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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20.12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0년 11월
평점 :
품절

매월 새달의 알림을 보름 먼저 알리는 샘터의 2020년 마지막 호가 벌써 출간되었다.
올 한 해는 참 위태위태했음에도 여전히 시간은 흘러갔고.. 또다시 긴장되는 날들이 이어진다.
이제 불과 한 달여 남은 올 한 해 모두 자중하고, 또 조심하는 일상으로 차분히 마무리되길.
그리고 새해에는 올 한 해의 아쉬웠던 일상이 제자리를 찾길 바라본다.

이번호에도 다양한 기사들을 담았다. 항상 샘터는 먼저 읽고 아빠에게 드릴 생각에 조금 더 서둘러
보곤 한다. 아빠도 가방에 종종 샘터를 넣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시곤 하던데.
세대에 따라, 연령에 따라 공감대가 각자 다르지만 또 그렇게 세대의 교집합을 찾아가는 잡지.
매월 소개되는 정기구독 소식, 올 연말의 따뜻한 선물로 1년 내내 매월 행복한 선물을 받는 느낌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착한 잡지 샘터를 읽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마음속 온기를 조금씩 충전하려나.
이번호에서 소개된 탑의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이 영락없는 한겨울이다. 탑이 있어서 마을 이름조차
탑리리가 된 동네. 내 눈에는 매월 소개되는 탑들이 별반 달라 보이지 않지만 연말이라 그런지,
유난히 경건하고 차분하게 느껴진다.
요즘 읽었던 부모 교육서 한 권이 떠오르는 코너다. 아이들은 부모가 걱정하는 이유로 불행해지거나
부모가 만족스럽게 생각하는 것들로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문장에 뜨끔하다.
부모가 자식을 가르치면서 저지르기 쉬운 또 하나의 잘못은 사랑으로 인해 판단력이 흐려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해서는 안될 일은 선을 그어야 한다. 설사 자식의 앞날을 위한 일이라고 해도 자식에게
부모의 불의와 부도덕을 보여주는 것보다 더 큰 불행은 없다는 뼈 있는 문장을 새겨본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어려운 시대를 사는 지구촌의 소식이 인상적이고 따뜻하게 와닿았다.
이탈리아에서는 카페 페소 caffe sospeso라는 캠페인이 있단다. 나와 남의(1+1) 커피값을 지불하면
누군가 그 한 잔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제도다.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에서 시작된 커피 나눔 캠페인은
장보기로도 이어졌다. 소스 페소 spesa sospesa 내가 구매한 장보기의 일부 품목을 남겨두고 오면
필요한 사람이 가져다 먹을 수 있는 제도이다. 스펠링에 sos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오는데 정말
어려운 이들에게 단비 같은 제도가 아닌가 싶어서 읽는 마음도 훈훈하다.
이탈리아에서 커피 맛을 묘사하는 말로 "amaro"는 맛이 쓰다는 뜻이지만 향이 짙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지난날들이 쓰기만 했던 것이 아니라 우리를 짙고 강하게 만들어 주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말에
공감이 된다. 우리도 종종 인생을 쓴 커피와 같다고도 표현하는데 재미있다.
감자와 동태! 안 어울릴 것 같은 조합이지만 고로케로 만들어 먹으면 그렇게 맛이나나보다.
겨울엔 동태가 참 쓸모있겠다. 보글보글 동태탕과 동태감자 고로케, 동태살을 이용하면 편하다고 하니
한번 만들어 먹어보고 싶다. 아~ 고소하고 담백하겠다.
문화가 산책도 연말답게 풍성하다. 올해는 문화예술 공연 나들이가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던 날들이라
그나마도 요즘처럼 간간이 들려오는 공연 소식들이 반갑다. 마침 얼마 전 출판사 초대로 다녀온
모노드라마 공연이 소개되어서 반갑게 회상했다. 책 속 문장들을 충실하게 재현해 냈던 공연.
그리고 참 오랜만의 연극 나들이 등등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콘트라바스에 관한 명칭의 유래
부터 한 연주자의 이야기 속에서 삶을 담아냈던 한편의 공연과 책. 쥐스킨트의 작품이다.
유난히 올해 일회용품의 소비가 더 많아진 이유는 바이러스 때문이기도 하다. 위생상 한동안 사용 자제를
했던 일회용품들의 사용이 더 많아졌고, 설상가상으로 그 잔재들이 많이 쌓여가는 실정이다.
제로 웨이스트 운동으로 스마트한 분리수거를 소개하고 있는데 더 많이 활성화되어 지구촌의 쓰레기를
좀 줄여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 외에도 올 한해 떨쳐버렸으면 좋았을 것들에 관해,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 그리고 사물에 깃든,
근대 건축에 깃든 이야기들을 고루 담은 샘터 12월 호는 특히나 더 풍성하게 느껴진다.
이제 남은 올 한 해의 마지막 한 달은 정말 잘 보내보고 싶다. 늘 지난날들은 아쉬움들이 남기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한해 조용히 숙고할 시간들도 많았고, 소소한 것들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절실히
깨달은 한 해였다. 시간이 많아지면 일상의 여유가 많아질 거란 생각도 착각이었고, 역시 시간은
쓰임에 따라 길어지기도 했다가, 한없이 부족하기도 했다는 걸 경험한 날들이었다.
건강한 겨울을 위한 월동준비도 차근차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