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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ㅣ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플루타르코스 지음, 신복룡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9월
평점 :

신神은 인간의 놀라움을 담아낸 가장 장엄한 말이다.(중략)
옛 그리스 로마인들은 그들을 '영웅'이라 불렀다. 인간이면서도 인간의 조건 안에 갇히지 않고,
한계를 넘어 신의 영역 안으로 도전하는 자,
그래서 영웅은 신과 인간의 결합으로 태어난 반인반신의 존재로 여겨졌다. 김헌 교수의 추천글로 시작
되는 강력한 한 문장과 그간의 영웅전이 주었던 선입견을 완전히 바뀌게 해 준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시
리즈는 전권 완독의 의지를 불태우게 하는 솔깃함으로 다가왔다.
플루타르코스는 고대 그리스 시대의 철학자, 정치가 겸 작가로. 그는 중기 플라톤주의 철학자들 중의
한 명이었으며,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외에 유명한 저작으로는 《도덕론》이 있다.
그는 이 책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쓴다고 생각했으나, 거울을 들여다보듯 영웅들의 행적을 돌아보고,
자신의 삶을 고치면서 영웅들의 미덕을 따라가다 보니 결국에는 이 책이 자기를 위한 것이 되었다고
말한다.
플루타르코스는 영웅들을 불러 자기 집에 묵게 하고 그들의 자질을 생각해보고, 각기 짝을 이루어
두 사람을 비교하고 살피며 그들의 말과 행동 가운데 가장 값지고 후대에 기록할 만한 내용을 뽑는 것을
이 책을 쓰는 원칙으로 삼았다.

이 책을 읽으며 영웅에 대한 인간의 기대감은 어쩌면 약간 종교와도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위대한 능력을 가진 누군가를 추종하는 삶에서 인간은 묘한 안정감을 느끼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런의
미에서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시리즈는 기본적인 장르에 대한 신선함으로 다가왔고 일단 책의 편집이
가독성을 높여주기도 했다. 가방 속에 넣고 다녀도 버겁지 않았던 강렬한 표지는 그 자체로 호기심과
몰입력을 이끌어 낸다. 진정한 영웅이 존재하지 않는 시대에 사실 뭔가 문장들에 의지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시작된 대장정의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이 기쁘다.
요즘 한창 우리나라는 다음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온통 나라가 시끄러울 지경이고, 우리는 또 좀더
나은 지도자를 뽑기 위해 고심하고 분투하지만 결국 매번 실망스러운 결과들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시기에 만났던 이 시리즈의 특별하지 않은 영웅들의 특별한 서사는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한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내적인 면보다 외적인 시끌벅적함에 열광한 것은 아닌지,
"우리의 임무가 성공하면 공무로 온 것이고, 실패하면 개인 자격으로 온 것입니다."
키오스 섬의 통독을 지낸 파이다레토스는 젊은날에 3백인 부대에 뽑히지 못하자 이 나라에 자신보다
훌륭한 사람이 3백 명이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고, 그 자체로 기뻐하는 진정성을 보여준다.
진정한 영웅은 스스로의 영웅성을 추종하기보다 대의를 위한 결과를 받아들일 줄 아는 태도도 필요하다.

"나는 미각이 심장보다 더 예민한 사람과는 함께 살고 싶지 않습니다."
이 한 문장마저 너무 탁월하게 공감이 가서 몇 장 남지 않는 페이지가 아쉬울 지경이었다. 그러나 아직
이 시리즈에는 남은 영웅들이 많다! ^^
바보가 현자에게 배우는 것보다 현자가 바보에게 배우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은 우리가 진작부터 알고 있는
진실이다. 어린이가 어른의 스승이라는 말처럼. 현명한 사람들은 바보들이 저지른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바보들은 현자의 성공을 본받으려 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바로 그런 노력들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영웅전을 읽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었다.
로마 시민이 권력의 막강함에 도취하여 휘청거리는 동안 적국은 전쟁의 참화를 거치고 정신을 차리며
힘을 비축해 로마를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했다.
밖에서 의로운 사람은 가정도 소홀히 하지 않고, 가정에 소홀한 사람은 남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과 가족에게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말처럼 태도는 그 사람의 인생의 방향을
움직이는 나침반이 된다. 부모는 또 자식의 또 다른 환경이 된다는 말처럼 우리 시대의 특출한 영웅
한 사람보다 우리 스스로가 영웅이 되고자 삶을 다독여아한다는 것을 책의 페이지를 넘기며 더욱
강하게 와닿았다.
책에서는 두 사람의 영웅을 비교하고 소소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지만, 결국 우리는 긴긴 코로나 시대에도
한 번쯤은 누구나 느꼈을 누구 혼자의 힘으로는 세상에 영향력을 미칠 수 없고, 간혹 가능하다고 해도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책표지에서 부여하는 의미들까지 과하게 해석을 하는 것일지
모르겠지만 이 영웅들의 삶 속에서 우리의 삶의 많은 경우들이 투영되는 묘한 공통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의 삶은 크게 다르지 않고, 그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마음을 갖느냐 하는 것이
이 영웅전이 주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엊그제 도서관에 가니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시리즈가 전권이 입고되어있어서 잠깐 반가웠지만
대여해서 읽기보다는 소장하고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 권씩 정복해 보려고 한다.
아직도 읽어야 할 분량이 많이 남았다는 게 기대감으로 다가온다. 영웅들의 이야기가 생각보다 우리의
일상과 그리 멀리 있지 않음을 알게 해 준 고마운 시리즈였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