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나를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라
무옌거 지음, 최인애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담 심리 전문가인 무옌거의 새 책 < 남들이 나를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라>

요즘 출간되는 책들 중엔 제목에서부터 임팩트  강하게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다소 돌직구 형식으로 풀어낸 책들을 읽으며 스스로의 경험담을 떠올리기도 하고, 공감대를 갖는다.

그 과정에서 한 번의 치유를 경험하고, 또 스스로의 성향을 진단하고, 개선해간다면 금상첨화다.

저자는 '생존 지혜서'라고 본인의 책을 표현하기도 했다.

다양한 사례들을 소환하여 인간 본연의 심성과 인생의 모순된 상황들에서 살아남는 법을 제시한다.


첫 번째 장을 펼치고 몇 줄을 읽어내려가다 혼자 빵 터졌다. 아~ 완전 내 얘기잖아?

벌써 한 20년은 된 이야기지만 아이를 키우며 직장맘이던 시절 우리 집은 전철 차고지와 가까워서

다행히 앉아서 출발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전철에서 앉기가 무섭게 꾸벅꾸벅 졸기 일쑤인

날들이었는데 잠결에 누군가 내 손등을 때리는 거다.@@ 자리에 앉은 사람이 나뿐인 것도 아니었고,

심지어 일부러 잠든척하는 것도 아닌데 얼떨결에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주변 승객들도 그어른의

행동에 난처한 얼굴로 나를 보며 웃고 있던 그날의 경험. 아이고.... 살다 보니 참 별일도 많다.

어쨌든,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내게 잊을 수 없는 황당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웃픈기억의 하나가 되었다.

사람은 선한 본성을 작고 태어난다. 하지만 선함과 악함은 본성보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기본 태도에서

비롯된다. 그 선함이 종종 자신보다 타인의 상황을 배려하다 보면 스스로가 힘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많은 경우 선한 사람들이 의도하지 않게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을 볼 때 참 안타깝다.

사람의 본성이 본래 나쁘지는 않지만 대부분 선한 사람들이 거절을 하지 못하는 경향이 많다 보니

스스로의 선함이 빚어낸 어려운 상황들이 종종 발생한다.

다양한 책 속 사례들은 빈번하게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상황들을 소환한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내린 성급한 판단으로 힘든 경험을 한 사례들을 통해 조금은 이기적인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자신의 한계를 아는 성숙한 사람의 특징은 맹목적이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으며, 언제나 겸손한

태도를 유지한다. 나 자신의 마음의 균형과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각자 자신의 일을 처리하며 상호 존중하는 자세가 가장 이상적임을 알지만

실생활에서는 그 선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간혹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며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이들도 있고, 친절한 태도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다 보면 당연한 권리인 줄 아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진정한 선량함이란 원칙과 관련된 문제이지 무조건 자신을 희생하고 헌신하는 것이 아님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삶은 보이지 않는 디테일이 무한히 쌓여 이루어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모든 현재는 과거의 내가 한

선택의 결과이기도 하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사회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례들에서 스스로의

중심을 찾는 일이기도 하다. 심리를 다루는 많은 책들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 중 하나는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사람과는 관계를 끊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얘기한다.

그간의 경험으로 돌이켜보아도 기본적인 태도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사람들이 분명 있기 마련

이다. 모든 사람에게 친절한 사람으로 거듭나기는 분명 어렵고, 불가능한 일이다.

튼튼한 자아를 가지고 원만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나만의 원칙을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경험이라는 점을 또 한번 생각하게 된다.

많은 관계 속에서 좋은 사람으로 나부터 거듭나보자. 단!! 부드럽지만 강단 있고 단호하게!!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라와 모라
김선재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에 대한 설명도, 작가도 전혀 공개하지 않고 도착한 한 권의 책.

온통 하얗고  미스터리한 책은 묵직하게도 두꺼운 종이에 인쇄가 되었다. 어딘지 비밀스럽고 제목도

목차도 없으니 한 문장, 한 단어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요즘은 이미 출간 전부터 도서에 대한 정보로, 작가의 인지도로 선택하는 경우도 종종 있고, 혹은 목적에

따라 장르를 선정하기도 한다.

전혀 정보 없는 책을 읽어나가는 느낌은 여러 감각들을 더 집중시키는 느낌이다.


등장인물의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읽으며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어느 정도 예측이 된다.

그리고 하나씩 퍼즐처럼 완성되어 가는 이야기들 속에서  다양한 키워드들이 등장한다.

<한 부모 가정, 재혼가정, 엄마와 아빠, 딸, 자매, 성장통, 가족, 인연, 추억, 죽음>

 

두 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서사는 무심하고 생활력 강한 엄마와, 따뜻하지만 무능력한 아빠를 둔

딸이 서로 가족으로 지내게 되었던 인연으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어떠한 사건으로 재회하게 되는

과정들을 담담하게 그린다.

그 둘에게는 확실하고 익숙한 일상적인 교감 같은 게 있었다.

아무리 살아도 여전히 처음인 것들을 감당해내며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기억은 종종 시간의 순서를 바꾸고 진짜와 가짜를 혼동하게 만든다는 것을 7년을 가족으로 지냈다가

20년 후에 재회한 두 사람은 각자의 기억으로 들려준다.

가끔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성향이 오히려 그 중간 어디쯤의 완충적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사람이라면 태어나서 일생을 보내고 죽음에 다가가는 시간, 일생이라는 걸 정하는 건 사람의 일이 아니

지만 그 일생을 사는 사람의 얼굴을 만드는 건 사람이 하는 일이다."라는 문장이 인상적이다.

다 읽고 나서 공개된 책의 제목은 김선재 작가의 <노라와 모라>라는 작품이다.

책을 읽으며 어쩐지 문장이 유난히 간결하다 생각했는데 작가는 소설보다 시를 더 많이 발표한 사람이다.

다소 짧게 느껴지는 소설은 그렇게 간결하지만 두 사람의 과거의 회상을 교차하는 과정에서 투명하게

그 시절을 드러내며 또 서로에게 살아갈 힘을 북돋운다.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더 애쓰게 된다는 심리적인 치유의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그녀들의

성장은 마지막 장을 덮으며 안도감을 갖게 한다.

따로 또 같이 성장하며  서로의 위안이 된 그녀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과 한 개인의 삶이 생각보다

개인적이고, 쓸쓸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세상의 노라와 모라 들을 응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샘터 2020.12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0년 11월
평점 :
품절


 

 매월 새달의 알림을 보름 먼저 알리는 샘터의 2020년 마지막 호가 벌써 출간되었다.

올 한 해는 참 위태위태했음에도 여전히 시간은 흘러갔고.. 또다시 긴장되는 날들이 이어진다.

이제 불과 한 달여 남은 올 한 해 모두 자중하고, 또 조심하는 일상으로 차분히 마무리되길.

그리고 새해에는 올 한 해의 아쉬웠던 일상이 제자리를 찾길 바라본다.


이번호에도 다양한 기사들을 담았다. 항상 샘터는 먼저 읽고 아빠에게 드릴 생각에 조금 더 서둘러

보곤 한다. 아빠도 가방에 종종 샘터를 넣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시곤 하던데.

세대에 따라, 연령에 따라 공감대가 각자 다르지만 또 그렇게 세대의 교집합을 찾아가는 잡지.

매월 소개되는 정기구독 소식, 올 연말의 따뜻한 선물로 1년 내내 매월 행복한 선물을 받는 느낌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착한 잡지 샘터를 읽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마음속 온기를 조금씩 충전하려나.

 

이번호에서 소개된 탑의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이 영락없는 한겨울이다. 탑이 있어서 마을 이름조차

탑리리가 된 동네. 내 눈에는 매월 소개되는 탑들이 별반 달라 보이지 않지만 연말이라 그런지,

유난히 경건하고 차분하게 느껴진다.

 

요즘 읽었던 부모 교육서 한 권이 떠오르는 코너다. 아이들은 부모가 걱정하는 이유로 불행해지거나

부모가 만족스럽게 생각하는 것들로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문장에 뜨끔하다.

부모가 자식을 가르치면서 저지르기 쉬운 또 하나의 잘못은 사랑으로 인해 판단력이 흐려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해서는 안될 일은 선을 그어야 한다. 설사 자식의 앞날을 위한 일이라고 해도 자식에게

부모의 불의와 부도덕을 보여주는 것보다 더 큰 불행은 없다는 뼈 있는 문장을 새겨본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어려운 시대를 사는 지구촌의 소식이 인상적이고 따뜻하게 와닿았다.

이탈리아에서는 카페 페소 caffe sospeso라는 캠페인이 있단다. 나와 남의(1+1) 커피값을 지불하면

누군가 그 한 잔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제도다.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에서 시작된 커피 나눔 캠페인은

장보기로도 이어졌다. 소스 페소 spesa sospesa 내가 구매한 장보기의 일부 품목을 남겨두고 오면

필요한 사람이 가져다 먹을 수 있는 제도이다. 스펠링에 sos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오는데 정말

어려운 이들에게 단비 같은 제도가 아닌가 싶어서 읽는 마음도 훈훈하다.

이탈리아에서 커피 맛을 묘사하는 말로 "amaro"는 맛이 쓰다는 뜻이지만 향이 짙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지난날들이 쓰기만 했던 것이 아니라 우리를 짙고 강하게 만들어 주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말에

공감이 된다. 우리도 종종 인생을 쓴 커피와 같다고도 표현하는데 재미있다.

감자와 동태! 안 어울릴 것 같은 조합이지만 고로케로 만들어 먹으면 그렇게 맛이나나보다.

겨울엔 동태가 참 쓸모있겠다. 보글보글 동태탕과 동태감자 고로케, 동태살을 이용하면 편하다고 하니

한번 만들어 먹어보고 싶다. 아~ 고소하고 담백하겠다.

문화가 산책도 연말답게 풍성하다. 올해는 문화예술 공연 나들이가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던 날들이라

그나마도 요즘처럼 간간이 들려오는 공연 소식들이 반갑다. 마침 얼마 전 출판사 초대로 다녀온

모노드라마 공연이 소개되어서 반갑게 회상했다. 책 속 문장들을 충실하게 재현해 냈던 공연.

그리고 참 오랜만의 연극 나들이 등등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콘트라바스에 관한 명칭의 유래

부터 한 연주자의 이야기 속에서 삶을 담아냈던 한편의 공연과 책. 쥐스킨트의 작품이다.

유난히 올해 일회용품의 소비가 더 많아진 이유는 바이러스 때문이기도 하다. 위생상 한동안 사용 자제를

했던 일회용품들의 사용이 더 많아졌고,  설상가상으로 그 잔재들이 많이 쌓여가는 실정이다.

제로 웨이스트 운동으로 스마트한 분리수거를 소개하고 있는데 더 많이 활성화되어 지구촌의 쓰레기를

좀 줄여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 외에도 올 한해 떨쳐버렸으면 좋았을 것들에 관해,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 그리고 사물에 깃든,

근대 건축에 깃든 이야기들을 고루 담은 샘터 12월 호는 특히나 더 풍성하게 느껴진다.

이제 남은 올 한 해의 마지막 한 달은 정말 잘 보내보고 싶다. 늘 지난날들은 아쉬움들이 남기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한해 조용히 숙고할 시간들도 많았고, 소소한 것들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절실히

깨달은 한 해였다. 시간이 많아지면 일상의 여유가 많아질 거란 생각도 착각이었고, 역시 시간은

쓰임에 따라 길어지기도 했다가, 한없이 부족하기도 했다는 걸 경험한 날들이었다.

건강한 겨울을 위한 월동준비도 차근차근해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미화되었다
제페토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말(글)은 가시 돋친 생명체다. 밖으로 내보내기 앞서 구부리고 깎고 표면을

다듬지 않으면 필경 누군가를 다치게 한다.

댓글 창은 여론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떠들썩한 광장이라는 댓글시인 제페토의 시詩와 성립의

표지 그림이 더해졌다. 익명의 뉴스 댓글로만 10년째 활동하는 제페토 시인의 2015년부터 2020년까지의

글이 담겼다. 휘리릭 넘겨보다 안간힘°이라는 단어가 마음속에 콕 박혔다.

 


특별한 하루가 아니라 별일! 없는 하루를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력을 다하는 순간을 보내고

있는지, 그렇게 버티어 내는 이들의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마음에 와닿는다.

어릴 때 매일매일 이어지는 뉴스를 보며 신기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어떻게 끊이지 않고 뉴스가

이어지는지.... 평안은 뉴스가 되지 않고, 별일 없는 날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 올해는 일상"이라는 단어가 가장 낯설고도 어려운 단어가 되었음을 실감하는 나날이다.

 

시인의 글은 별일들에 대한 댓글로만 이어지지 않는다.

일상을 담은 한 줄의 글, 그리고 포토뉴스 등의 글들과도 함께 어우러진다.

얼마 전 밀린 신문을 읽다가 빵 터지는 순간을 경험했다. 아이가 신문을 읽다가 빨간 볼펜으로 신문의

기사에 대한 몇 가지 코멘트를 달아놓은 것이었는데 마냥 아이 같은 그녀가 새삼 참 많이 컸구나를 느낀

순간이다. 올해 스무 살을 맞은 그녀의 눈에도 어이없는 어른들의 세계가 분명 있겠구나를 생각했다.

어른은 나이로 되는 것이 아니다를 종종 실감한다. 오죽하면 '철없는 어른'이라는 모순적인 어휘가

생겼겠는가.

많은 이들의 덕분에.

그나마도 위태로운 올 한 해를 엉거주춤 넘어가고 있다. 삶의 구석구석에서 힘든 일들을 묵묵히 이어가는

고마운 이들을 떠올린다. 어렵고 힘든 일들을 감당하는 이들이 그만큼의 대가를 제대로 보상받는 세상

이 되면 좋겠다. 대부분의 일상에서는 남보다는 나, 우리보다는 내 가족들만의 안위를 생각하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이렇게 또 덕분에 나 아닌 우리를 돌아본다.

요즘 SNS를 타고 종종 등장하는 챌린지. 잠깐의 이슈가 아니라 꾸준한 관심과 변화가 조금씩이라도

이어지는 날들이면 좋겠다.

매일매일 하루의 시작을 위해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운전 중 신호대기를 하는 순간마다 엉뚱한 상상을

종종 하게 된다.  일기예보처럼 가까운 미래의 일들을 알려주고, 움직일 수 있는 순간이나 멈춰야 하는

순간을 알려주는 일들이 가능하다면 참 좋겠다는 어이없는 상상.

예측불가한 인생이라 더 의미가 있다지만, 너무 예측불가한 일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날들이 참으로

버겁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보다는 좀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는 것이 또

삶이라는 아이러니.

문득,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방법이 떠올랐다. 지난날들의 신문기사와 포토뉴스에 표기된 날짜.

요즘 10년 다이어리를 쓰는 나는 해마다 10년간의 오늘을 동시에 소환하는 일상을 보낼 예정이라

과거의 오늘이 될 하루하루를 게으르게 보낼 수가 없다. 하루하루가 모여 한 사람의 인생이 되듯,

그렇게 소소한 오늘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다. 엊그제 100년 만에 가을비로 최고치가 내렸다는데

이제 곧 눈이 쌓이는 겨울이 코앞이다. 옷장도, 마음의 월동준비도 해야 하는 시기.

 

문학으로서의 시가 이렇게 일상과 가까이 닿아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 삶이 담긴 소통의 언어로

소개된 제페토 시인의 시詩, 댓글이라는 얼굴 없는 글들을 통해 많은 이들이 상처받고, 지금도 누군가는

키보드가 가장 날카로운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지 못한 채 사용하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안 그래도 팍팍한 일상에 이왕이면 따뜻한 온기를 품은 언어로 소통하길 기대해본다.

제페토 시인의 또 다른 책, <그 쇳물 쓰지 마라>를 통해 다시 지난날들의 기억을 소환해보기로 했다.

그때보다 지금은 그래도 조금 나아진 날들이길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가 철학할 때 - 아동 정신분석의 거장 위니콧에게 배우는 아이와 부모의 관계
김은옥 지음 / 궁리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동 정신분석의 거장 위니콧의 대상관계 이론을 기반으로 절대적 의존기에서 상대적 의존기에 이르기

까지 정신 발달을 촉진하거나, 방해하는 요인들을 23개의 주제로 나누어 정리해 놓았다.

저자의 20년 임상경험이 더해진 사례들을 통해 충분히 좋은 엄마로의 방향을 제시한다.

위니콧은 완벽한 부모가 없기에 어떤 아이든 크고 작은 상처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전제를 제시한다.

자기를 지탱해 줄 건강한 사람이 없을 때 정신의 병이 생긴다고 할 만큼 자녀의 성장에서 엄마의 역할

은 그만큼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강의 형식으로 풀어놓은 각장의 주제들을 읽으며 미술심리치료 공부를 하며 경험했던 여려 임상의 경험

들이 떠올라서 더 공감이 되었다. 실제로 미술심리 수업의 과정에서 수강생들이 때로 임상의 대상이 돼

기도하는데 실제로 어렸을 때의 트라무마가 성인이 된 지금까지 남아있던 경험들을 다수 목격했다.


유아기의 환경은 곧 엄마라고 할 만큼 엄마의 정신건강은 필수조건으로 자녀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

엄마가 행복해야 곧 아이도 행복해진다는 말은 그래서 분명한 원칙이기도 하다. 건강한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대상에 대한 관심 능력을 발달시키고, 돌봄과 사랑을 받은 것도 중요하지만 더 많은 책임을

지고 타인에게 베풀고 사랑하며 이생을 즐기는 법을 배워나가야 한다고 설명한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준다는 것은 집을 짓는 것만큼이나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친밀한 인간관계는

충분히 받아본 사랑 경험에서 나온다고 정신분석가들은 설명한다.

아이가 태어나서 첫 1년이 절대적 의존기로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도 이 시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불안이 많은 엄마는 아이를 과잉보호하게 된다. 아이가 두려워하거나 나약해 보일 때 불안을 미리예견

하여 지나치게 불안에 대한 관심을 보이면 아이의 불안은 더 강화된다. 그 과정에서 엄마가 다 해주면

평생 아이는 자라지 않는  아이가 된다. 아이의 주도성을 뺏는 일은 아이의 자발성과 고유성을 뺏는

행위로 가장 지양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한다. 청소년기의 반항도 무의식을 해방하려는 첫 시도로

꼽고 있다. 청소년기의 문제는 현재의 문제라기 보다 기억조차 할 수없는 과거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1차 탄생기가 중요하고, 그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2차 탄생 기인 청소년기에

만회를 할 수 있다니 성장기 중 사춘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혼란스러워한다고 한다. 삶을 생생하게 느끼기 위한

질문이며 따라서 이 시기의 청소년이 다소 우울하고, 공허하고, 외로워하는 것은 그 과정의 일환이라고

하니 청소년기의 아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올바른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는 시행착오의 경험

과 시도가 그만큼 중요한 과정이므로 그 시기의 양육자의 태도가 더 중요한 이유이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생물학적 신체 변화뿐 아니라 심리적 변화기이기도 하다고 책에서는 설명한다.

아이만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도 탄생한다. 누군가에게 편안히 의존하고 대상을 신뢰할 수 있는 건

굉장한 심리적 성취라고 할 정도로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래서 엄마의 철학은 자녀와 엄마의 건강한 성장의 기본이고 핵심이다.

자녀와 엄마의 동반성장을 위해 오늘도 "Good enough mother" 충분히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