에서 벗어나 어떠한

거래와 협상에서도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역시 우리 스스로는 개인이자 생존 여부가 스스로에게 달려있는 개인사업자로서 변덕스럽고

예측불가한 고용주의 사회에서 버티고 지켜나가는 법을 터득해나가며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는 일에

소극적이 되어서는 더 큰 문제와 후회를 남길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겠다. 자유는 주어지는 만큼 더 큰

책임이 스스로에게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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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 - 미술품을 치료하는 보존과학의 세계
김은진 지음 / 생각의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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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은 예술가의 의도가 물질의 형태로 구현된 것이다.
미술작품을 복원하고 보존하는 보존가°의 일을 소개하고, 미술 복원과 보존과학의 다양한 사례들을 담았다.

미술품 치료, 보존과학이라는 분야가 내게는 친근하기도 하고, 평소에 궁금한 점이 많았던 분야이기도

하다. 이런 특수한 분야의 일에 대해서 자세히 접할 기회가 별로 없다 보니 읽는 내내 흥미진진하게

다가왔다. 특히 익숙한 작품들에 대한 복원 이야기들이 많아서 더 반갑기도 했다.

특히 고미술이나 근대 화가의 작품들은 복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보니 어떤 전시들은 복원에 관한

연계 강의가 열리기도 할 정도니 말이다. 내가 보존과학의 영역에 대해 자세히 접한 계기는 아이가

과학잡지의 기자로 활동하며 국립문화재 보존 연구소를 취재하러 갔을 때였다.

하얀 가운을 입은 복원 전문가들이 거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오랜 시간의 풍파를 맞은 작품들을

복원하는 과정들을 살펴보며 엄청 느리고 신중하게 해야 하는 작업들이 까마득하게 느껴지도 했었다.

보존"은 예방, 치료, 복원의 3단계로 나누어지는데 보존가는 작품의 일생에 개입을 한다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모든 복원 작품들은 복원가와 보존과학자의 판단에 따라 그 생명력이 결정된다.

실제로 <문화유산 보존 헌장>이라는 윤리지침에 따라 원형을 보존하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니

얼마나 까다롭고 신중한 과정을 거치는지 알 수 있다.

 

미술 애호가라면 더욱 평소에 궁금했을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복원에 관한 에피소드들 이외에도

잘 몰랐던 복원과 관련된 이야기가 흥미진진했다. 특히 보존과학 분야를 쉽게 풀어놓은 글을 읽다 보니

미술관에서 복원이 된 작품임에도 매끄럽지 않아 눈에 거슬리던 작품들에 대해 의아했던 부분이 이해가

되기도 했다. 복원을 거친 작품이 과하게 성형수술된 사람처럼 어색하지 않을 리 만무하다.

실제로 복원가들은 작품을 창작한 예술가의 의견을 중심으로, 혹은 자료들을 중심으로 합리적인 복원

의 수위를 결정한다는 것과, 보존처리에 사용하는 재료는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반드시 제거 가능한

것을 사용해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작품을 복원 이전으로 되돌릴 수 있는 규정을 지킨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요즘 미술관에서는 개방형 수장고가 낯설지 않다. 우리나라에도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 가면

개방형 수장고에서 기획전시들과는 또 다른 새로운 느낌으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미술품 복원을

전시장에서 투명하게 공개하여 관람객들이 볼 수 있도록 한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

그만큼 이제 미술품 복원은 낯선 영역도 아니고, 관람객들의 관심사가 되기도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복원 과정이 하나의 전시로서의 가치를 가지기도 한다는 것. 흔히 볼 수 없는 과정이니 흥미진진한 전시

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된다.

 

발레리나 그림과 조각으로 유명한 드가의 작품 중 잘 알려진 <14살 작은 댄서>의 조각을 엑스레이로

분석한 사진을 보면  그 외형만큼이나 흥미진진하다.  과학기술의 힘은 조각의 내부 구조까지 완벽하게

드러내는 첨단 기술로까지 발전했다. 미술품 복원의 과정에서 꼭 필요한 미술품의 정확한 분석은 더 정교

해지고 그 밑바탕에는 과학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원숭이 예수'로 전 세계에 알려진 80세 할머니의 성당 벽화 색칠로 빚어진 사건은 세계적인 조롱에서

조용한 시골마을의 유명세로 바뀌었다. 실제로 인구 5천 명에 불과한 시골마을이 관광객을 몰고 오는

유명한 장소로 탈바꿈된 사연. 잘못된 복원이 빚어낸 에피소드로 결국 이 사례는 할머니의 선의가

선한 결과로 이어지긴 했지만 반복되어서는 안될 사건이었다. 어쨌든 잘못 복원된 이 작품은 관광상품

으로 다양한 굿즈까지 제작된 사례이다.


 

고흐는 동생 테오와 진한 형제애로 유명한 화가이기도 하고, 600통이 넘게 남은 고흐의 편지를 통해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해석이 전해져 오기도 한다. 그의 편지에서 언급되었던 작품이 행방불명이

된 작품이 있었고, 고흐의 작품으로 알려진 정물화의 위작을 밝히는 과정에서 그 미스터리한 작품이

발견되는 과정은 정말 극적이고 인상적으로 마음에 와닿았다. 과학의 발달은 인간의 수명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지만, 우리 삶에서 과학은 모든 분야의 발전과 더불어 보존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위대한 과학기술의 세계.


수록된 작품 중 반가운 작품! 역시 내가 좋아하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더 반갑다.
회화 작품이 담긴 액자마저 돋보이는 문신(b.1923-1995)의 <고기잡이, 1948>
그는 각종 미술재료 붓, 캔버스, 액자 등을 손수 제작했단다. 미술관에서 처음 이 작품을 봤을 때 액자의

정교함과 재치에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그는 자신의 회화에 가장 잘 어울리는 정교한

액자의 제작까지 완벽히 구사했던 예술가였다. 다시 봐도 감탄스러운 문신의 액자.

이 외에도 미술관에서 조명과 작품의 관계, 작품의 제작 연대 추정하기, 미술관의 화재 장치, 미술작품의

이동에 관한 이야기 등등 미술작품의 안전한 보관과 이동에 대한 제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책은

많은 예술관련 책을 읽고, 미술관을 자주 들락거리는 내게도 흥미진진한 내용이었다.

사실 미술관, 혹은 예술작품이라고 하면 감상하고, 보이는 표면적인 것들에만 관심을 갖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이렇게 숨은 노력들이 그런 작품들을 오랫동안 감상할 수 있게 하는 힘이라는 사실이

새삼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는 것은 한 예술가의 손끝이지만 오랜 시간 그 작품을

후대와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은 보존가와 보존과학자들의 애정 어린 손길이 든든하게 뒤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현장의 생생한 경험을 담은 리포트 같은 책이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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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 들리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박소현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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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 알게 모르게 담겨있는 클래식들을 찾아본다. 클래식이라고 하면 다소 낯설고 어렵게 느끼

지만 알고 보면 우리는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클래식을 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일상 속, 대중음악 속, TV 속, 영화 속, 만화와 웹툰 그리고 문학에 이르기까지 더 나아가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클래식의 모습을 들춰낸다.

일상을 한번 돌아보면 자동차 후진 음악으로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가 사용되는 것!!

이미 무의식적으로 우리는 그 음악을 들으면 자동차의 후진을 떠올리고 반응을 하지만 만약 다양한

차량의 종류만큼 음악도 제각각이었다면 꽤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니 <엘리제를 위하여>를

자동차 후진 음악으로 사용하는 것은 일종의 무언의 약속과도 같다고 하겠다.

전철에서 환승 음악의 제목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비발디의 <사계>가 사용된다.

두 가지 사례만 보아도 우리의 일상 속 클래식은 꽤 밀접하게 우리 주변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중음악 속 클래식을 꼽는다면 우리나라 가수로는 변진섭의 <희망사항>을 비롯한 다양한 가수들이

전주나 간주로 귀에 익숙한 클래식을 사용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해외 가수로는 미국의 힙합 뮤지션 중

가장 유명한 아티스트로 1억 장이 넘는 음반 판매량을 자랑하는 래퍼이자 프로듀서, 배우 에미넴을

꼽을 수 있다. 재미있는 건 에미넴의 본명인 마셜 브루스 매더스 3세인데 자신의 이니셜 M&M을 빠르게

발음했을 때 나는 소리에서 따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유명한 초콜릿과 닮은 이름의 차별성을 위해

만든 예명인 것이다.  에미넴은 도망간 아버지와 자신을 학대하던 마약중독자 어머니를 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 어두웠던 과거가 라임에 맞춰 탄생한 곡을 만들었는데  노래<브레인 리스>에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의 멜로디를 샘플링해 피아노로 연주한 음악을 토대로 랩을 완성했다.


그 외에도 많은 TV 드라마와 영화에 삽입된 클래식들을 보다가 꽤 오래전 봤던 영화가 소개되어

반갑게 회상하는 기회가 되었다. 꽤 인상적이었던 슈만과 클라라와 브람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

 

책을 읽다 영화, 책, 그리고 음악까지 들어보면 끝없이 이어질 여정이 될 일상 속 클래식의 세계
 

 

19C 독일 낭만주의 클래식 음악 거장 Robert Schumann (1810-1856),

Clara Schumann (1819-1896), Johannes Brahms(1833-1897)의 가장 유명한 러브스토리를 다룬 영화. <클라라, 2010>

놀랍게도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노장 여성 감독은 브람스의 실제 자손인 Helma Sanders  Brahms다.

영화에서 흐르는 메인 곡 중 슈만의 라인 교향곡과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보다 나는 브람스가 클라라의

아이들을 재우며 연주하던 <브람스의 자장가>와  아이들과 신나게 놀아주며 연주하던 <헝가리 무곡>

이 더 좋았다. 브람스의 자장가는 멜로디도 가사도 내 맘에 쏙 들어 아이가 아가 때부터 꽤 오랫동안

불러주던 곡이다. 어쩄든 녹녹치 않았던 이들의 러브스토리는 브람스의 순애보가 제일 크게 부각 되었

다는 생각도 들고 세사람 모두는 세계적인 거장으로 남았다는 점. 클라라는 독일 100마르크 지폐의

주인공이 될 정도로 독일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장르별 숨은 클래식의 목록을 찾다 보니 귀에는 익었으나 제목이 낯설거나, 음악가는 알고 있으나 곡이

낯설거나 하는 경우가 있다. 그간 귀로만 익숙했던 곡들 중 책 속에서 들려주는 이력들을 찾아가니

한층 풍성해지는 클래식 상식이 쌓이는 느낌도 들었다. 보통 책 읽으며 클래식을 듣는 게 가장 집중이

잘 되어서 종종 틀어놓곤 하는데 오랜만에 잔잔한 클래식 음반들을 꺼내본다.


책의 말미에는 수록된 클래식 목록이 포함되어 있다. 책 속 QR코드를 읽으면 저자가 들려주는

곡과 설명을 들을 수도 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들리는 클래식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이젠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으로 들을 수 있겠다. 생각보다 우리 일상엔 클래식이 더 가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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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나를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라
무옌거 지음, 최인애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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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심리 전문가인 무옌거의 새 책 < 남들이 나를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라>

요즘 출간되는 책들 중엔 제목에서부터 임팩트  강하게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다소 돌직구 형식으로 풀어낸 책들을 읽으며 스스로의 경험담을 떠올리기도 하고, 공감대를 갖는다.

그 과정에서 한 번의 치유를 경험하고, 또 스스로의 성향을 진단하고, 개선해간다면 금상첨화다.

저자는 '생존 지혜서'라고 본인의 책을 표현하기도 했다.

다양한 사례들을 소환하여 인간 본연의 심성과 인생의 모순된 상황들에서 살아남는 법을 제시한다.


첫 번째 장을 펼치고 몇 줄을 읽어내려가다 혼자 빵 터졌다. 아~ 완전 내 얘기잖아?

벌써 한 20년은 된 이야기지만 아이를 키우며 직장맘이던 시절 우리 집은 전철 차고지와 가까워서

다행히 앉아서 출발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전철에서 앉기가 무섭게 꾸벅꾸벅 졸기 일쑤인

날들이었는데 잠결에 누군가 내 손등을 때리는 거다.@@ 자리에 앉은 사람이 나뿐인 것도 아니었고,

심지어 일부러 잠든척하는 것도 아닌데 얼떨결에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주변 승객들도 그어른의

행동에 난처한 얼굴로 나를 보며 웃고 있던 그날의 경험. 아이고.... 살다 보니 참 별일도 많다.

어쨌든,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내게 잊을 수 없는 황당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웃픈기억의 하나가 되었다.

사람은 선한 본성을 작고 태어난다. 하지만 선함과 악함은 본성보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기본 태도에서

비롯된다. 그 선함이 종종 자신보다 타인의 상황을 배려하다 보면 스스로가 힘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많은 경우 선한 사람들이 의도하지 않게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을 볼 때 참 안타깝다.

사람의 본성이 본래 나쁘지는 않지만 대부분 선한 사람들이 거절을 하지 못하는 경향이 많다 보니

스스로의 선함이 빚어낸 어려운 상황들이 종종 발생한다.

다양한 책 속 사례들은 빈번하게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상황들을 소환한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내린 성급한 판단으로 힘든 경험을 한 사례들을 통해 조금은 이기적인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자신의 한계를 아는 성숙한 사람의 특징은 맹목적이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으며, 언제나 겸손한

태도를 유지한다. 나 자신의 마음의 균형과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각자 자신의 일을 처리하며 상호 존중하는 자세가 가장 이상적임을 알지만

실생활에서는 그 선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간혹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며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이들도 있고, 친절한 태도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다 보면 당연한 권리인 줄 아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진정한 선량함이란 원칙과 관련된 문제이지 무조건 자신을 희생하고 헌신하는 것이 아님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삶은 보이지 않는 디테일이 무한히 쌓여 이루어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모든 현재는 과거의 내가 한

선택의 결과이기도 하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사회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례들에서 스스로의

중심을 찾는 일이기도 하다. 심리를 다루는 많은 책들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 중 하나는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사람과는 관계를 끊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얘기한다.

그간의 경험으로 돌이켜보아도 기본적인 태도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사람들이 분명 있기 마련

이다. 모든 사람에게 친절한 사람으로 거듭나기는 분명 어렵고, 불가능한 일이다.

튼튼한 자아를 가지고 원만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나만의 원칙을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경험이라는 점을 또 한번 생각하게 된다.

많은 관계 속에서 좋은 사람으로 나부터 거듭나보자. 단!! 부드럽지만 강단 있고 단호하게!!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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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와 모라
김선재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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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설명도, 작가도 전혀 공개하지 않고 도착한 한 권의 책.

온통 하얗고  미스터리한 책은 묵직하게도 두꺼운 종이에 인쇄가 되었다. 어딘지 비밀스럽고 제목도

목차도 없으니 한 문장, 한 단어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요즘은 이미 출간 전부터 도서에 대한 정보로, 작가의 인지도로 선택하는 경우도 종종 있고, 혹은 목적에

따라 장르를 선정하기도 한다.

전혀 정보 없는 책을 읽어나가는 느낌은 여러 감각들을 더 집중시키는 느낌이다.


등장인물의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읽으며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어느 정도 예측이 된다.

그리고 하나씩 퍼즐처럼 완성되어 가는 이야기들 속에서  다양한 키워드들이 등장한다.

<한 부모 가정, 재혼가정, 엄마와 아빠, 딸, 자매, 성장통, 가족, 인연, 추억, 죽음>

 

두 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서사는 무심하고 생활력 강한 엄마와, 따뜻하지만 무능력한 아빠를 둔

딸이 서로 가족으로 지내게 되었던 인연으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어떠한 사건으로 재회하게 되는

과정들을 담담하게 그린다.

그 둘에게는 확실하고 익숙한 일상적인 교감 같은 게 있었다.

아무리 살아도 여전히 처음인 것들을 감당해내며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기억은 종종 시간의 순서를 바꾸고 진짜와 가짜를 혼동하게 만든다는 것을 7년을 가족으로 지냈다가

20년 후에 재회한 두 사람은 각자의 기억으로 들려준다.

가끔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성향이 오히려 그 중간 어디쯤의 완충적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사람이라면 태어나서 일생을 보내고 죽음에 다가가는 시간, 일생이라는 걸 정하는 건 사람의 일이 아니

지만 그 일생을 사는 사람의 얼굴을 만드는 건 사람이 하는 일이다."라는 문장이 인상적이다.

다 읽고 나서 공개된 책의 제목은 김선재 작가의 <노라와 모라>라는 작품이다.

책을 읽으며 어쩐지 문장이 유난히 간결하다 생각했는데 작가는 소설보다 시를 더 많이 발표한 사람이다.

다소 짧게 느껴지는 소설은 그렇게 간결하지만 두 사람의 과거의 회상을 교차하는 과정에서 투명하게

그 시절을 드러내며 또 서로에게 살아갈 힘을 북돋운다.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더 애쓰게 된다는 심리적인 치유의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그녀들의

성장은 마지막 장을 덮으며 안도감을 갖게 한다.

따로 또 같이 성장하며  서로의 위안이 된 그녀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과 한 개인의 삶이 생각보다

개인적이고, 쓸쓸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세상의 노라와 모라 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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