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간과 사진 ㅣ 제프 다이어 선집
제프 다이어 지음, 김유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3월
평점 :

이번에 출간된 <제프 다이어 선집>3권의 시리즈 중 첫 번째로 읽은 책은 사진 비평서로
<인간과 사진>이다. 문학에서 재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는 논픽션 저술의
대가로 그 자체가 하나의 장르라고 꼽힐만한 이유가 무엇일지 직접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
이 들었다. 제프 다이어는 보고 생각한 것을 통해 새로운 것을 알아차리게 되고,
글쓰기 전에는 갖지 못했던 사고事故를 갖게 된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비평°은
작품 안에 내재한 진실이 표현되기를 바라며 그 반응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기록하고
보존하는 기회라고 정의한다.
하나의 기록으로서의 사진은 존재를 가능하게 하거나 최소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것을 눈에 띄게
만들었다. 책에서는 40여 명의 사진가들을 언급하는데 그중에서 내가 알고 있는 작가의 이야기는 유독
더 반갑고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한 장의 사진과 사진가들에 대한 비평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학적 관점들을 무척 방대하고 새롭게
풀어간다. 사진으로 보여지는 자체에 담긴 작품같은 묘사와 분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확장된 그의
시선이 더해져 사진은 어느새 접어두고 또 다른 이야기들의 여러 갈래로 안내하는 책이다.
<외젠 아제의 파리>
원근법은 공간뿐 아니라 시간을 다룬다. 눈앞의 광경은 정오를 가리키지만, 거리가 끝나는
모든 곳에서는 날이 저물고 있는 것 같다. 사진 깊숙한 곳까지 휘감아 들어가는 거리나
골목의 풍경은 실제로 멀리까지 닿을 뿐 아니라 과거로 되돌아간다.
-앤서니 레인-

사진이 등장하기 시작하며 미술사에서 회화의 방식도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사진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
들은 여전히 순간의 포착이라는 단순한 기능적 정의에서 머물게 되지만, 정작 사진 한 장이 주는 의미는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표면적 눈속임에 속지 말아야 한다.
장면을 기록하고, 기억을 재구성하는 정도로 사진의 역할이 끝이 아님을 이제는 또 너무 잘 안다.
그런 의미에서 제프 다이어는 사진의 예술적 감성에 풍부하고 다양하게 접근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작품들을 읽다가 마침 반가운 전시가 있어서 책을 읽고 보너스처럼 다녀왔다.
인류와 문명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다루는 안드레아 거스키Andreas Gursky(b.1955) 개인전이 개막했다.
현대문명의 발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를 포착하여 거대한 사회와 그 안의 개인이라는 미미한
존재에 대해 스펙터클하게 담아내는 사진가.
이미 나는 <문명>이라는 주제의 사진전을 해설했던 경험에서 이미 사진에 대한 거장들의 시선을 직접
느껴보고 이야기를 했던 경험이 있어서 책을 읽으며 너무 설레고 전시장에서 마주하는 작품들이 더
인상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이 외에도 제프 다이어는 사진과 많은 사진가들,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전반에 대한 역사와 예술까지
더해 보이는 것 속에 보이지 않는 것이 형성되고 다양하게 재활용되는 작품들과 그 너머까지를 제시해
사진과 관련된 여러 갈래의 이야기들을 이어주는 길라잡이 같은 역할을 했다.
그리고 작가의 삶, 혹은 숙제에 대한 의견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다층적 의미의 사진들에서 우리는 겨우 한 가지, 드러나 보이는 것에 그치곤 하는 것은 아닌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해석하고 싶은 대로 해석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래리설튼의 말을 인용해 "좋은 사진은 마치 어떤 생명체가 내 방에 들어오는 것과 같다."라는 말은 사진 한
장이 주는 의미에 대해 실감하게 하는 문장이다. 제프 다이어는 책을 통해 사진과 삶과, 세계를 오버랩
하여 사진이라는 매체가 담고 있는 사색의 가능성의 깊이를 실감하게 해 주었다.
사진으로 삶의 성찰을 담아낸 그의 나머지 책들이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