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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 강의 - 개정판 ㅣ 프로이트 전집 (개정판) 1
지크문트 프로이트 지음, 임홍빈.홍혜경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0월
평점 :

오스트리아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b.1856-1939)의 저술로
인간 정신의 과학적 분석과 사례를 강의했던 기록을 담은 것이다.
개인적으로 내게 프로이트 시리즈의 첫인상은 색채 분석가 고낙범작가의 표지화로 먼저 눈에 들어와
반가웠던 책인데 미술심리와 독서지도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부하며 반복해서 그의 이론들이 인용
되었다. 지난 연말 자격증 보수교육을 받으며 이 책을 읽으니 퍼즐 맞추기 하 듯 숙제를 조금 한 기분이지
만 역시 쉽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혼란의 카오스에 빠질 때쯤 다시 한번 반복해서 정리를 해준다는
점. 실제로 이 책은 의사들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그대로 담고 있는데 역시 독자의 흥미를
소홀히 하지 않는 문장가의 내공이 묵직한 이 책을 읽으며 종종 느껴졌다. 책을 읽다 보면 총 15권의
시리즈는 교차하듯 연결된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각주로 연결되는 시리즈를 제시한다.
각각의 권에서 다루고 있는 중점사항은 다르지만 그 이론들은 거미줄처럼 연결고리를 갖는다.
그래서 더 궁금해지는 주제의 책도 생겼다. 워낙 방대한 분량의 시리즈라 시작할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
데 역시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페이지를 넘어갈수록 더해졌다. 읽다 보니 정리하는 요령도 생기고
페이지의 속도도 늘었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실수, 꿈, 신경증에 관해 다루는데 흥미 있었던 건 그것들에
대한 속설을 오랜 경험의 임상과 과학적인 분석으로 풀어가는 방식이다.
특히 수면이나 꿈이 성인과 어린이의 경우 다르게 적용된다고 하는데 성인의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 중
하나는 일상생활을 중단하고 싶어 하지 않는 원인들이 작용된다는 것.

정신분석은 정신의학이 결여하고 있는 심리학적 토대를 제공하고 순수한 심리학적 보조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분야의 심리학적인 측면이 언급될 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이다. 정신분석은 정신을 감정, 사고, 의지와 같은 과정으로 정의하며 무의식적인 사고나
무의식적인 의지가 있다는 입장을 제시하는데 문화는 문화 창달을 위한 성적 욕망의 과정에서 승화 된
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정신분석학을 읽다 보니 인간의 다양한 성향이나 원초적인 본능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되는데 어떤 것에 반감을 가질 때 인간은 스스로 그것을 옳지 않은 것으로 간주해 버리려는 것
또한 인간의 본능이라고 설명한다.

실수 또한 우연한 현상이 아니고 진지한 정신적 행위, 혹은 심리적인 행위로 나타나는 전조나 징조라는
전제하에 정신활동은 서로 적대적인 경향들이 서로 갈등하고 어우러지는 영혼 속에서의 힘의 상호작용
임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정신분석에서 제시하는 이론들이다. 프로이트는 이 강의를 통해 우리가 지금
까지 탐구한 성과를 통해 기존에 취하고 있던 입장에서 새로운 것에 대한 가설을 받아들일 준비를
갖추게 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시사한다. 단지 이해하는 것만큼 우리가 실천으로 옮기기는
물론 쉽지 않을 테지만.
두 번째 주제인 꿈, 인류에게 꿈에 대한 관심은 점차 미신으로 발현되기도 했는데 그만큼 속설이 많은
분야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반면에 의사에게 꿈은 심리적 행위가 아닌, 정신생활 중의 신체적 발현으로
간주된다는 점이 새롭다. 예를 들어 자명종 소리에 잠에서 깨는 경우 우리는 종종 꿈속 장면의 연장선에
서 개입을 받게 되는 경험들을 하곤 한다. 신체적인 자극이 꿈에 대입되는 신기한 현상.
그러다 보니 성인과 어린이의 꿈이 다른 의미를 가지며, 더 깊은 잠을 자는 어린아이보다 깊은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성인의 경우 그런 사례들이 더 빈번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백일몽이라는 꿈과 관련된 말들이 생겨날 만큼 꿈은 현실과는 이질적인 반대적 의미로 알려져 있지만
실생활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괴로운 순간에 잠을 통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례나 기분 좋은 꿈을 꾸는 순간은 잠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거나 더 잠을 이어가며 꿈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례들도 마찬가지다.
꿈은 결국 무의식에 대해 알 수 있게 해주는 본래적인 것의 왜곡된 대체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간의 정신분석학의 미미한 인용들만으로 접했던 이론은 책을 읽으며 많은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다.
생각보다 정신분석학은 딱딱한 학명과는 달리 실생활에서 많은 부분에 걸쳐 관련되어있다는 점을 확인
하는 시간이었다. 생리학, 심리학, 문화, 과학, 종교, 신화 등 정신과학의 영역들에서 포괄하는 부분이
이렇게나 많고 세분화되어 있고,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서 왜곡된 정보들이 꽤 많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도 아이를 키운 엄마의 입장에서도 성인과 어린이의 상황들이 다르게 발현된다는 것을
알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지는 상황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프로이트는 인간 본성과 무의식, 신경증 등 인간의 이성이나 사회문화적인 작용들이 적용되는 사례를
통해 건강한 정신 주체로서(정신건강이 신체에도 발현되니 두 가지 모두에게) 이해의 폭을 넓히는 역할
을 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심리치료에서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인용되는 것을 이제서야 알겠다.
프로이트 시리즈는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정신적인 분석은 과학이나 의학적인 중요성보다 고전으로서
인간 중심의 요건들을 고루 갖추었다고 할 수 있겠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신화적인 측면이 아닌
정신 분석학적인 측면으로 인간 감정에 대한 이해를 통한 해석으로 받아들이는 체감온도는 확연히 다름
을 알게 되었다. 무척 예리하지만 친절하고 꼼꼼한 그의 강의는 냉철한 과학지식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탁월하고 따뜻한 명문장가의 내공을 느끼게 해주었다.
태산같이 느껴지던 이 시리즈의 첫발을 내딛고 보니 조금 더 그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졌다.
작년부터 매달 한 권의 고전 읽기 실천을 하고 있는데 올해는 프로이트 시리즈 중 몇 권을 추가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