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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위로 - 글 쓰는 사람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곽아람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평점 :

<공부의 위로>라는 제목에는 참 많은 의미가 담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란 무엇일까?
평생 공부"라는 단어는 참 다양한 모습으로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또 필요하다.
익숙한 것이 편해서 차일피일 미루던 컴퓨터 업그레이드를 미뤘다가 보내야 할 글의 마감이 임박
해서 진땀을 뺏다. 막상 업그레이드하고 보니 이렇게 편안한데 왜 진작 실행하지 않았는지 또
이렇게 일상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공부란 그런 것이다.
대학시절의 교양과목의 기억을 되짚으며 다양한 분야의 공부의 맛을 체득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여정이 반가웠다. 공부 전후의 획을 그어 확연히 구분될 만큼의 획이"적인 변화가 아니라,
공부는 학문이나 기술을 익히고 터득해 가는 과정 자체의 깨달음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돌이켜보니 학창 시절의 공부는 지식을 투입하는 과정이었다면, 그 시절의 공부와 식견이 더해
져 또 다른 세계를 다양하고 단단하게 채워가는 과정이므로 거듭나는 것 같다.
무용한 일에 시간을 투자하고 쓸모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들 중에는 유용하게 두고두고 쓰임
을 더해가는 일들이 많다. 전시해설을 하다 보니 기회가 될 때마다 여러 강의들을 듣곤 하는데
간혹 마음에 차지 않는 강의를 마주하는 경우가 있다. 강의의 질이 문제라기보다 나의 식견이
부족해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일 테지만, 그런 부실한 시간도 언젠가는 또 회자되어 유용하게
쓰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 단지 비효율적인 순간이 있을 뿐이다.
한동안 창의력이 교육계에 화두가 되어 열풍을 일으킬 때가 있었다. 어린아이들부터 창의력을
키우고자 학원들이 성행하곤 했는데 주입식으로 창의력을 키운다는 말 자체가 모순이다.
요즘은 다행히도 창의력 기반의 그런 학원 열풍은 좀 사라진 것 같지만 여전히 어떤 하나의 바람
처럼 교육에도 유행처럼 번지는 이슈들은 끊임없이 생산되었다가 사라지곤 한다.
그 속에서 얼마나 중심을 잘 잡고 진정한 공부의 내공을 쌓아가는지는 오롯이 개인의 몫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것은 저자의 경험들을 토대로 나의 기억을 소환하며, 공부의 쓸모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공감대를 발견하는 부분이었다. 그 과정이 늘 순탄하고 즐겁지 않았고, 지나고
보니 그마저도 그리운 시간들이지만 내 아이를 비롯해, 지금 한창 공부해야 하는 아이들이 이런
느낌을 좀 일찍 알았으면 좋겠는 게 엄마의 욕심이지만, 또 어쩌겠나.
세상 모든 일에는 경험치 만큼의 깨달음이 있기 마련인 것을.
책 속의 책, 그리고 책 속의 예술작품들도 보너스처럼 좋았고,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들 속에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유익한 독서였다. 그러고 보니 나도 여전히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공부와 고군분투 중인 일을 놓지 못하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공부는 평생 이어가는 것이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틀리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