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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권력의 비밀, 지도력(地圖力) - 지도를 읽으면 부와 권력의 미래가 보인다
김이재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5월
평점 :

지금까지 이렇게 재미있는 지도책은 없었다. 심지어 기획과 구성이 너무 알차다.
지도력地圖力에 대한 정의부터, 발로 뛰는 현장형 학자인 지리학자의 시선이 담긴 인사이트가 풍부했다.
사람의 삶의 반경을 넓히는 두 가지 방법으로 운전과 외국어를 꼽는데 저자는 무려 6개국어를 구사한다
하니 지도력에 더해 조금 더 시야가 밝는 삶이라는 점에서 부럽기도 했다.
지리는 국가와 사회의 흥망을 좌우한다고 할 만큼 지리학은 통치자의 학문으로, 현장성을 포함해
공간적 의사결정으로 다양한 시선으로 조망하는 능력을 다룬다.
지도는 그래서 역사적으로 개척자의 필수품으로 꼽히기도 한다.
책에서는 권력의 지도, 부의 지도, 미래의 지도라는 세 가지 주제로 세계사를 바꾸고, 세계 경제를 주름
잡아온 지리와 관련된 사례들을 분석하고, 예측한다.
지리적 존재인 호모지오그래피쿠스인 인간 역사의 기원에서부터, 역사적인 인물 중 아리스토텔레스와
알렉산더 대상의 사례를 들었다.
지도의 강국이 세계를 장악했던 대영제국의 왕립지리학회를 소개하고, 우리나라에도 조선 초기에
아시아, 인도, 중동, 아프리카까지 표시된 <일강리역대국도지도>로 당시 조선의 왕실과 통치자들의
혁신적인 세계지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교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더 이상 빛을 보지 못했던
안타까운 사례들도 제시한다. 실학자 이익도 지도력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했지만 대부분의 사대부들은
세금 징수의 기준이 되는 국내 지도 이외에는 관심이 없었던 아쉬운 부분이다.
세계무역을 주도했던 네덜란드에도 어김없이 지도 열풍을 짐작할 수 있는 자료들이 많은데, 그중에서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는 지도를 많이 그린 화가이기도 하고, 그의 작품 중
지리학자를 표현하는 재료로 금보다 더 비쌌던 청금석을 재료로 하는 푸른 물감을 듬뿍 써서 그에 대한
존경심과 부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두 번째 파트인 <부의 지도>에서는 우리에게 명품으로 익히 잘 알려진 에르메스, 루이비통, 구찌,
샤넬 등 고전적인 브랜드를 비롯해 스타벅스와 삼성전자 등 다양한 기업에 얽힌 스토리를 통해 지도력과
연결된 그들의 브랜드 성장 역사를 지리와 관련해 재미있게 소개했다.
근간에 에르메스 전시에서 유독 말과 관련된 작품들이 많았던 이유들이 이제서야 더 이해가 된다.
에르메스 기원의 최고 고객이 말이었던 역사적 배경을 알고 나니 브랜드의 성장에도 통찰의 지도력이
반드시 필요함을 느낀다.
지리적 상상력으로 세계를 점령한 브랜드 샤넬의 이야기 또한 책으로, 영화로도 워낙 많이 소개가 되어
익숙하지만 지도와 관련된 관점으로 지리적인 성장 배경이 기반이 되고, 샤넬은 자신의 운명을 지도력
으로 극복하여 브랜드 성장 기반의 핵심요소로 활용한 결과를 만들었다.
마지막 <미래의 지도>파트에서는 지도력을 기반으로 앞으로 나아갈 비전을 제시한다. 과거의 지도력이
아날로그적인 요소를 주요 기반으로 한다면 현재를 시작으로 앞으로 미래의 지도력은 훨씬 더 정교하고
빨라졌다. 먼저 이동하는 자가 큰 기회를 잡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세계는 하루의 생활권으로 묶였
고, 코로나로 인해 오히려 그 속도가 더 빨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놀라운 것은 과거의 콜레라 시대에도 콜레라 지도가 있었듯, 지금의 코로나 시대에 지도력은 그때보다
더 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신년에 달력을 보는 사람은 이제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라고 한다. 지도를 펼치는 사람이 앞으로
100년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인용된 이어령 교수의 문장을 읽으며 역시 시대를 앞서가는 석학의
통찰에는 지도력이 이미 오래전부터 중요한 이슈로 자리 잡았음을 알게 된다.
지리적 상상력이 판타지 문학 속의 상상력과는 다르게 구체적인 현실과 경험에 기반을 둬 사고를 확장해
나간다는 점과 지도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주변 경관을 창의적으로 해석하는
지리적 상상력의 꾸준한 훈련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자연환경과 인문적인 요소를 통합사고하는 과정에서 지도력의 공간적 분석을 습관화하는 연습이 중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