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난 줄 알았는데 인생은 계속됐다 - 암을 지나며 배운 삶과 사랑의 방식
양선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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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마음을 일으키는 부축의 매뉴얼>이라는 책 표지의 문구가 저자가 겪었던 힘겨운 시간을 대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타인의 큰 상처보다 내 손가락의 작은 생채기가 훨씬 힘겹게 느껴지는 것이 사람 마음이라고해도 생과 사의 경계를 눈앞에 마주하고, 남겨지는 가족들을 생각하게 되는 상황이라면 타인의 일이라고 해도 그냥 넘겨지기 힘들어진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아프면 온 가족이 아프다.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이 삶의 가장 기본적인 숙원인 이유이기도 하다. 아파서 고통스럽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고통을 주게 되니 더욱 힘든 시간이 된다.

너무나도 미약한 인간의 마음이 때로는 거대한 힘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마음먹기에 따라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자세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삶이라는 여정 자체가 어쩌면 파도타기의 연속일 수 있는데 길지 않은 인생에 되도록이면 큰 탈 없이 무탈하게 지낼 수 있는 나날이길 기도한다. 이미 상상 밖의 팬데믹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중이지만, 그마저도 우리는 감당해 내고 있지 않나. 요즘 내가 해설하는 작품에서 미래에 대한 예측을 하는 인공지능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작가는 미래에 대해 더 많이 상상하고 예측하게 되면 오히려 삶은 더 희망적이지 않게 된다고 한다.

현재의 소중함을 누리지도 못하고, 한 번뿐인 지금 이 시간을 우리는 어쩌면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기대와 걱정으로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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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 (출간 15주년 기념 백일홍 에디션) - 박완서 산문집
박완서 지음 / 열림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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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산문집 <호미> 출간 15주년 기념 백일홍 에디션이 출간되었다. 꽃을 피우고 오래 피어있다는 의미가 담겨있고, 꽃말은 '인연'을 뜻한다.

어릴 때 아빠 책꽂이에서 눈에 띄었던 책 제목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책 제목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는데 지금은 최신 개정판으로 내 책꽂이에 자리한다.

지난해 박수근 화가의 <봄을 기다리는 나목>전시교육을 진행하며 개인적으로 내게 더 특별한 인연의 작가가 되었다. 다소 늦은 나이에 등단을 하게 되었던 작품 속 인연의 주인공 또한

작가의 시선을 느끼게 해 주는 대목이다.



동시대의 스펙터클한 장르와 미려한 젊은 작가의 문장을 마주하다가 연배가 있는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느끼는 감동은 분명 온도차가 있다. 세월과 경륜의 흔적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지는 나도 또한 이제는 옛날 사람의 연배가 되어가고 있으니까 그럴 테지만. 나이가 드는 것은 그런 자연의 섭리를 알아가고 그것에 순응해가는 과정임을 알아가는 것.


아무리 4월에 눈보라가 쳐도 봄이 안 올 거라고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변덕도 자연의 일부일 뿐, 원칙을 깨는 법은 없다.

자연의 질서를 긍정하고, 거기 순응하는 행복감에는 그런 불안감이 없다.

<p22 박완서_호미 >


4개의 단락으로 작가의 감회는 정원을 가꾸듯 일상을 다독이며 살아가는 소소한 행복을,삶을 살아내게 했던 희망을 잃지 않았던 태도를, 느지막이 갖게 된 종교에 대한 감회를,

소중한 딸에게 남기는 엄마의 진심 어린 기도 같은 글들을 담고 있다. 나도 딸을 키우는 엄마가 되고 보니 작가의 소회 가운데 출가한 딸이 '몸과 신경을 쪼개어' 살아가야 하는 삶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걱정하는 그 한 문장만으로도 찡해진다.

그 느낌을 너무나도 잘 아니까. 이런 문장을 읽으며 나 또한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누구나 가장 치유가 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우가 바로 이렇게 누군가 마음을 알아주는 순간일 것이다. 그래서 문학의 역할, 문장의 역할이 커지는 순간이다.



어릴 때는 막연하게 어른이 되면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완전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던 순간이 있었다. 그런데 살아보니 삶은 스스로의 한계를 깨닫고 인정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에 종종 마음이 상한다. 얼마 전 아빠가 잘 키워낸 지인의 아이들 얘기를 하셨는데 나는 무척 마음이 무거웠다. 이제는 노년의 부모님에게 자랑하고픈 훌륭한 어른이 못된 것 같았던 자괴감이었겠으나 지금도 여전히 내 삶은 진행 중이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래도 돌아보면

후회가 덜 한 삶으로 남고 싶다는 생각은 끊임없이 하곤 한다.

호미로 땅을 일구는 일은 고된 노동이 아니라, 다독임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 삶을 대하는 태도 또한 그렇게 자연스럽게 때로는 박차를 가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마지막 장을 덮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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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 (출간 15주년 기념 백일홍 에디션) - 박완서 산문집
박완서 지음 / 열림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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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많은 굴곡을 겪어낸 선배로, 또 엄마의 마음으로 조곤조곤 담긴 감회가 따뜻하고 정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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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 - '아무 몸'으로 살아갈 권리
김소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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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대해, 존재에 대해 통찰적인 시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을 읽다 보니 요즘 내가 해설 중인 전시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디지털 세상의 가시성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 떠올랐다.

위계질서나 차별적인 시선에서 오염 데이터로 분리되어 존재가치가 사라지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로 실종자, 국적 불명자 그리고 기타 여러 존재들 가운데 50세 이상의 여성이 포함되었다는 다소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곤 씁쓸해졌다. 물론 시사 코미디의 한 코너를 패러디한 다소 과장된 작품 속 이야기지만 무려 17만 명의 존재가치는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는 사실.

우리의 몸은 누구나 나이가 들어가며 자연스럽게 소모되어갈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장애와 비장애로 이분법적 시선을 갖는가 하면 내실보다 외양에 치중하는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는 안타까운 순간들이 종종 발생한다.


물리적인 운동 참 못하고, 싫어하는데 언젠가부터 운동의 필요성과 효과를 스스로 깨닫는 계기도 있었고 책 속 내용 중 퍼스널 트레이닝 이야기를 하며 근육이 무너지는 상태의 표현을

비닐봉지에 체지방이 담긴 풍선 같은 상태라는 말에 웃기면서 괜히 뜨끔한 마음이 들기도했다. 가끔 공원에 나가보면 왜 그렇게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지 이제는 좀 이해가 되는 나이가 되었다는 씁쓸한 현실. 건강은 역시 건강할 때 지키는 것이라는 말 또한 진리다.

몸에서 확장되어 생의 전반, 그리고 우리 주변의 다양한 존재들과 그들의 반려동물까지도 아우르는 책을 통해 결국 우리는 혼자가 아닌, 누군가의 체온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도.

참 많은 감정의 기복을 경험하게 되었던 책이었다. 전철에서 읽다가 사소한 문장에 울컥해 난감했던 순간도, 복잡한 차 안에서 유난히 까칠했던 사람들을 마주하며 느껴졌던 씁쓸함도 책을 읽으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되돌아보게 했던 시간이었다.

좀 더 관대하고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까칠하고 민감한 사람들을 마주하는 순간이 더욱 그렇다. 기억을 잃은 뒤에도 그 태도가 드러날 만큼 자기 삶 속에 깊이 뿌리박히는 태도를 연습한다는 책 속 문장에 그래서 더 공감했다.

늘 에너지 넘칠 것 같았던 몸이 어느새 중년으로 접어들며 피로감을 느낄 때가 많아졌다. 스스로의 몸의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기. 이 또한 우리에게 너무나도 필요한 일이다.

건강검진을 하듯, 몸의 긴장과 이완의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도 부쩍 하게 되는 요즘이다.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짠하지'만 온기를 나눌 수 있는 관계들은 그마저도 극복할

힘이 된다. 첨단 기술도 할 수 없는 바로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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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자리
고민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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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에 어떤 숫자를 더하면 영은 사라지고 그 숫자만 남고, 영에 어떤 숫자를 곱하면 그 숫자는

영으로 바뀌고, 혼자서는 영을 벗어날 수 없고, 다른 숫자에 기댈 때 우주의 단위만큼 거대해

질 수 있는 숫자 "0"



아직 1이 되지 못한 세상의 모든 0이 겨우 1이 되는 과정을 촘촘한 단위로 나누었다.

원근법이 발견되고 세상의 혁신이 시작되었다면, 지금은 위에서 아래를 향하는 전지적 시점

이라고 해야 하나. 하늘에서 내려다 본 까마득한 지구와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생인류.

첨단의 시대에서 나노입자만큼이나 존재감이 세분화되는 시대의 존재들.

존재감을 드러내고, 존재의 흔적을 남기는 과정이 사람의 인생 여정이 되는 건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만들어내는 숫자 0의 여정

자릿값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해 나가는 숫자 0의 여정.

동그란 지구 위에서 동그란 숫자 0처럼 우리도 동그랗고 유연하게!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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