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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 내 마음대로 고립되고 연결되고 싶은 실내형 인간의 세계
하현 지음 / 비에이블 / 2021년 6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608/pimg_7767301332975829.jpg)
나른한 오후에 도착한 한 권의 책은 표지도, 제목도 참 신선하다. 읽던 책 내려놓고 따끈따끈한 신간을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제법 진솔하고, 이렇게 일찍 철이 든 청춘이라니
무척 여러 부분에서 나의 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보게 한다.
글이 장황하지 않지만, 문장들에서 말하고자 하는 부분이 어쩜 이렇게 잘 비유하는지. 평범한 반찬이라
고해서 만드는 과정까지 쉬운 건 아닌데...라는 문장은 내가 주부라서 더 공감했는지도 모르겠다.
외식보다 집밥을 선호하는 우리 집이다 보니 바쁠 때는 정말 동동거리며 반찬을 준비한다.
과정은 부산한데, 정작 먹고 치우는 시간은 순식간인 경우가 대부분일 때 잘 먹었으나 가끔은 허탈해
질 때가 있다. 그게 매일의 반복이니 친구 말대로 알약 세 알의 시대를 기다려봐야 하나.
삶이 반짝이지 않는다고 노력까지 초라해지는 건 아니라는 진리를 벌써 아는 청춘.
평범함 뒤에 숨겨진 노력에 조명을 비춰주는 마음을 글로 일깨워주는 작가라니 기분 좋게 문장들을
따라간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608/pimg_7767301332975832.jpg)
같은 곳에 살아도 마음속에 무엇을 품고 있는지에 따라 각기 다른 세계를 본다. 집을 찾기 시작하면
집만 보이고, 나무를 찾기 시작하면 나무만 보이는 것처럼, 집을 찾는 사람이 나무를 찾는 사람을 만날
때 세계는 조금 낯설어지고, 꼭 그만큼 넓어진다.
혼자서는 아주 좁고 얕은 세계밖에 볼 수 없어서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기웃거리며 어제보다 조금 더
먼 곳을 본다. 🔭
관심사가 같은 사람을 만나는 일도 즐겁지만, 우리는 종종 타인으로 인해 숨겨진 내 안의 취향을 발견
하기도한다.
성인으로 본인의 삶을 꾸려나가는 좌충우돌의 상황들과, 가족, 친구, 그리고 사회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써 내려간 글을 읽으며, 진정으로 좋아하고 챙기고 싶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
와 사소한 것 같아 보이는 것들의 거대함을 깨닫는다.
오곡밥 에피소드에서는 눈물도 한 방울;; 그 장면이 너무 생생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종종 물질적인 큰
선물보다 작은(과연 작다고 할 수 있을까?) 마음 씀씀이에 감동하는 순간들이 더 많은데 그걸 알면서도
일상에서 많은 순간들에 야박한 심보가 발동되는 순간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하다.
소확행이 사회적인 이슈로 많은 이들의 관심사로 대두되지만 우리는 말로만 소확행을 외치고, 일상의
많은 시간들에는 크고 멀고 불확실한 행복을 쫓아다니는 것은 아닐지.
불확실한 그 크고 먼 행복을 기다리며 좌절을 느끼는 순간은 한없이 나락으로 가라앉기도 하지만,
신기하게도 삶은 늘 좋기만 하거나, 늘 나쁘기만 한 것이 아니어서 오르락 내리락하며, 마음을 다독이며
그렇게 살아가게 되나 보다.
책 속 에피소드 중 작가가 엄마에게 "내가 좀 더 잘 살아볼게"라고 되뇌던 문장이 이제 갓 성인의 문턱에
다다른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도 어쩐지 든든하고 흐뭇하게 와닿았다.
어려운 시대에 고군분투하는 많은 청춘들에게 토닥토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