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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부탁해.
Y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고 소설 한 편을 파일로 보내왔다.
그곳에 있기엔 네 재능이 아까워. 너무 소모적이야.
솔직한 심정이었지만 한편 걱정이다.
그간 밥벌이를 위해 밥은 먹었을 텐데 그나마 안 먹고 지낼까봐.
1박 2일 멤버들은 아침밥을 먹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리더라.
잘 먹어야 잘 쓸 수 있다면 Y는 밥을 열심히 먹게 될까.
S씨는 남편의 오랜 친구다.
지난번에 식사 초대를 했더니 이번에 교외로 나가 밥을 샀다.
사람이 살갑지는 않은데 겸손하고 진중하다.
이상하게 그를 만날 때면 Y가 떠오른다.
둘 다 싱글이고 좋은 사람들인데 엮어주고픈 마음은 안 생긴다.
두 사람 모두 자기세계가 완고해서 틈이 잘 안 보인다.
이 부분은 남편도 동의한다.
그런데도 S씨를 만날 때면 우리는 늘 Y의 이야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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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는 새 학교에 인사.
젊은 교사들이 으레 그러하듯 남편은 고3을, 나는 중3을 맡게 되었다.
서로 염려 섞인 조언을 하다가는 결국 너나 잘하라는 감정 섞인 결론.
이렇듯 마음 놓고 유치해질 수 있는 것도 우리끼리만 가능한 일.
조만간 학교로 돌아가면 모쪼록 유익해져야 한다.
요즘 하고 있는 생각 한 가지.
저마다 살아가는 모양새가 다 다르고 늦고 빠른 건 문제가 아닌데,
쉽게 도통해버린 것 같은 사람을 만나면 좀 역겹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일평생 한 가지 목적을 위해 부지런히 노동한 노인의 아집은 이해하지만,
젊은 개인주의자가 취하는 초속의 포즈란 어쩐지 컨닝 같다.
그것이 무결점의 보편적 진실일지언정,
사흘도 못 가 힘을 못 쓸 훔쳐 쓴 정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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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만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2월도 한 주 남았다.
곧 엄마 생신인데 후리지아를 한 다발 사야겠다.
예전엔 다른 방식으로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지만
이제는 그렇듯 소소한 호사를 선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