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와 모라
김선재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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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설명도, 작가도 전혀 공개하지 않고 도착한 한 권의 책.

온통 하얗고  미스터리한 책은 묵직하게도 두꺼운 종이에 인쇄가 되었다. 어딘지 비밀스럽고 제목도

목차도 없으니 한 문장, 한 단어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요즘은 이미 출간 전부터 도서에 대한 정보로, 작가의 인지도로 선택하는 경우도 종종 있고, 혹은 목적에

따라 장르를 선정하기도 한다.

전혀 정보 없는 책을 읽어나가는 느낌은 여러 감각들을 더 집중시키는 느낌이다.


등장인물의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읽으며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어느 정도 예측이 된다.

그리고 하나씩 퍼즐처럼 완성되어 가는 이야기들 속에서  다양한 키워드들이 등장한다.

<한 부모 가정, 재혼가정, 엄마와 아빠, 딸, 자매, 성장통, 가족, 인연, 추억, 죽음>

 

두 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서사는 무심하고 생활력 강한 엄마와, 따뜻하지만 무능력한 아빠를 둔

딸이 서로 가족으로 지내게 되었던 인연으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어떠한 사건으로 재회하게 되는

과정들을 담담하게 그린다.

그 둘에게는 확실하고 익숙한 일상적인 교감 같은 게 있었다.

아무리 살아도 여전히 처음인 것들을 감당해내며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기억은 종종 시간의 순서를 바꾸고 진짜와 가짜를 혼동하게 만든다는 것을 7년을 가족으로 지냈다가

20년 후에 재회한 두 사람은 각자의 기억으로 들려준다.

가끔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성향이 오히려 그 중간 어디쯤의 완충적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사람이라면 태어나서 일생을 보내고 죽음에 다가가는 시간, 일생이라는 걸 정하는 건 사람의 일이 아니

지만 그 일생을 사는 사람의 얼굴을 만드는 건 사람이 하는 일이다."라는 문장이 인상적이다.

다 읽고 나서 공개된 책의 제목은 김선재 작가의 <노라와 모라>라는 작품이다.

책을 읽으며 어쩐지 문장이 유난히 간결하다 생각했는데 작가는 소설보다 시를 더 많이 발표한 사람이다.

다소 짧게 느껴지는 소설은 그렇게 간결하지만 두 사람의 과거의 회상을 교차하는 과정에서 투명하게

그 시절을 드러내며 또 서로에게 살아갈 힘을 북돋운다.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더 애쓰게 된다는 심리적인 치유의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그녀들의

성장은 마지막 장을 덮으며 안도감을 갖게 한다.

따로 또 같이 성장하며  서로의 위안이 된 그녀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과 한 개인의 삶이 생각보다

개인적이고, 쓸쓸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세상의 노라와 모라 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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