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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의 마음 - 심리학, 미술관에 가다
윤현희 지음 / 지와인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애정 하는 화가들의 그림과 심리학이 만났다. 화가와 작품의 미학과 서사를 심리학의 주제들과 연결해
읽다 보니 작품을 통해 화가 자신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탐구부터, 심리와 성향의 발현과 무의식의 세계
까지 조금 더 넓은 관점으로 작품에 다가갈 수 있었다. 심리학에서 내담자에게 심리검사를 하는 방법도
사람과 집, 나무나 가족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이렇게 그림은 종종 그 사람의 심리상태를 고스란
히 드러내기도 한다. 15명 화가의 120여 점 작품을 감상하는 방식에 심리학적인 시선을 더해 접근하는
느낌은 어딘지 더 내밀하게 다가가는 느낌이 들어서 더 좋았다.
사실 예술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방식에 이론적인 설명과 분석이 잘못 더해지는 과정을 별로 선호하지
않지만 심리학적인 시선의 적절한 접근은 감상자의 입장에서도 편안함을 주기도 한다.
예술적 창조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최초의 화가는 알브레히트 뒤러다.
무려 40년간 자신의 자화상을 그렸던 렘브란트는 뒤러 이후 100년이 지나서야 이루어진 작업이었다고
한다. 자화상은 라틴어로 portrahere에서 유래되었는데 '무엇을 그리다' 혹은 '발견하다'란 의미를 뜻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자화상은 자신에 대한 진지한 탐구와 고민을 함축하고 있는 장르가 틀림없다.

5개의 단락으로 소개된 책에서는 천재와 광인 사이의 예술가의 이중적인 면모와 그 사이에서 자화상을
그리며 스스로의 성찰을 이어가는 것과 낭만시대의 색채와 감정을 통한 표현이 주를 이루는 작품
들을 통해 행복과 심신의 안정을 찾아가던 작가들의 흔적, 예민함과 창의성을 표현한 내향적인 성격의
화가들이 남긴 작품들, 우울과 불안의 현대인의 감성을 표현한 작품들, 억눌린 무의식의 감정의 표출을
담은 작품들이 말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지 등등 작품과 연계한 심리학적 관점이 잘 어우러졌던 책.
모네는 대중의 작품에 대한 감상과 해석에 대한 단상을 남기기도 했다.
'모두들 내 작품을 논하고 이해하는 척한다. 마치 이해해야만 하는 것처럼... 단순히 사랑하면 될 것을..'
작품과 작가에 대한 분석과 이해도 필요한 경우가 있지만, 그림을 감상하는 순간만은 온전히 자신만의
감상을 누리는 것이 잘못된 감상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떤 해석이 곁들여지지 않으면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그림을 감상하는 방식도 스스로의 경험들이 더해져 진화해
가는 것이 가장 올바른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화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들을 그림에 담는다. 페르메이르는 공간을 통해 외부와 현실사
이의 경계와 자아를 고요한 시선으로 강렬하게 표현하는가 하면, 다양한 여인들의 모습을 통해 시선을
끄는 장면들을 절묘하게 포착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천문학자와 지리학자 등 남성들의 공간을 담아
내기도 한다. 한 사람의 예술가의 생애와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그런 서사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심리
학적인 관점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작품을 통해 작가의 정체성과 심리가 드러나고, 감상자의 시선은 자신의 관심사와 관점에 따라 감상이
달라지기도 한다. 심리학과 관련된 키워드 중 유독 그림과 색채에 관련된 것들이 많은 것도 색채가
정서에 미치는 영향들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분석하게 하는 원인이 되었는데, 색채는 심리학적으로
개인적 관점이나 주관적인 성향으로 인해 보편성을 찾기가 어려워 의견이 분분한 상태라고 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예술가와 작품들에 접근하는 이야기들을 읽으며 무척 편안하고 좋았던 이유를 생각해
봤다. 작품 해설이 아니라,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작가 개인의 상황이나 시대적인 상황들을 연결하여
미술과 심리학의 접점들을 절묘하게 찾아가는 과정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수록된 작품들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 다수인 탓에 익숙하고 반가웠던 점도 있지만,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해가 더해져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간 느낌이 들기도 했다. 미술심리를 공부하며 느꼈던
점은 어떤 특별한 치료보다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치유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점에서 화가와
작품을 이야기하는 이 책을 읽다 보니 결국 인간에 대한 이해로 귀결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예술의 역할 중 어쩌면 가장 큰 역할이 시대를 초월한 삶의 모티브로서의 질문과 대답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