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연애소설
이기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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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의

누가 뭐래도 특별한 사랑 이야기

 

 

우리가 조금만 눈을 돌리면 어디서든지 보이고 읽히는 사랑이 여기 있다.

조금만 더 깊이,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여 들여다보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사랑의 얼굴들이 불쑥 불쑥 눈 맞춤을 해온다.

너무 평범하고 너무 익숙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다들 자신의 그림자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사랑은 대체로 고결하고 아름다운 로맨스이기보다는 찌질하고 짠내나는 일상인 경우가 더 많으니까 말이다.

 

사랑에 덧씌운 필터를 벗겨내고 보면, 원본 속 사랑의 모습은 일상의 자질구레함을 그대로 담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사랑이 아름답지 않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요즘 여기저기에서 짧은 소설들이 연달아 출간되고 있다.

단편이라고 부르기에도 너무나 짧은, 시간의 단상들.

그 짧은 소설만이 가지는 독특하고 묘한 여운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글을 읽게 한다.

 

이번 이기호 작가님의 신작 또한 트렌드세터답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엮인 짧은 소설 묶음이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영영 나이 들지 않는 청년의 얼굴을 떠올리게 된다. 아무리 나이 들어도 늘 트렌디한 청년의 얼굴을 하고 있을 것만 같은 작가님.^^)

기존의 작가님의 작품에서 느꼈던 경쾌함이랄지, 다정함 같은 것들이 '짠내'를 폴폴 풍기며 담겨있다.

때로는 뭉클하고, 때로는 안타깝고, 종종 찌질하고, 가끔은 난감하고 부끄럽기도 한, 사랑의 모습들이 책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모습들이 전혀 낯설지가 않다.

판타지 같고, 동화 같은 로맨스는 없다.

익숙하고 친숙한 어제와 오늘의 우리가 있을 뿐이다.

가끔은 그것이 사랑이었는지조차 잊고 지냈던 순간들이 담겨있기도 하다.

내가 오늘 묵묵히 살아낸 하루 또한 사랑의 한순간이었음을 문득 깨닫게 되기도 한다.

 

뜨겁고, 설레고, 숨 막히게 벅차오르던 순간만이 사랑이 아님을,

그 시간들이 끝나버리고 나서 찾아온 일상의 순간들 또한 사랑의 시간임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사랑은 남루한 일상에도, 서글픈 삶에도, 고단한 하루에도 빠짐없이 고여서 우리를 지탱해 준다.

부족하고 찌질한, 모자라고 성급한 우리들의 손을 꼬옥 잡아준다.

넘어지지 말라고.

무사히 삶을 건너라고.

 

 

 

 

그냥 너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하면서 살아, 너무 애쓰지도 말고.

P.25

 

 

짧은 이야기들 속에 사랑 하나 담기에도 좁을 것만 같은데, 삶의 무게들도 담겨있어서 이 짧은 글들이 마냥 가볍지만도 않다.

경쾌하고 웃픈 마음으로 읽다가도, 순간순간 덜컥하고 마음에 돌이 날아든다.

 

초등학생인 아이의 첫사랑을 담은 짧은 글에서 나는 울컥하고 눈물이 날뻔했다.

그 아이의 풋내 나는 사랑 때문이 아니라, 삶이 무엇인지도 아직 제대로 모를 아이에게 '너무 애쓰지 말고' 살아가라는 엄마의 말이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아무리 애를 써도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가 어려운 삶의 무게를 아이에게 이야기하는 엄마의 마음이란 어떤 것일까.

세상의 모든 엄마는 아이에게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게 하려고 애를 쓴다.

공부하라는 말이 아이에겐 그저 잔소리겠지만, 엄마에겐 아이의 내일이 오늘보다 더 낫길 바라는 기도 같은 것이다.

그런 엄마가 하는 '너무 애쓰지 말고' 살라는 말은 그래서 더 슬펐다.

 

풋내 나는 아이의 첫사랑마저도 이렇게 짠내나게 그려내고야 마는 작가에게 슬쩍 눈을 흘기고 싶기도 했다.

 

 

그래요,

우리 다들, 참 애쓰며, 짠내나게 살고 있네요.

그럼에도 다들 절망하지 않고 또 사랑을 시작하고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장소든 시간이든 단어든, 아끼는 사람이 글을 쓴다.

작가의 말 _ P.230

 

작가님이 장소든 시간이든 단어든, 그리고 사람마저 아끼는 사람이라서 참 다행입니다.

사랑의 눈으로 보아야만 보이는 것들을 놓치지 않고 바라볼 줄 아는 작가님이라서 참 고맙습니다.

덕분에 저도 조금 더 다정한 눈빛을 가질 수 있을 것만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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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서 병을 이기는 법 - 몸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새로운 과학적 방법
윌리엄 리 지음, 신동숙 옮김, 김남규 감수 / 흐름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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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우리는 많은 음식들을 먹고 마신다.

그중에는 몸에 좋을 것을 기대하며 먹는 음식도 있고, 그저 맛있고 달콤해서 자꾸 먹게 되는 끊을 수 없는 음식도 있을 것이다.

몸에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먹게 되는 음식들.

몸에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잘 먹지 않게 되는 음식들.

 

그 음식들이 우리 몸에 끼치는 진짜 영향은 무엇일까?

내 몸속에 들어온 음식들은 어떤 일을 하게 되는 것일까?

 

그 해답이 이 책에 있다.

 

 

수면의 후성적 효과는 대단히 크다. 단 하룻밤을 새우는 것만으로도 많게는 269가지 유전자에 후성적으로 악영향을 끼쳐서 종양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비롯한 유전자들이 단백질 생성 작용을 못 하게 만들 수 있다.

P.121

 

 

이 책은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먹는 것이 우리 몸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어떻게 현명하게 음식을 고르고, 먹고, 몸을 병으로부터 지킬 수 있는가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담겨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몸이 어떤 방식으로 질병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먼저 등장한다.

이 챕터에서는 의학적 지식들을 일반인들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고 있다.

혈관 신생, 재생, 마이크로바이옴, DNA 보호, 면역에 대해 다루면서 우리 몸을 우리 스스로 알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조금 어려운 의학용어가 등장하더라도 기본적인 설명을 너무 쉽게 풀어주고 있어서 전혀 부담이 없다.

 

먹는 것뿐 아니라, 우리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는데, 특히나 적당한 운동과 금연,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지수를 낮추는 것에 대해서 강조한다.

 

그중에서도 앞에 발췌해 놓은 문장이 나를 식겁하게 만들었다.

종양을 억제하는 유전자들에게 내가 그동안 얼마나 나쁜 짓을 했는지 깨닫게 되니 뒷골이 서늘해진다.

밤낮이 바뀐 생활 패턴을 3년째 유지하는 중인데 이 책을 읽으며 얼마나 반성했는지 모른다.

최근 한 달 사이에 밤을 새우고 아침에 간신히 잠에 든 날들이 일주일이 넘는데, 내 몸 안에서는 사투가 벌어지고 있었겠구나 싶으니 내 몸에게 너무 미안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 몸에게 미안해지곤 했다.

참.... 몸에게 나쁜 짓 많이 했구나, 내가.

 

 

 

 

몸에 대한 이해를 어느 정도 끝냈다면, 다음 장인 진짜 식품 이야기로 넘어간다.

몸에 좋다는 식품들이 넘쳐나게 많은 세상이지만, 다 어디선가 누군가의 말에 의해 알고 있을 뿐 제대로 된 상식을 좀 부족했던 것 같다.

 

어느 날 갑자기 '어디에 좋다'는 음식이 방송을 통해 소개되면, 여러 홈쇼핑과 온갖 인터넷 쇼핑몰에서 그 제품을 판매하느라 혈안이 된다.

다음 상품이 새로운 효능으로 우리를 놀래키기 전까지 미친 듯이 소비되는 건강보조식품들은 그 종류가 너무 많아서 이제는 다 헤아리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그중 한두 가지 정도는 나도 사 먹어본 적이 있다.

한동안 베리류 가루를 사서 요거트에 섞어 먹었었고, 견과류를 소포장해 놓은 제품을 사서 먹기도 했었다.

물론 '한동안'이었다는 게 문제지만.

 

 

음식에서 얻는 성분에는 압도적인 효과나 파괴력이 없다. 음식을 통해 조금씩 체내에 흡수되는 생리활성물질은 혈관신생의 균형을 유지하는 인체 스스로의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섭취하는 음식을 통해 얻는 혈관신생 요소들은 단순히 과도한 혈관을 정상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데 그친다. 즉 암에 영양 공급을 차단하려다가 심장에 필요한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를 우려는 없다. 몸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 반대의 경우, 혈관신생을 촉진하는 음식도 혈관이 순환계의 자연적인 한계 이상으로 과잉 증식하도록 만들지 않는다. 

P.160

 

 

이 책은 그런 상업적 목적들로 얼룩진 건강보조식품보다는 자연식을 추천하고 있다.

물론 살고 있는 나라에 따라, 개개인의 경제력에 따라 섭취할 수 있는 식품들이 다를 수밖에 없지만, 그만큼 다양한 종류의 식품들을 골고루 다루고 있기에 선택의 폭이 매우 좁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과학적 근거에 의거해서 식품을 고르고 추천하기 때문에 어쩐지 더 신뢰가 가기도 한다.

 

혈관신생에 관여하는 식품들, 면역과 DNA 보호에 관여하는 식품들, 재생을 돕는 식품들, 마이크로바이옴에 도움이 되는 식품들뿐 아니라 암을 억제하거나 암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 효과 있는 식품들까지 두루두루 다루고 있다.

특히나 그런 효과가 있는지 몰랐던 식품들에 대해 알게 되어서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굉장히 도움이 될 정보일 것 같다.

 

책을 읽는 동안 가장 눈에 띄었던 식품 몇 가지를 이야기해 보자면,

녹차, 호두, 유산균 제품, 베리류, 강황, 커피를 들 수 있겠다.

녹차나 홍차, 커피에 든 카페인은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럴 수가, 카페인의 순기능을 새롭게 알게 된 시간이었다.

특히나 호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꼬박꼬박 챙겨 먹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이 리뷰를 읽는 분들도 호두와 녹차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챙겨 먹기를 권해본다.

 

 

 

 

5×5×5 플랜은 5가지 건강방어체계를 뒷받침하기 위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품 중에 각자 좋아하는 것을 식사나 간식에 최소 5가지씩 매일 최대 5번 섭취하는 전략이다.

<중략>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음식을 식단에 넣는 것이 주요 포인트다. 즉 특정 식품을 배제하기보다는 몇 가지를 덧붙여 챙겨 먹도록 유도하다.

P.356

 

 

그다음 챕터에는 몸에 좋은 이 식품들을 어떤 방식으로 식생활에 적용할 것인지를 일러준다.

작가가 고안한 방법인 5×5×5 플랜에 대해 설명하고 각자의 생활 패턴과 상황에 맞게 유동적으로 적용하기를 권한다.

심지어 요리법까지 알려주는 섬세함을 보여준다.

과학자가 일러주는 요리법이라니.... 괜히 새롭고 신기하게 느껴지는 건 나뿐일까?

 

거기다 선호식품 목록을 체크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5×5×5 일일 워크시트'까지 첨부되어 있는데, 장 보기 할 때 미리 사진으로 찍어서 이용하라고 권해준다.

와 이런 섬세함은 진짜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이런 종류의 책들이 수없이 많다고 알고 있지만, 모든 책들이 이렇게 섬세하지는 않을 것만 같다.

(음식에 그다지 큰 관심이 없는 편이라 내겐 이 책이 처음입니다만.^^)

 

 

 

 

이 책이 추구하는 가장 좋은 점은,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강력하게 먹지 말기를 권했던 '인공감미료'를 제외하고는 기존의 식단에 더하여 몸에 좋은 식품을 플러스해서 먹기를 권한다.

물론 붉은 고기나 당류를 피하고 채소 위주의 저염식이 몸에 좋다고 권하고 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갑자기 기존의 식단을 완전히 갈아엎고 몸에 좋은 것들로만 이루어진 식단을 섭취하라고 강제하지는 않는다.

만약 몸에 나쁜 식품을 끊을 수 없다면 더 이상의 손상을 막기 위해 몸에 좋은 식품도 함께 섭취해서 그 간극을 줄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점이 이 책에 독자를 더 가깝게 끌어당기는 포인트가 될 것 같다.

 

나쁘니까 하지 마,라는 말은 쉽다.

하지만 그것을 지키는 일은 너무너무 어렵다.

특히나 우리가 음식으로부터 얻는 '먹는 즐거움'은 쉽게 포기되는 종류의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러니까 우리는 즐겁게 먹으면서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이제는 터득해야만 한다.

 

저자가 알려주는 몸에 좋은 식품들 중에서 내 입맛에 맞고, 내가 좋아하고, 평소 즐겨먹던 식품들을 골라 5×5×5 플랜을 실천하는 일은 그런 방법들 중 하나일 것이다.

나도 나만의 5×5×5 플랜을 작성해 두었다.

한 번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때로는 3×3×3 플랜이 되어버리더라도, 내 몸이 스스로 치유하고 건강해질 수 있도록 꼭 실천해나갈 것이다.

아직 심각한 병이 생기기 전인 지금이 진짜 노력해야 할 때 일 테니까.

 

모두 함께 읽고, 모두 함께 건강해지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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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심리학 -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공간의 비밀
발터 슈미트 지음, 문항심 옮김 / 반니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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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하고 온화한 빛은 격한 감정을 안정시키거나, 반대로 과도하게 가라앉은 기분을 밝게 끌어올려 준다. 그래서 우리는 무의식중에 가운데 자리보다는 창가의 책상에 더 끌리게 된다. 그것은 자신의 기분에 유리한 영향을 주고자 하는, 심리적으로 매우 유익한 반응이라고 요제프 빌헬름 에거는 설명한다. 

P.203~204 _ 창가 자리가 사랑받는 이유

 

 

학교에 다닐 때 대부분의 친구들은 창가 자리에 앉고 싶어 했다.

지금도 카페에 가면 창가 자리를 가장 선호한다.

심지어 버스나 기차를 탈 때도 창가 자리를 선택하게 된다.

창밖을 내다볼 수 있는 자리가 좀 덜 답답하기 때문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니 답답함이라는 것도 갇힌 공간에 대한 어떤 거부감에서 비롯되었던가 보다.

나의 선택은 오로지 나의 의지로 이루어진 듯이 여겨지지만, 사실 우리는 DNA의 영향과 사회적, 환경적 영향에 단 한순간도 자유로웠던 적이 없었다.

내가 하는 선택과 행동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에 대해 알게 되면 나를 조종하던 공간과 환경에 대한 새로운 이면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우리의 행동 결정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람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그것을 과학적인 수치로 계산하고, 그 원인을 찾고자 했던 많은 학자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공간이 우리에게 끼치는 심리적 영향력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의 행동 심리를 깊이 다루고 있다.

다양한 질문과 다양한 답변들, 여러 방면의 학자들이 내놓은 해석들을 읽으면서 나도 몰랐던 나의 행동 패턴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어줄 것이다.

 

 

 

 

즉 공간이 바뀌면 태도도 바뀐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 부모에게서 어디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배웠다. 부모님이 습득한 태도의 기준 역시 그들의 부모님이나 롤모델, 즉 자신이 속한 문화 속에서 이어져 온 것이다. 이에 따르면 특정 장소는 특정 행동방식과 항상 묶여 있다. 학교 운동장이나 축구장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괜찮은 곳, 교장실이나 병실은 그러면 안 되는 곳, 이런 식이다.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축제 때의 발걸음과는 다르며, 장례식장에서 색종이 조각을 날리거나 나팔을 불어 대지도 않는다.

P.115~116 _ 교회에서 저절로 소리를 낮추게 되는 이유

 

 

우리는 우리가 공간을 지배한다고 생각하지만 놀랍게도 우리는 공간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우리가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은 이유, 자꾸만 산을 오르려는 이유, 사장실이 가장 높은 층에 있는 이유, 직위가 높아질수록 사무실의 창문이 커지는 이유, 침대를 방문과 대각선상에 놓는 이유, 식당에서 벽을 등지고 앉으려고 하는 이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옆자리에 가방을 놓는 이유….

쉴 새 없이 많은 이유들이 공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사람들을 알고 있을까?

어떤 것들은 너무 본능적이라 자신도 모른 채 행하게 되고, 또 어떤 것들은 그저 취향의 문제로 인식되고는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에 공간과 진화심리가 끼어들어 있다.

 

 

 

 

사람들이 많이 하는 행동 중 하나인 '의자에 앉을 때 옆자리에 가방을 두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기차를 타거나 버스를 탈 때 나도 늘 하는 행동 중 하나이다.

물론 사람들이 많이 타서 좌석이 점점 부족해지면 당연히 누군가 앉도록 가방을 무릎에 올리지만, 앉을 자리가 충분한 상황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옆자리에 가방이나 옷 같은 것들을 놓기 마련이다.

은연중에 혼자 앉고 싶은 것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영역의 문제라고 한다.

'밀접 영역'이란 살갗에서 주변으로 45~50센티미터 지점까지의 보호구역이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살갗이 금방이라도 닿을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공간을 의미한다.

대중교통이 아니라면, 타인과 처음 만나는 상황에서 쉽게 내어줄 수 있는 거리는 아닌 것이다.

지나치게 친밀한 이 거리는 자신도 모르게 거부감을 드러내거나 부담을 느낄만한 거리이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우리들은 모두 그 '친밀하고 지나치게 가까운' 영역을 강제로 내어주고 있다.

진화생물학적으로 보자면 언제든 목숨을 위협당할 수도 있는 생존의 거리를 적인지 아군인지 모를 타인에게 내어주고 있는 셈인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그 거리를 넓히고 싶은 것이다.

내 옆자리는 내 자리가 아니지만, 나의 공간을 최대한 넓혀 그런 두려움이나 부담을 떨쳐내고 싶기 때문이다.

 

여전히 우리 마음속에는 어떤 본능들이 남아 있는 모양이다.

선사시대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생존 본능은 생각보다 많은 상황에서 튀어나와 우리의 행동을 지배한다.

그런 본능들이 우리는 조심스럽게 만들고 예민하게 만들어 우리를 지금에 이르게 했다.

수많은 위험들에서 살아남은 후예들이 바로 우리들이니까 말이다.

 

그런 본능과 공간이 만나 우리는 새로운 행동 패턴을 보이게 된다.

의자에 가방을 놓아서 사적인 공간을 최대한 보호받고 싶어 하고, 식당에 가면 모두를 바라볼 수 있는 벽을 등진 자리를 선택하고, 햇볕이 드는 환한 창가에 앉고 싶어 한다.

그동안은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공간 속에서의 나의 본능적인 행동들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일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또한 공간이 때로는 나를 제약하기도 한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느꼈다.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은 난데, 공간의 힘에 반대로 지배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헛웃음이 난다.

그러라고 만든 공간들의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는 나름의 재미도 느낄 수 있었지만.

 

 

 

 

흥미로운 이야기가 매우 많이 등장하지만 아무래도 내게는 역시나 마지막 챕터가 가장 영향을 끼칠 것 같다.

그동안 읽은 다른 책에서도 산책의 중요성이나, 걷기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들 언급했었는데 이 책도 마지막에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공부가 안되면 밖에 나가서 걸으라고 하는 이야기를 예전에 들은 적이 있는데, 그 효과에 대해 이 책 또한 언급하고 있어서 좀 더 자주 밖에 나가 걸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기도 했다.

또한 몸과 뇌가 엄청난 공조를 하는 녀석들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움직이지 않는 몸이 뇌에까지 우울감을 전염시킬 수 있다니 많이 걷고 움직이는 건 어쩌면 필수 조건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딱히 앞부분부터 차례로 읽지 않아도 전혀 상관이 없다.

각 챕터별로 인간의 행동 심리에 관한 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흥미로운 부분부터 먼저 읽어도 되고, 궁금했던 질문을 골라 읽어도 좋다.

저자가 처음부터 그렇게 읽으라고 일러주고 있지만, 나는 또 필요 이상으로 착실하게 1페이지부터 차례로 읽긴 했다.

앞부터 순서대로 읽는 게 내가 가진 본능 중 하나인가 보다.ㅎ

 

행동 심리가 궁금할 때, 공간 속에서 위축되거나 불안을 느끼는 이유를 알고 싶을 때, 이 책을 초콜릿처럼 꺼내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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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도시로 읽는 세계사 - 세계 문명을 단숨에 독파하는 역사 이야기 30개 도시로 읽는 시리즈
조 지무쇼 엮음, 최미숙 옮김, 진노 마사후미 감수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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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나라는 없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목차를 꼼꼼히 보지 않는 편인데, 목차 다음에 바로 등장한 지도 때문에 나도 모르게 깨닫게 되었다.

어? 한국은 없네? 왜?

 

 

 

 

이 책에는 30개 도시에 얽힌 역사가 담겨있다.

그 30개 도시 중에는 정말 들어본 적도 없는 도시 이름도 등장하는데, '세계사'임을 감안해서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이라면 한국이 빠지는 게 차라리 이해가 된다. (우리나라 이야기는 우리에겐 세계사가 아니라 한국사니까)

그런데 문제는 저자가 일본인인데, 본인의 나라의 도시인 교토는 들어가 있다.

거기다 중국의 도시도 들어가 있다.

한국을 잘 모르는 머나먼 유럽의 어느 나라에서 집필한 책도 아니고, 누구보다 서로의 역사에 깊이 관여된 한, 중, 일인데 한국만 쏙 빠져있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자꾸만 곱씹게 된다.

 

한국이 어제 갑자기 생겨난 나라도 아니고, 오랜 역사를 지닌 나라인데 정말 언급할 도시 하나가 없었을까?

나도 모르게 꽁해진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하나의 도시가 가진 아주 오래전 이름과 현재의 이름, 그리고 그 도시가 위치한 나라 또한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함께 알려주고 있다는 점이다.

땅은 그곳에 변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 도시를 점령한 나라는 때때로 수도 없이 바뀌기도 했다.

한 도시에 여러 종교, 문화, 예술이 함께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그 도시를 점거했던 민족이 여러 번 바뀌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사람들은 어쩌면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을지도 모르겠지만, 도시에 남겨진 흔적은 그런 역사의 고통 덕분에 더 아름답기도 했다.

한 도시 안에 혼재하는 전혀 다른 문화와 종교의 흔적들은 예술적 가치로 남겨져 오늘날 우리들을 그 도시로 불러들인다.

 

이 책은 그런 도시들의 지나온 시간들을 기록하고 있다.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시작되는 이야기부터, 각 나라의 패권 다툼 속에서 어떻게 그 도시가 살아남았는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사적 이야기를 알려준다.

오랜 시간 그곳에서 꿋꿋이 버텨온 도시가 있는가 하면, 때로는 사라져 기록에만 존재하는 도시도 있다.

외부 침략으로 무너지기도 하고,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사라져버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도시는 끝끝내 살아남았다.

오랜 시간의 흔적을 여기저기 묻힌 채 과거와 현재를 함께 끌어안고 오늘을 살고 있다.

 

어쩐지 남의 나라, 낯선 도시가 훌쩍 가까워진 느낌이다.

 

 

 

 

조금 다른 방식으로 쓰인 세계사는 한 도시에 대한 묘한 애정과 애착을 만들어 준다.

어떤 나라의 어느 한 도시로 존재했을 때 보다, 더 가깝고 친밀한 느낌이 든다.

험한 시간을 살아낸 도시의 주름진 얼굴은 화려해 보이는 겉모습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도시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아쉬운 점은, 담긴 내용은 지식적인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긴 하지만 재미를 보장하는 책은 아닌 것 같다.

중학생인 아이와 함께 읽고 싶었던 책인데, 아이에게는 그냥 세계사 교과서와 비슷하게 읽힐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어떤 흥미롭고 재미있는 사건을 위주로 펼쳐진다기보다는 시간의 흐름대로 대부분 기술되어 있기 때문에 재미가 반감되는 것 같다.

한 도시가 살아낸 시간들이 어떻게 현재로 이어져 왔는지 '설명'에 충실한 글이다.

 

그리고 처음에도 말했듯이, 왜 한국은 없을까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외국 사람이 쓴 책에 한국이 없다고 투덜대는 것이 옳지 않은 행동일지도 모르겠지만, 험난한 역사 속에서도 기어코 굳건히 버텨온 도시가 한국에도 많다.

서울이 너무 발전해버려 역사의 흔적을 찾기가 아쉽다면, 천년의 고도 경주가 있잖는가.

저자가 한국에는 일절~ 관심이 없는 것인가?

 

책을 다 읽고 덮었지만, 나는 여전히 목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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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편의점 : 생각하는 인간 편 - 지적인 현대인을 위한 지식 편의점
이시한 지음 / 흐름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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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읽고 싶지만 배경지식이 없어 힘들었던 사람, 어디서부터 인문학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 어려운 용어만 보면 인상부터 써지는 사람, 지식의 바다에서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사람, 그리고 지식을 필요로 하고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해 쓰여졌습니다.

P.5~6 _ 들어가며

 

 

 

책을 시작하며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를 밝히고 있는데, '어머, 그거 나잖아!'라는 생각을 한 사람들이 꽤 많지 않을까 싶다.

나부터도 딱 그런 사람이다.

고전을 읽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을 꼽자면 배경지식의 부족을 1순위로 꼽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역사도 종종 헷갈리는 판에 세계사까지 제대로 알고 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까 말이다.

세계사 관련 책들을 읽을 때도 있지만, 워낙 방대한 이야기라 서너 번 접해서 그 지식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도 어렵고, 알고 있는 지식들을 연도별로,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이야기별로 줄 세우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고전을 읽으면서도 그저 그 책 한 권을 간신히 이해했을 뿐(이 또한 제대로 된 해석의 어려움이 있지만) 그 책과 연계되어 파생된 이야기들까지 엮어 이해하지는 못했었다.

그게 늘 아쉬움으로 남았다.

남들이 그 책을 읽고 다양하고 깊이 있는 해석을 해낼 때 나는 그저 감탄만 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나의 부족함은 고전을 읽을 때 더 뼈아프게 드러났다.

 

 

 

 

이 책은 먼저 이 질문을 앞에 놓고 시작합니다. "유례없는 발전의 속도에 살고 있는 지금, 인간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을까요?"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알려면 어디에서 왔는지, 그리고 인류의 여정이 어떻게 꾸려져왔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러면, 적어도 방향성이라도 가늠해볼 수 있을 테니까요.

지금부터 각 시대를 대표하는 고전들을 따라 여행하며 인류의 흐름을 살펴보려 합니다.

P.8 _이 책의 안내도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을 꼽으라면, 한 권의 책에서 시작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풍부한 배경지식을 들 수 있겠다.

저자가 밝힌 바와 같이 각 시대를 대표하는 고전들을 따라 책이 진행되기 때문에 앞에서 언급된 사건들이 다음으로, 또 그다음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책과 책 사이를 촘촘히 채워준다.

 

바로 그런, 책과 책 사이의 위화감 없는 자연스런 연대가 인상 깊게 다가왔다.

앞에 언급했던 책과 뒤에 언급된 책이 전혀 다른 책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시대를 관통하거나 사람들에게 비슷한 영향을 끼침으로써 서로 맞닿아있는 부분을 발견할 때의 쾌감을 저자는 우리에게 선물해 준다.

내 눈으론 보이지 않았던 연결고리들이 쏙쏙 발견될 때마다 '책을 읽는 즐거움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덕분에 고전을 알고 싶어 읽었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 세계사를 이해하는 시간이 되어주기도 했다.

 

또한 이 책은 배경지식이 중요한 이유를 정말 절실하게 느끼게 해 주는 책이기도 하다.

한 권의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그 너머의 것들을 함께 읽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 책이 쓰인 시대적 배경이나 작가의 삶까지 낱낱이 파헤쳐 읽기가 쉽지 않다.

한 권의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더 많은 책들이 우리에게 필요한가에 대해 생각해보면, '제대로 된 책 읽기'라는 너무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시간이 갈수록, '깊이 읽기'에 대한 갈증은 점점 더 심해지는 기분이다.

과연 내가 책을 제대로 읽고,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날로 깊어진다.

책이라는 존재가 좀 그런 것 같다.

읽을수록 더 모르겠고, 읽을수록 더 어렵고, 읽을수록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되는.

 

그래서 이렇게 방황하는 우리를 위한 지도가 필요하다.

지도는 정확하게 가야 할 길을 알려준다.

그 길을 가는 동안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은 지도에 표기된 것과는 전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헤매지 않고 목적지에 온전히 도착하기 위해서는 지도의 존재가 절실함을 인정하게 된다.

이 책은 '책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길치들'을 위한 아주 좋은 안내서가 되어 줄 것이다.

나처럼 고전 앞에서 맥없이 길을 잃어버리는 사람에겐 더더욱 필요한 길잡이다.

 

 

그럼 이제,

과연 이 책 속에는 어떤 책을 통과하는 길이 담겨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이 책은 크게 레벨 1.'질문하는 인간', 2.'탐구하는 인간', 3.'생각하는 인간'으로 나뉘어 있다.

 

말 그대로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담긴 책들을 다루고 있다.

때로는 과학적이기도 하고, 인문학적이기도 하며, 문학적이기도 한 다양한 책들이 등장한다.

워낙 유명한 고전들을 다루고 있어서 누구라도 제목은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책들이다.

그럼에도 각자의 다양한 이유로 완독을 하지 못했거나, 읽었음에도 물음표가 더 많이 남는 책이었을 수도 있을만한, 그런 고전들을 좀 더 쉽고 간략하게 풀어서 설명해 준다.

방대한 지식의 늪에서 간신히 빠져나와 책장을 덮었지만,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를 찾지 못하거나 너무 희미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여기 소개된 책들은 특히나 그런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 좌절감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어 준다.

 

거기에 더해진 작가의 해석 또한 흥미로웠고, 책과 세계사를 너무 잘 버무려놔서 더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너무 많은 포스트잇을 붙여놓았던지라, 모든 부분을 소개할 수는 없을 듯하고, 그중 몇 개만을 간단히 적어본다.

 

 

 

 

'레벨 1, 질문하는 인간'에서는 「사피엔스」, 「총, 균, 쇠」, 「그리스·로마신화」, 「역사란 무엇인가」를 다룬다. 

 

 

헤브라이즘 문화의 정수가 성경이라면, 헬레니즘 문화의 정수는 『그리스·로마 신화』라고 할 수 있어요. 성경을 보는 이유가 신을 만나기 위해서라면, 『그리스·로마 신화』를 보는 이유는 인간을 발견하기 위해서입니다.

P.77 _ 역사 이전에도 사람이 존재했다 『그리스·로마 신화』

 

"그 시대가 어떤 시대인지 보고 싶으면 역사가가 기술한 것이 아니라, 역사가가 기술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라." 보통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역사에서 빠져 있는 것들이 왜 기술 되지 않았는지를 알면 그 시대를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열쇠가 됩니다.

P.105 _ 기록과 해석, 그리고 필연적 진보 『역사란 무엇인가』

 

 

 

 

'레벨 2, 탐구하는 인간'에서는 「국가」, 「장미의 이름」, 「군주론」, 「리바이어던」, 「로빈슨 크루소」, 「법의 정신」, 「에밀」, 「월든」, 「자유론」, 「1984」를 다루고 있다.

 

 

기존 가톨릭의 폐해에 반발해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프로테스탄티즘은 자본주의와 결합해서 부자가 되어야 할 당위를 제공해주는데요, 이것이 바로 프로테스탄티즘이 가톨릭을 누르고 전 세계적으로 퍼질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청교도적인 생활을 하면 심지어 무인도 같은 곳에서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예화가 바로 『로빈슨 크루소』입니다. 그리고 이 같은 생각은 미국 건국의 강력한 추진력이 되었지요. 지금도 미국은 열심히 일해 부자가 되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청교도의 나라입니다. 미국 사람들이 부자에 대한 존경심이 있는 건 이러한 전래를 거쳐왔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힘과 능력, 그리고 신의 은총으로 부자가 된 것이기 때문에 그 돈을 어떻게 쓰든 그것은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P.177 _ 무인도에 숨겨진 2가지 중요한 의미 『로빈슨 크루소』 

 

혼란스런 사회상을 가르치려 애쓰지 말고, 그 상황 변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 상황이 변화할 때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자존감을 가르치라는 게 『에밀』의 교육론입니다. 이것은 시시각각 변해가는 오늘날 더욱 강한 울림을 줍니다.

P.209 _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혁명적인 생각 『에밀』

 

법은 '진리'가 아닙니다. 법은 '규칙'입니다. 법은 대중을 가르치고 계몽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대중이 최대한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규칙을 제공할 뿐입니다.

P.192 _ 신이나 왕이 사라진 자리에 들어오는 것 『법의 정신』

 

 

 

 

'레벨 3, 생각하는 인간'에서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이기적 유전자」, 「멋진 신세계」, 「코스모스」를 다루며 이야기를 마친다.

 

 

돈을 더 지불하고 합의와 원칙 위에 서는 것, '내 돈 내고 더 편하게 이용하겠다는데 뭐가 문제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사고는 곧 국민주권 국가의 기본 전제인 합의와 원칙이 때에 따라 무시되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사회 계약설의 기본 토대가 깨지는 거죠. 이런 양태가 더욱 발전하면 법을 지키지 않아도 돈만 있으면 법에 대한 사면권이 발동할 수도 있겠죠. 종교개혁이 불러일으킨 면죄부 판매와 크게 다를 바 없는데요, 최근 들어 돈 있는 사람에게는 법조차도 관대하다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 것으로 보아 이런 생각은 가상의 위험으로만 그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P.256 _ 원칙과 합의도 돈으로 사는 세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로 시작해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로 이 책은 끝이 난다.

전혀 다른 형태로 존재하던 두 권의 책이 저자가 놓은 처음의 징검다리와 마지막의 징검다리로 이어지는 순간 상상하지 못했던 어떤 연대의 기운이 무럭무럭 솟아났다.

마치 당연하게 이어진 하나의 길처럼.

 

사피엔스는 얼마 전 구입했으니, 정말 엄두조차도 못 냈던 코스모스도 이참에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 속에 담긴 모든 고전을 읽을 자신은 아직 없다.

하지만 그중 몇 권의 책들은 꼭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생겨나기도 했다.

책이 책으로 가는 길을 안내해 줬으니, 나 또한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그 길을 걸어가 보려고 한다.

아마도 여러 번 멈출 것 같긴 하지만, 지도를 장만했으니 그래도 모르는 길을 걷는 일이 좀 덜 무서울 것도 같다.

 

떠나보자, 고전 속으로!!

 

 

 

저자가 다음으로 출간할 『지적인 현대인을 위한 지식 편의점 : 성장하는 인간 편』 또한 너무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택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기다려 달라고 하시니 더 조바심이 생겨 작가님을 닦달하고 싶어질 것만 같다.

우리나라 택배가 세계 최고의 속도라는 거 작가님도 아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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