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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단 한번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들이 힘들거나 우울할때 그 상황에서 벗어나거나 위로받기위해 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앞으로 더 나아질 미래를 생각하며 지금의 고통을 참는 경우도 있고 더 힘들었던 과거를 떠올리며 이것쯤이야.....하면서 이겨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한가지 나 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상황인것 같은데도 밝고 긍정적으로 사는 사람들을 보며 자기자신을 반성하고 추스리는 경우도 그 한 가지겠지요.
이 책 <내 생애 단 한번>이란 책은 제가 개인적으로 힘들고 침체해 있을때 읽고서 많은 힘이 되고 또 반성을 하게 했던 책입니다. 소아마비중증 장애인으로서 역경을 이기고 대학교수가 되었다는 외형적 성공 보다 글 중간에 진하게 배어있는 밝고 긍적적인 장영희교수님의 인생관이 너무나 부럽고 존경스러웠기 때문입니다.
"꿀벌은 몸통에 비해 날개가 너무 작아서 원래는 제대로 날 수 없는 몸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꿀벌은 자기가 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당연히 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열심히 날갯짓을 함으로써 정말로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서문에 나오는 글입니다. 이 짧은 글을 보고서 나는 날지도 못하는 꿀벌 주제에 왜 날려는노력도 하지 않았을까하는 반성도 많이 했구요. 특히 이 책에 실려있는 <눈먼 소년이 어떻게 돕는가?>라는 글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나머지글들도 다들 좋구요. 읽어보신분들도 많겠지만 장영희교수님이 모신문에 연재하시던 독서칼럼은 감명깊고 재미있어서 일부러 스크랩하시던 분들도 많았죠.
그러던 장영희교수님이 이번에는 '암'이라는 큰 상대를 만나 다시한번 역경을 헤쳐나가고 계십니다. 그분이 암치료에 들어가시기전 남기신 글의 일부입니다.
"신은 인간의 계획을 싫어하시는 모양이다. 올가을 나는 계획이 참 많았다.
이제껏 연재했던 ‘문학의 숲’을 책으로 묶어 내는 일, 여름에 쓰던 논문을 마무리하는 일, 번역 한 권을 새로 시작하는 일, 그리고 올해만은 꼭 어머니와 함께 가을 여행을 떠나는 일 등…. 이 계획들이 다 성사된다면 난 참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장영희의 삶은 그런대로 잘나가고 있다고 자부했다.
3년 전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안식년이라 나는 하버드대 방문교수 자격으로 보스턴에 있었다.
그냥 무심히 보험료 밑천 뺀다고 건강 검진하다가 대번에 유방암 판정을 받고 그곳에서 수술 두 번 받고 귀국, 방사선 치료 받고 깨끗이 완치되었다.
학교에도, 가까운 친지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말끔히 마무리한 셈이었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흠, 역시 장영희군. 남들이 무서워서 벌벌 떠는 암을 이렇게 초전박살내다니….”
그러다가 된통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지난 여름부터 느꼈던 허리와 목의 그 지독한 통증이 결국은 유방암이 목 뒤 경추 3번으로 전이된 때문이고, 척추암이라고 했다.
“빨리 입원하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 이상하게 나는 놀라지 않았다. 꿈에도 예기치 않았던 일인데도 마치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듯, 그냥 풀썩 주저앉았을 뿐이다.
뒤돌아보면 내 인생에 이렇게 넘어지기를 수십 번, 남보다 조금 더 무거운 짐을 지고 가기에 좀더 자주 넘어졌고, 그래서 어쩌면 넘어지기 전에 이미 넘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넘어뜨린다고 나는 믿는다. 넘어질 때마다 번번이 죽을 힘 다해 다시 일어났고, 넘어지는 순간에도 나는 다시 일어설 힘을 모으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많이 넘어져 봤기에 내가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었다고 나는 확신한다. 입원한 지 3주째, 병실에서 보는 가을 햇살은 더욱 맑고 화사하다.
‘생명’을 생각하면 끝없이 마음이 선해지는 것을 느낀다. 행복, 성공, 사랑―삶에서 최고의 가치를 갖고 있는 이 단어들도 모두 생명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한낱 군더더기에 불과하다.
‘살아 있음’의 축복을 생각하면 한없이 착해지면서 이 세상 모든 사람, 모든 것을 포용하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에 가슴 벅차다. 그러고 보니 내 병은 더욱더 선한 사람으로 태어나라는 경고인지도 모른다.
입원하고 나흘 만에 통증이 조금 완화되고 나서야 나는 처음으로 다리 보조기를 신고 일어섰다. 그리고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았다.
문득 내 발바닥이 땅을 딛고 서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강한 희열이 느껴졌다. 직립인간으로서 직립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소중한지, 누워서 보는 하늘이 아니라 서서 보는 하늘은 얼마나 더 화려한지….
새삼 생각해 보니, 목을 나긋나긋하게 돌리며 내가 보고 싶은 사람을 볼 수 있는 일, 온몸의 뼈가 울리는 지독한 통증 없이 재채기 한 번을 시원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를 모르고 살아왔다.
이제 꼭 3년 만에 일단 이 칼럼을 접으려고 한다. 언젠가 이 칼럼에 ‘또 다른 시작’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거의 완성된 논문을 잃어버리고 다시 써야 했던 일, 완성된 논문을 도둑에게 헌정한 일화를 얘기하면서 나는 포크너의 말을 인용했다.
“문학은 인간이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가는가를 가르친다.” 그렇다. 문학은 삶의 용기를, 사랑을, 인간다운 삶을 가르친다.
문학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치열한 삶을, 그들의 투쟁을, 그리고 그들의 승리를 나는 배우고 가르쳤다. 문학의 힘이 단지 허상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도 나는 다시 일어날 것이다. "
언제나 그러셨던것처럼 이번에도 암을 너끈히 물리치고 다시 우리곁에 돌아와 밝고 감동적인 글 많이 써 주실것을 기대하며 지금 힘들어하시거나 어려운 처지때문에 우울해하시는 모든 분들께 장영희 교수님의 <내 생애 단 한번>을 자신있게 권해드립니다.
언제나 그러셨던것처럼 이번에도 암을 너끈히 물리치고 다시 우리곁에 돌아와 밝고 감동적인 글 많이 써 주실것을 기대하며 지금 힘들어하시거나 어려운 처지때문에 우울해하시는 모든 분들께 장영희 교수님의 <내 생애 단 한번>을 자신있게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