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겨울 여행자
령후 지음 / 발해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처음 책을 들었을 적에 .... 나는 어떤 내용을 상상했을까?
책장을 덮고 난 지금.....내 가슴에도 겨울 바람이 분다.
차갑지만 청아하고 깨끗한, 춥지만 시원한 겨울 바람.
예전에 '사랑후에 오는 것들' 을 읽고 나서
한동안 겨울앓이를 했던것 같다.
한여름에 그 책을 읽었는데..... 겨울의 한가운데 서있는것 같은 느낌.
차가운 공기를 가르는 홍이의 달리기가 손에 잡힐듯 보였었다.
겨울여행자는
어찌도 이렇게 딱 맞는 계절에 읽고 있는건지...!
동현이가 말하는 그 겨울의 정취가 .... 아마 바로 지금이 아닌가 싶어서....설레였다.
너무 추워서 .. 집밖에도 함부로 나다니지 않는 나로써는
그냥 책으로 그 추위에 그 시림을 겪은걸로 만족해야겠다.
우리집 앞에는 아직도 눈이 쌓여있는데.....
남편과 나란히 눈쌓인 화단에 앉아 .... 하늘이라도 바라봐야하나....잠시....흔들리긴 했다.ㅋ
입에서 뽀얀 입김을 내뿜으며 이야기하는 그들이 너무 예뻐 보였기 때문에....^^
제목과 표지와 이야기가
너무너무 잘 어울리는 책이었다.
사회의 편견과 고정관념, 가진자들의 이기심이 너무너무 잘 드러나서 (부자가 아니라... 무엇이든 타인보다 하나라도 더 가진 사람들...)
씁쓸하고...안타깝고....가슴이 답답했다.
혹시 나도 누군가를 그런 시선과 편견으로 바라보고 대하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어쩐지 조금은 창피하기도 했다.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베풀줄 안다고 한다.
하지만 ...듬뿍 사랑받고 자란 사람도 사랑에 굶주린 사람들 보다 더 인색하고... 때론 더 악해질수도 있음을
우리는 삶을 통해 경험하기도 한다.
고아 라는 이유로
너무 많은 사회적 시선에들에 짖눌려 ... 그저 착하고, 그저 똑똑하고, 그저 바르게만 살아야 했을 동현이가...
동현이의 가슴을...숨을 ... 짖누르고 있던 세상의 편견이.... 그렇게 안타까울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남자가 여자와 친구가 될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받을때 마다 ... 나는 늘 NO 라고 대답한다.
지나치게 가까운 사이에선 꼭... 어느 한쪽이라도 감정이 생기게 마련이니까.
손이 닿고, 눈빛이 닿고, 숨결이 엉킬만큼 가까운 거리에 존재하는 사람을 ... 어찌 사랑하지 않을수 있을까?
심지어 서로의 영혼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사이라면 더더욱.
(거기다가 로설에서 처럼;; 저렇게 선남선녀라면 말할것도 없지..;;)
물론.
가뭄에 콩나듯이 만나고
어쩌다 마주친 서로가 반가울 만큼 ............잦은 왕래가 없는 사이라면 친구가 유지 될수도 있겠다.
하지만
동현이와 우희처럼 .... 연인들이 위기감을 느낄만큼 가까운 '친구' 사이라면
그게 과연 '친구' 인가?
그들의 행동을 어느 누가 '친구'라고 받아들일까?
아마도 그들은.
처음부터.
사랑이었을 것이다.
우정...이라고 착각한 사랑.
여주가 참 밝고 따뜻해서...
남주가 참 올바르고 묵묵해서...
그들이 지나칠 정도로 너무 잘 어울려서
책장을 덮으면서 참 행복했다.
추운건 싫은데.
왠지 책속에 부는 겨울바람은 시리도록 아름다웠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