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엄마가 반찬 만드시는 것을 곁에서 눈여겨 보고 있다. 날름날름 얻어다 먹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 오늘은 갈비찜을 배웠다. 고기를 한번 삶아내서 기름을 떼어내고 간장, 매실즙 등을 넣고 조물조물. 나중에 성질 급한 우리 영달이가 "엄마, 그냥 음식하지 말고 할머니한테 해달라고 하면 안돼?" 이러기 전에 하나씩 배워두어야지. 

  어제는 엄마가 올갱이를 손질하고 있었다. 그 푸른 빛을 보자 떠오르는 일화. 

  "엄마, 그 xx가 말야. 어느 날, 올갱이 해장국을 보더니 왜 올갱이가 파랗지? 이러는 거야."  

  "아니 그럼 올갱이가 파랗지." 

  "왜 갈색이 아니고 파랗냐고 그러는 거야. 욱끼지욱끼지?" 

  "껍질이 갈색이지 속까지 갈색이냐. 하여간 모자란..." 

  "그래서 내가 서빙하는 아줌마한테 물어봤잖아. 아줌마, 왜 올갱이가 파래요? 그러니까 아줌마도 엄마처럼 아니 그럼 올갱이가 파랗지, 이러는 거야."

  "하여간 하나가 모자라면 나머지 하나까지 같이 모자라진다니깐. 너 연애한 걸 각본으로 쓰면 칸영화제에 내보내도 될거다." 

  "칸영화제? 하하, 정말정말." 

  영달이가 두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는데 엄마와 나는 영달이 아빠가 아닌, 다른 남자 이야기를 했다. 우리 모녀는 이따금 나의 어리석은 연애사를 화제 삼아 나의 자학과 엄마의 구박이 오가는 이상한 SM을 즐긴다.  

  "엄마엄마, 그때 내가 끝까지 정신을 못 차렸으면 어떻게 됐을까?" 

  "너랑 나랑 이 세상에 없다."    

  "하긴, 난 버얼써 엄마 손에 죽었겠지!"

  엄마는 참을성 있게, 그야말로 질긴 인내심을 갖고 무지몽매한 나를 지켜보았고, 지켜주었다. 요즘 무럭무럭 커가는 영달이를 보고 있으면 막막해질 때가 있다. 주변의 사례들을 보아하니 자식은 곱게 키워도 문제, 터프하게 막 키워도 문제, 그저 이래저래 속끓이게 되어 있던데 내가 과연 엄마처럼 도를 닦듯 묵묵히 기다리고 인내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집집마다 어느 정도 차이야 있겠지만 대개 자식 교육은 엄마 몫이다. 특히 딸은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자란다. 그리고 두 여자는 필연적으로 부딪친다. 세상에 둘도 없는 한편이 되었다가도 어느 때는 서로의 가슴에 대못질도 마다하지 않는다. 우리 영달이는 제 아빠를 쏙 빼닮았다. 영달이 아빠는 본래 유한 사람이고 나날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나와 충돌하지 않는 법까지 몸소 터득했다. 하지만 영달이는 그저 딸이라는 입장만으로도 나와 부딪칠 것을 안다. 그리고 그때 나는? 

  요즘 엄마는 내게 참을성을 강조하신다. 어쩌면 내게 있어 가장 취약한 부분, 즉, 구멍이라고도 볼 수 있는 심성 중 하나다.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없고 어쩌고 하면서 투덜거리면 심성도 연습하면 되는 거라고, 더구나 자식 일에 있어서는 참을성 제로인 사람도 잘 참게 되어 있다는, 지금으로선 그저 아리송한 이야기를 하신다.  

  지난 학기 클럽활동 부서 중에 심성수련반이 있었다. 학교로 돌아가면 나도 그런 반을 운영해볼까 싶다. 사람들이 막 비웃겠지만 그 또한 참아야 하리. 계획 짜고 지도안 만들고 자료 준비하고 하다보면 참을성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무엇이든 기다리는 것이 싫어서 배송조회 클릭이 취미가 되어버린 내게 참을성이라니, 난제이자 화두다.    

                             그러고보니 요즘 영달이한테도 빨리 크라고 성화다.  

                        앞으로는 자장가를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로 바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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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0-06-10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안녕안녕~ *^^*



깐따삐야 2010-06-11 08:14   좋아요 0 | URL
저러다가도 갑자기 으앙~ 합니다.^^

다락방 2010-07-02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똥말똥. 아이가 엄마를 보는걸까요? 사진 찍어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