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시집만 읽었던 시간이 있었다.
그 난해하고 아름다움 언어들을 모두 이해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시의 언어가 건네주는 여운이 좋았다.
같은 풍경을 보고도 다른 언어로 이야기하는 시인들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에 한껏 취해있었다.
게다가 감성이 차고 넘치고도 끈덕지게 남아서, 세상의 모든 것들에 감정을 이입하던 시절이었다.
하필 그런 시절에 만난 시들은 몇배의 감성으로 폭팔해 내안에 남았고, 이제 메마르고 가난한 어른이 된 지금도 내 안 어딘가 숨어있던 시의 조각들이 문득 다시 시를 찾게 만든다.
문학과 지성에서 내 서재안 문학과 지성의 시집들을 포스팅 하는 이벤트를 하기에 책장을 뒤지다 보니 생각보다 내게 문학과 지성의 시집이 많지 않아 놀랐다.
가지고 있는 시집의 3분의 1도 채 안되는 양이라 왜 이것밖에 없나 싶은 생각이 새삼스레 들었다.
하긴, 예전엔 오로지 시집만 사고 읽고 했었지만, 어느날 부턴가 에세이와 수필, 소설들에 자리를 빼앗긴 책장은 이제는 시집에게 내어준 칸이 몇 안되니... 놀랄것도 없다 싶기도 하다.
예전 시집들은 다 어딜 간건지 보이지 않는 것들도 있고, (분명 사고 읽은 기억은 있는데;;)
오래전 읽었다 다시 꺼내본 시집에 반가움이 일기도 했다.
시를 읽지 않은 시절이 오래된 것을 반증하는 듯 대부분 일년 안밖에 구입한 시집들이 많다.
작년 가을부터 다시 시집이 읽고 싶어서 샀던.
다시 시를 읽기 시작하면서 가장 좋았던 시집을 하나 추천해 본다.
슬픔이 없는 십오 초 - 심보선
누구라도 읽었으면 좋겠다.
누구라도 같이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슬픔을 담담하게 표현한 시집을 한 권쯤은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이 시에 대해 말했을때 그도 나에게 같은 감정에 대해 이야기 해줬으면 좋겠다.
작년 내가 읽은 책중에 베스트오브베스트를 차지해던 시집.
이번에 심보선시인의 신간이 나왔다고 해서 그것도 구입할 예정이다.
그의 감성이, 그의 시언어가 여전하기를 기도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