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 강의 - 개정판 프로이트 전집 (개정판) 1
지크문트 프로이트 지음, 임홍빈.홍혜경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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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b.1856-1939)의 저술로

인간 정신의 과학적 분석과 사례를 강의했던 기록을 담은 것이다.

개인적으로 내게 프로이트 시리즈의 첫인상은 색채 분석가 고낙범작가의 표지화로 먼저 눈에 들어와

반가웠던 책인데 미술심리와 독서지도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부하며 반복해서 그의 이론들이  인용

되었다. 지난 연말 자격증 보수교육을 받으며 이 책을 읽으니 퍼즐 맞추기 하 듯 숙제를 조금 한 기분이지

만 역시 쉽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혼란의 카오스에 빠질 때쯤 다시 한번 반복해서 정리를 해준다는

점. 실제로 이 책은 의사들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그대로 담고 있는데 역시 독자의 흥미를

소홀히 하지 않는 문장가의 내공이 묵직한 이 책을 읽으며 종종 느껴졌다. 책을 읽다 보면 총 15권의

시리즈는 교차하듯 연결된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각주로 연결되는 시리즈를 제시한다.

 

각각의 권에서 다루고 있는 중점사항은 다르지만 그 이론들은 거미줄처럼 연결고리를 갖는다.

그래서 더 궁금해지는 주제의 책도 생겼다. 워낙 방대한 분량의 시리즈라 시작할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

데 역시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페이지를 넘어갈수록 더해졌다. 읽다 보니 정리하는 요령도 생기고

페이지의 속도도 늘었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실수, 꿈, 신경증에 관해 다루는데 흥미 있었던 건 그것들에

대한 속설을 오랜 경험의 임상과 과학적인 분석으로 풀어가는 방식이다.

특히 수면이나 꿈이 성인과 어린이의 경우 다르게 적용된다고 하는데 성인의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 중

하나는 일상생활을 중단하고 싶어 하지 않는 원인들이 작용된다는 것.

 

 

정신분석은 정신의학이 결여하고 있는 심리학적 토대를 제공하고 순수한 심리학적 보조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분야의 심리학적인 측면이 언급될 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이다. 정신분석은 정신을 감정, 사고, 의지와 같은 과정으로 정의하며 무의식적인 사고나

무의식적인 의지가 있다는 입장을 제시하는데 문화는 문화 창달을 위한 성적 욕망의 과정에서 승화 된

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정신분석학을 읽다 보니 인간의 다양한 성향이나 원초적인 본능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되는데 어떤 것에 반감을 가질 때 인간은 스스로 그것을 옳지 않은 것으로 간주해 버리려는 것

또한 인간의 본능이라고 설명한다. 

 


실수 또한 우연한 현상이 아니고 진지한 정신적 행위, 혹은 심리적인 행위로 나타나는 전조나 징조라는

전제하에 정신활동은 서로 적대적인 경향들이 서로 갈등하고 어우러지는 영혼 속에서의 힘의 상호작용

임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정신분석에서 제시하는 이론들이다. 프로이트는 이 강의를 통해 우리가 지금

까지 탐구한 성과를 통해 기존에 취하고 있던 입장에서 새로운 것에 대한 가설을 받아들일 준비를

갖추게 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시사한다. 단지 이해하는 것만큼 우리가 실천으로 옮기기는

물론 쉽지 않을 테지만.

 

두 번째 주제인 꿈, 인류에게 꿈에 대한 관심은 점차 미신으로 발현되기도 했는데 그만큼 속설이 많은

분야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반면에 의사에게 꿈은 심리적 행위가 아닌, 정신생활 중의 신체적 발현으로

간주된다는 점이 새롭다. 예를 들어  자명종 소리에 잠에서 깨는 경우 우리는 종종 꿈속 장면의 연장선에

서 개입을 받게 되는 경험들을 하곤 한다. 신체적인 자극이 꿈에 대입되는 신기한 현상.

그러다 보니 성인과 어린이의 꿈이 다른 의미를 가지며, 더 깊은 잠을 자는 어린아이보다 깊은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성인의 경우 그런 사례들이 더 빈번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백일몽이라는 꿈과 관련된 말들이 생겨날 만큼 꿈은 현실과는 이질적인 반대적 의미로 알려져 있지만

실생활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괴로운 순간에 잠을 통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례나 기분 좋은 꿈을 꾸는 순간은 잠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거나 더 잠을 이어가며 꿈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례들도 마찬가지다.

꿈은 결국 무의식에 대해 알 수 있게 해주는 본래적인 것의 왜곡된 대체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간의 정신분석학의 미미한 인용들만으로 접했던 이론은 책을 읽으며 많은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다.

생각보다 정신분석학은 딱딱한 학명과는 달리 실생활에서 많은 부분에 걸쳐 관련되어있다는 점을 확인

하는 시간이었다. 생리학, 심리학, 문화, 과학, 종교, 신화 등 정신과학의 영역들에서 포괄하는 부분이

이렇게나 많고 세분화되어 있고,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서 왜곡된 정보들이 꽤 많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도 아이를 키운 엄마의 입장에서도 성인과 어린이의 상황들이 다르게 발현된다는 것을

알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지는 상황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프로이트는 인간 본성과 무의식, 신경증 등 인간의 이성이나 사회문화적인 작용들이 적용되는 사례를

통해 건강한 정신 주체로서(정신건강이 신체에도 발현되니 두 가지 모두에게) 이해의 폭을 넓히는 역할

을 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심리치료에서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인용되는 것을 이제서야 알겠다.

프로이트 시리즈는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정신적인 분석은 과학이나 의학적인 중요성보다 고전으로서

인간 중심의 요건들을 고루 갖추었다고 할 수 있겠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신화적인 측면이 아닌

정신 분석학적인 측면으로 인간 감정에 대한 이해를 통한 해석으로 받아들이는 체감온도는 확연히 다름

을 알게 되었다. 무척 예리하지만 친절하고 꼼꼼한 그의 강의는 냉철한 과학지식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탁월하고 따뜻한 명문장가의 내공을 느끼게 해주었다.

태산같이 느껴지던 이 시리즈의 첫발을 내딛고 보니 조금 더 그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졌다.

작년부터 매달 한 권의 고전 읽기 실천을 하고 있는데 올해는 프로이트 시리즈 중 몇 권을 추가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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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나로 살 뿐 2 - 원제 스님의 정면승부 세계 일주 다만 나로 살 뿐 2
원제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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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1호 스님 <원제 스님의 5대륙 45개국 세계 만행기> 1권을 읽을 때 내 스스로의 선입견에

화들짝 놀라며 선을 그었던 마음은 2권을 마주하며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원제 스님은 스스로를 점검

하기 위해 떠난 여정이었다고 했는데 책을 읽으며 나 또한 내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삶을 자연스러운 인연의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라고 하는 스님의 글이 문득 이제서야 내

시야에 들어오는 건 아마도 내가 그은 선의 테두리 안에서 색안경을 끼고 봤던 이유 때문이겠다.

온전히 제대로 된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여행은 바로 수행이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수행은 고요한 산속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 타인들과의 만남에서 깨달음과

발견이 수반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하게 되었다.

여행이 풍요로워질 수 있는 것은 의도치 않은 오류와 변화 덕분이 지 알고 있는 사실의 재확인 때문이

아니며, 객관적인 사실을 완전한 진실로 받아들이고 싶어 하는 우리의 욕망은 여행자로서의 오만이라고

하는 생각에 너무 공감했다.

 

스님의 여행기에서는 안목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등장한다. 자신의 삶을 가치있게 만들기 위해 자기 삶

의 뚜렷한 중심이나 안목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매가 되듯 삶의

경험들이 수천수만이라도 자기만의 안목으로 통찰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멋진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카메라의 위치에 따라 인물과 풍경이 달라 보이듯, 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사람의 색다른 모습이 드러날

수도 세상의 다른 의미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깨우침에 대한 공감.

스님의 여정에서 행선지는 단지 다양한 사람들과 세상을 만나는 하나의 키워드이기도 하다.

사건을 대하는 관점과 안목은 순전히 본인의 책임임을 여러 상황들에서 일깨우는데 성인이 되면

안목에 따른 삶의 모습이나 결과도 당연히 스스로의 몫임을 인정해야 한다. 때로는 안목이 아닌

집착이 스스로의 감옥이 되어 스스로를 옭아매는 감옥이 되기도 한다는 점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종종 우리가 범하는 일상의 오류이기도 하다.

스님의 여행기를 읽으며 이번 책에서는 박장대소를 여러 번 하기도 했다. 세계여행이라고 하면

치안에 대한 우려가 늘 뒤따르게 마련이다. 스님의 여행 또한 그 치안과 관련된 소소한 사건들이 에피

소드로 담겼는데 동네 꼬맹이들의 위협에 혼비 백반 하여 달아난 사건이나, 소매치기를 당했던 상황들.

나도 유럽여행 중에 뒤따라오며 내 가방의 지퍼를 여는 소매치기들에 당황해서 이들을 쫓았던 경험이

있던 터라 스님의 에피소드에 내 경험이 더해져 웃음이 났다.

그런데 참 궁금한 점은 소매치기라고 하면 필사적인 수단을 동원할 것 같은 예상을 깨고 이들은

지퍼를 열어서 지갑을 꺼내려는 수법을 쓴다는 게 사실 좀 어설퍼서 그런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웃음이 날 수밖에 없었다.
 

스님의 여행기를 따라 나 또한 여행 아닌 여행을 한다. 인간의 삶에 대한 통찰.

인간의 삶이란 정 반대로 보이는 축복과 족쇄를 묘하게 조합하는 연속이라는 것. 마냥 즐겁게 취할 수도

고통스럽다고 버릴 수도 없는 아이러니에 대해 생각한다. 매사의 인연에 순조롭게 응하며

모든 것이 변한다는 진리 앞에서 사람은 종종 과거와 기억에 매달리게 된다는 것.

기억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며, 과거의 행복과 만족이 지금 눈앞에서 재현되기를 원하는 삶 또한

집착이자 욕망이라고 스님은 이야기한다.

정중동 동중정 靜中動 動中靜

"고요함 가운데 움직임이 있고, 움직임 가운데 고요함이 있다."

수도자의 완벽한 모습이 아니라, 때로는 갈등하고, 어설픈 속임수에 속기도 하고, 그저 평범한

한 사람으로서의 실수와 내적 갈등과 장난스러운 에피소드들을 통해 스님의 여행기는 진정한 수도의

과정을 보여준다. 어떤 상황을 변화시키는 큰 개혁을 혁명"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혁명이란

바깥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닌 내가 바뀌는 것, 내가 바뀌고 시선이 바뀌면 바깥의 사람들과 세상이

모두 자연스럽게 변화되는 과정이 스님의 여행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세계여행을 계획한 스님의 이야기에서 세계 일주의 블랙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꼭 봐야 하고 경험

해 봐야 하는 인상적인 곳들을 꼽고 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오히려 일상에서 내가 꼽고 싶은

블랙홀에 대해 생각했다. 삶을 돌이켜 볼 때 일상의 모든 순간에 어떤 성과를 내기란 불가능하다.

어떤 물리적인 이익이 아니라도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순간이라면 분명 무익의 순간이 아닌 내 삶의

비타민 같은 에너지를 내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내 삶의 일정 부분은 무익의 즐거움을 위한 시간에 할애하고 싶다.

스님의 여행기는 이미 꽤 오래된 10여 년 전 여행의 기록이다. 스님의 세계여행의 경험들과 그간의 시간

들이 더해진 기록으로 함께했던 원제 스님의 세계 일주에 동행하며 얻은 결론은 중요한 일일수록 힘을

빼고 편안한 마음으로 다가서야 한다는 것. 막연하고 먼 것을 추구하느라 눈앞의 소중함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적당히라는 말은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적당히 건강하고, 적당히 행복하라는 그의 마지막 말이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토닥임처럼 마음에

남았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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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
이선 지음 / 궁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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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를 올해 마지막 읽은 책으로 읽으며 참 탁월하다는 생각을 했다.

식물의 기원은 무려 4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인류의 시작은 200만 년 전에 불과하다는 사실만으

로도 우리 조상들이 경외했던 자연에 대한 이유가 충분하다. 인류의 조상들은 그런 자연에 압도 당하지

도 않았고, 자연과 가까이 지냈으나 섣불리 해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 인류는 코로나라는 희대의 전염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류 문명의 발전은 생활의 편리함을

안겨줬으나 그만큼의 부작용이 늘 경고되어왔었다. 코로나라는 바이러스 또한 자연의 균형이 깨어지며

일어난 비극이라는 설이 있을 만큼 인간과 자연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식물연구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전문가인 저자는 식물의 생태를 빌어 인간의 삶과 자연의 관계를

다양한 관점에서 들려준다. 네 글자의 사자성어나 속담을 통해 들여다본 식물의 세계는 놀랍도록

인간의 삶과 닮아있음을 실감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로마시대로부터 출발한 아이가 태어나면 나무를

심고, 그 생장을 보며 아이의 미래를 점치기도 했다는 사실과 많은 성현들의 삶에서도 자연을 존중하며

살아왔던 생활태도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공자의 가르침에 일생의 계획은 어릴 때 있고, 1년의 계획은 봄에 있으며,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있다는

가르침과 뿌리가 튼튼해야 가지가 무성하다는 <근고지영>같은 사자성어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현대사회는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토종 생태계라는 단어 또한 무색한 시대가 되었다.

그런 와중에 한창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었던 핑크뮬리라는 식물이 요즘은 유해한 식물종으로 분류가

되며 다시 한번 화제가 되기도 했다. 토종 생태계만큼이나 중요한 공존공생의 관계를 돌아보고,

각자도생, 혹은 적자생존의 다양한 사례들을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서 살펴보는 과정에서 많은 깨달음이

느껴진다. 사람도 그렇지만 나무와 꽃의 고고한 운치와 품격도 주변이나 집의 품격에 걸맞아야 한다는

것. 적지 적소에 적당하게 어우러지는 것이 자연에서도 인간세계에서도 중요하다는 사실.

누울 자리를 보고 가지를 뻗는 나무들의 생장이 빚어내는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들.

책 속에 실린 풍성한 자료들과 사진을 보며 많은 정보를 얻기도 했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자연 속으로

순간이동하는 힐링의 시간이 되기도 했다.

삶이 고되다고 하지만 우리는 종종 도심 한복판의 아스팔트 위에서도 식물의 생장 순간을 목격하기도

한다. 산 정상위의 바위틈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많은 이들에게 그 자체가 하나의 울림이 되기도 한다.

사람의 삶이나, 식물의 삶이나 쉬운 것이 있겠냐만, 삶은 그 와중에도 이어진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날씨가 추워진 뒤에 그 푸르름이 더욱 두드러지는

소나무. 추사 김정희는 말년에 고독한 삶을 보냈지만 제자인 이상적의 옛 스승에 대한 고마움을

세한도의 발문과 그림 오른쪽에 찍은 붉은 인장으로 그 마음을 절절하게 담았다.

<장무상망>이라는 글자에는 그 마음을 오래도록 잊지 않겠다는, 스승의 진심 어린 감사가 담겼음을

알고 나니 마음 한편이 참으로 따뜻하고 먹먹해진다.


사람의 얼굴에서도 식물의 생장에서도 그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신기하게도 생명을 가진 생명체는 스스로 치유하며 살아가게 된다고 하는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흔적이 어딘가에는 남아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인간의 트라우마가 생기고, 식물은 그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나무의 송진을 제거한 흔적이 오랜 시간 상처처럼 남아있는 모습의 자료 사진을 보니 그 모습이

생생하게 와닿는다. 신기한 삶의 흔적들을 보듬으며 살아가는 식물과 인간의 삶

어쩐지 숙연해지는 순간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식물의 생장을 통해 식물과 인간의 관계를 중첩해서 보여준다. 사자성어를 통해 간결

하고 예리하게 소개하는 과정에서 식물에 대한 정보와 더불어 한편의 인생 드라마를 한발 떨어져서

묵도한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기고만장하다고 할 만큼 인간의 과학기술이 첨단으로 발전하는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올 한 해는 또 다른 전환점이 되는 시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너무 익숙해서 소중함을 몰랐던 일상과 마찬가지로 자연은 늘 우리 곁에 있지만, 정복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잘 보존하고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존재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었다.

식물에 관한 정보만큼이나 마음 챙김이라는 키워드가 공존했던 소리 없이 강한 한 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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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진
이동은.정이용 지음 / 창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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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고시원의 삶, 독거노인, 연상연하 커플, 한 부모 가정, 투잡... 무척이나 묵직한 키워드 들인데

누군가의 삶에서 그런 척박한 환경이나 상황은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하는 삶의 일부라는 것과,

어떤 제도나 절차에서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는 상황들이 씁쓸하게 다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또 살아지는 것. 또 살아야 하는 것.

생각해보면 삶은 쳇바퀴처럼 돌아간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아이가 어릴 때 부모는 자녀를 양육하고

자녀가 성장하면 또 부모님이 연로해지시니 어느 순간부터는 자녀들이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시기가

온다. 결국 사람은 혼자 자신의 삶을 꾸리는 것이 아니라 돌고 돌아 한 바퀴의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가정이건, 직장이건 역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르게 주어진다.

 

 

누구나 자신이 주어진 환경에서 좀 더 나아지기 위한 애를 쓸 뿐이다. 늘 한결같을 수 없으니 그 과정에

서 번아웃이 오기도 하고, 보람 있는 순간을 맞기도 하고, 생각보다 어렵게 느껴지던 일들이 지나고 보면

별거 아닌 순간들도 오게 마련이다. 작가 에필로그에서 작가는 미국 소설가의

"삶은 날씨이고, 삶은 식사다"라는 말을 인용하기도 했는데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누구 나의 인생.

책의 제목 진. 진 은 등장인물의 이름이기도 하고, 또 다른 의미로 삶을 이야기한다.

결국 그래픽 노블이라는 다소 말랑말랑한 장르를 통해 의외로 진지하고 묵직한 인생의 이야기를

너무나도 담담하게 제시하는 한 권의 책. 어떤 결론을 내리지도 교훈을 남기지도 않는다.

어떤 삶이 좋은 삶이었고, 어떤 삶이 성공인지 저마다의 기준이 같을 수 없는 만큼 결국 인생은 그저

살아내는 거라고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

요즘 느끼는 삶의 소중함은 생각보다 사소함에 있다는 것을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가장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요즘이 아닐까? 어쩌면 그런 면에서 또 이 책은 하나의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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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홈카페 - Coffee, Non Coffee, Fruit, Dessert
김도희 지음 / 샘터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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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보다 홈 카페 즐기는 나지만
카페 일상이 자유롭지 못한 요즘 카페의 쓸모에 대해 새삼 생각하는 날들이었다.

이 책에서는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직장인인 저자가 집에서 만들어봤던 다양한 메뉴들을 소개한다.

취미가 업이 되는 경험들이 종종 많은 분야에서 소개돼 곤 하는데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용 홈 카페

메뉴들이 반갑다.

메뉴들은 커피류와 비커피, 과일 데코 메뉴와 각종 디저트들이 수록되었다.

계절에 따라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활용 가능한 메뉴들이니 응용하여 활용하거나, 레시피대로 만들어

봐도 좋을 것 같다. 요즘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홈 카페 재료들이 많아서 어렵지 않을 듯.


푸른 바다 연상되는 바다 라테,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 되는 메뉴.

커피와 음료에도 이젠 건강이 담긴다. 흑임자와 다양한 건강 재료를 조합한다.

한동안 돌풍을 일으켰던 달고나 라테. 나는 개인적으로 액체보다 사탕처럼 만드는 달고나 커피가 좋다.

달고나를 집에서 직접 만들거나, 시판되는 달고나를 사서 아이스크림이나 커피 혹은 음료와 토핑 해도

간단하고 맛있는 메뉴가 된다.

흑당은 타피오카가 있어야 제맛! 요즘엔 타피오카도 살짝 데우기만 하면 되는 인스턴트들이 많아

이 메뉴 또한 어렵지 않지만 타피오카부터 준비할 수 있는 레시피가 담겼다.

 

이제 본격적인 딸기의 계절, 딸기와 함께 어우러지는 메뉴들은 실패 확률 제로.

상큼하고 달달하게 딸기 음료와 디저트들을 곁들이면 생각만으로도 달달해지는 시간.

로투스쿠키는 한창 직장생활을 할때 자주 있는 컨벤션에서, 혹은 회의 때 종종 먹곤 했던 핑거푸드.

달달한 달고나 맛 로투스만으로도 여러 가지 응용이 되는구나. 이번에 가장 먼저 만들어보고 싶은 메뉴.

열량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달달한 디저트를 계획한다.

휘리릭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군침 나는 메뉴들을 구상하게 만드는 책. 근간에 읽었던 책 중 가장

맛있는 책. ^^


어쨌든
지금은,
홈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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