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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만 헤어져요 - 이혼 변호사 최변 일기
최유나 지음, 김현원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평점 :

결혼에 대하여
예쁜 단어를 골라
예쁜 칭찬을 하고
예쁜 밤을 만들 것
결혼에 대하여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사랑을 하고
좋은 집을 갖는 것
나 그게 어려워
< 문문 - '결혼' _ 가사 中 일부>
가수 문문의 노래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결혼이 어렵다는 그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공감이 되었다.
내가 이미 결혼 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결혼은 현실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사랑을 하고 예쁜 단어를 골라 예쁜 칭찬을 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묶인 연인들도 사실 그것을 제대로 해내는 경우가 드물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일도 어렵고, 좋은 사랑을 하는 일은 더더욱이 어렵다.
그저 일상이 되어 버린 사랑 안에서 예쁜 단어를 골라 칭찬을 하는 일도 그리 쉽지가 않다.
타박하고 원망하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다.
결혼은 아름답지도 영원하지 않다.
결혼은 꿈과 사랑을 이뤄주는 네버랜드가 아니다.
그저 현실이고 일상일 뿐이다.
많은 것을 포기하고, 많은 것을 이해해야만 간신히 유지되는 복잡 미묘하고 아슬아슬한 줄타기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줄에서 내려선다.
맨바닥으로 추락하기 전에 살기 위해, 살아가기 위해 줄에서 내려서는 사람들.
그들을 탓할 수 있을까.
신의를 지키지 않았다고, 영원히 함께 하기를 약속해 놓고 그 약속을 저버렸다고 그들을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결혼에 상처받은 사람들.
결혼에 지친 사람들.
결혼에 질린 사람들.
그 사람들이 찾아가는 사람.
이혼 전문 변호사 최유나.
그녀가 이혼을 선택한 사람들의 고통에 대해, 슬픔에 대해, 희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결혼한 이들의 결혼하지 말라는 말은, 결혼하면 불행해질 거라는 뜻이 아니다. 혼자일 때보다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지만, 그 행복을 얻으려면 상상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 그러니까, '각오하라'는 말 아닐까.
P.313
어느 순간부터 나는 결혼하지 않은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결혼을 왜 하냐? 그냥 혼자 살아. 이제와서 피곤하게 뭐하러...'라고 말하는 아줌마가 되어 있었다.
여기서 가장 웃기는 건, 내가 아주 평탄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 중에 하나라는 사실이다.
누가 봐도 사이좋아 보이는 부부인 내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때마다 친구들이 묻는다.
'넌 결혼해서 행복한 거 아니었어?'
맞다. 행복하다.
연애라는 불안정한 관계를 너무 힘들어했던 나에게는 결혼이라는 안정된 관계가 너무너무 찰떡처럼 잘 맞으니까.
더 이상 감정의 일렁거림을 견디지 않아도 되고, 온전한 내 편이 생겼다는 안도가 나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정말 결혼이 모두에게 좋은 제도일까.
나처럼 감정의 불안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결혼이라는 좀 더 단단한 결속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여자들에게 결혼이라는 제도는 여전히 가혹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제는 많이 바뀌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결혼 생활에서 더 많은 희생을 강요 당하는 것은 여자다.
물론 돈을 버는, 더럽고 치사한 밥벌이가 얼마나 힘든지 충분히 이해한다.
가장으로서의 부담과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부채감이 얼마나 큰지도 이해한다.
하지만 요즘엔 여자들도 남자들 만큼이나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육아와 가사에서 여전히 여자들이 더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하는 것 또한 명백한 사실이다.
희생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자발적인 경우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 스스로의 커리어를 포기하거나 인내를 강요당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제도를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이 책 속에 등장한다.
물론 오로지 '결혼'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상대방의 외도, 폭력, 폭언 같은 너무 명백한 이혼 사유도 많다.
그렇지만 성격차이로 헤어지는 사람들 중에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견디지 못한 사람들 또한 많아 보인다.
게다가 당사자가 아닌 그의 가족들 때문에 이혼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장인, 장모 때문에, 시부모님 때문에, 시댁 식구들 때문에, 결혼이 파탄에 이르기도 한다.
그러니까 결혼이라는 제도 때문에 갑자기 가족이 된 사람들의 선을 넘는 참견 때문에.
어렵다.
결혼을 하기도 어렵지만, 지켜내기도 참 어렵다.
그 어려운 것을 몇십 년 동안 지키고 지키다가 70세가 되어서 이혼을 하기도 한다.
지금의 70대는 그러니까 너무 서럽고 힘든 결혼생활을 견디신 분들이 참 많기도 하다.
그런 시절이었으니까, 그래도 참아야만 하는 세월이었으니까, 너도 나도 다 그렇게 참고 살았으니까.
하지만 세월이 흘러 시대가 바뀌고야 말았다.
참는 게 미덕인 줄 알았던 시대는 이제 지고 없다.
맞으면서 참고, 외도를 알면서도 눈 감고, 무시와 폭언도 일상인 듯 참아내던 그 어머니들이 더 이상 참기를 거부한 것이다.
그 가슴에 맺힌 한을, 응어리를 이제라도 토해내고 싶은 것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사연들 중에 의외의 이야기도 있었다.
(외) 할머니가 아이를 키우다가 부부 중 한 명의 사망으로 인해 아이와 생이별을 하게 된 경우다.
생각하지 못했던 장면이었다.
실제로 우리 삶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인데도 깊이 헤아려 본 적이 없었다.
혼자 남은 며느리나 사위의 입장 또한 충분히 이해가 가는데도 할머니나 외할머니의 마음 또한 알 것만 같아서 애잔해졌다.
남남이 결혼으로 가족이 되었다가, 가족에서 다시 남남이 되는 일.
그 일이 참 어렵고 또 어렵구나 하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

'이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책은 이혼을 권장하는 책이 아니다.
그저 이혼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좀 더 똑바로 이혼의 얼굴을 바라보게 해주는 책이다.
이혼까지 이르는 과정을 통해서 서로의 존재감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기도 하고,
짝이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불편하게 걸었던 길을 멈추는 현명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혼이 때로는 더 옳은 길이기도 하다.
더 이상 이혼이 실패의 경험인 것은 아닌 것 같다.
실패의 영역이 아닌 것이다.
상처와 치유의 영역에 더 가깝지 않나 생각해 본다.
결혼을 선택한 마음들이 그렇게 가볍지 않았을 텐데 그 마음을 다시 뜯어내느라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책을 읽으며 이혼에 대한 시각이 많이 바뀐 것 같다.
너무 명백한 이혼 사유가 아닌 경우, 나도 모르게 '좀 더 참아보지', '좀 더 이해해보지'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많았다.
내가 모르는 남의 인생을 그렇게 쉽게 생각하고 바라본 적이 있었다.
특히나 1~2년 안에 이혼한 사람들이 주위에 늘어날수록 자꾸만 그런 마음이 들곤 했다.
하지만 이혼전문 변호사가 들려주는 이혼 이야기들은 무겁기만 하다.
나는 알 수 없던 그들의 속 이야기, 그 속마음과 상처들이 고스란히 들어있어서 '이혼'의 무게가 이토록 무겁구나 하고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모두들 행복해지고 싶은 것뿐이다.
그 결혼이 행복의 열쇠라고 믿었지만, 내 행복의 열쇠가 아니었던 것뿐이다.
행복하겠다고 새로운 열쇠를 찾는 사람을 비난할 수 없다.
우리는 모두 행복해지고 싶으니까.
행복을 위해서 최선의 선택을 할 뿐이니까.
"너의 삶은 너의 선택만이 정답이다."
어느 드라마에서 나왔던 명대사이다. 이 대사가 약간은 충격적으로 들렸다. 살면서 누구에게도 "내가 선택하는 삶이 정답"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얘기를 더 많이 듣고 살지 않았을까?
P.283

결혼은 남자에게도 여자에게도 어차피 어려운 일이다.
타인과 함께 같은 시간을 살아내겠다는 결심을 지켜내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많은 부부들은 다들 공감할 것이다.
변덕스러운 감정을 지닌 우리가 사랑에 대한 신의를 지키는 것,
나와는 다른 가치관과 생활 습관을 가진 사람과 한 공간에게 같은 시간을 살아간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몇 십 년 동안 남이었던 사람들을 가족으로 품는 일,
무엇 하나 결혼이라는 이름 아래 쉬운 게 없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 넘어지고 구르고 다치는 것이다.
그럼에도 또한 결혼을 통해서만 느끼고 깨닫게 되는 어떤 것들이 있다.
아내가 되고, 남편이 되고, 며느리가 되고, 사위가 되어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아빠와 엄마가 되어야만 겪을 수 있는 마음들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결혼을 한다.
결혼으로 알게 될 진실들, 새롭게 발견하게 될 깨우침들, 모르고 살았던 마음들.
그렇게 한 뼘 한 뼘 성장하기 위해 우리는 남과 손을 잡고 가족이 된다.
결혼은 옳다.
이혼도... 옳다.
행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은 언제나 옳다.
불행해지기 위해 결혼을 하고, 불행해지기 위해 이혼을 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당신의 선택이 옳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