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잘못 만난 죄로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요즘 이 책을 읽고 있었다. 책 속에서 <레 미제라블>과 한편의 시를 만났다. 독서 중에 간혹 이런 순간을 만나면 이 책이 왜 내게로 왔나, 를 생각하며 그 절묘한 타이밍에 놀라곤 한다. 뒤늦게 찾은 권정생 선생님의 산문들을 읽으며 달달한 것으로 찐득거리는 입안을 구수한 숭늉 한 대접으로 개운하게 헹궈낸 느낌이다. 그리고 선생님이 이미 십년 전에 발표했다는 아래의 시를 읽으며 오늘의 일들이 참 안타까웠다.
애국자가 없는 세상
- 권정생
이 세상 그 어느 나라에도
애국 애족자가 없다면
세상은 평화로울 것이다
젊은이들은 나라를 위해
동족을 위해
총을 메고 전쟁터로 가지 않을 테고
대포도 안 만들 테고
탱크도 안 만들 테고
핵무기도 안 만들 테고
국방의 의무란 것도
군대훈련소 같은 데도 없을 테고
그래서
어머니들은 자식을 전쟁으로
잃지 않아도 될 테고
젊은이들은
꽃을 사랑하고
연인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무지개를 사랑하고
이 세상 모든 젊은이들이
결코 애국자가 안 되면
더 많은 것을 아끼고
사랑하며 살 것이고
세상은 아름답고
따사로워질 것이다
- <우리들의 하느님>, p.248-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