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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일하는 소 ㅣ 산하어린이 17
이호철 엮음, 정승각 그림 / 산하 / 1991년 6월
평점 :
품절
<비 오는 날 일하는 소>
비가 오는데도
어미 소는 일한다.
소가 느리면 주인은
고삐를 들고 때린다.
소는 음무음무 거린다.
송아지는 모가 좋은지
물에도 철벙철벙 걸어가고
밭에서 막 뒨다.
말 못 하는 소를 때리는
주인이 밉다.
오늘 같은 날 소가
푹 쉬었으면 좋겠다.
벌써 몇년전인가 보다. 어떤 분이 내게 권했던 이 동시모음집. 전문동시작가도 아닌 경북울진의 4학년 초등학생들이 쓴 동시를 묶은 책이다. 그때 난 속으로 '유명시인들의 시도 잘 안 읽는데 뭐 이런 애들이 쓴 동시집을....' 하면서 던져두고 안 읽었던것 같다.
그런데 엊그제 책 정리를 하다가 몇년만에 찾은 이 책의 한쪽에 실려있던 이 동시 하나.
가슴이 쿵! 하면서 온갖 생각이 떠올랐다. 아버지 생각이었을까, 엄마 생각이었을까. 아니면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었을까.
어떤 생각이었는지 더 이상 구구절절 적지는 않겠다.
책 이란게 뭐 별건가. 고상하고 유명한 사람들이 어렵게 쓴 책이어야만 좋은 책인가. 한권을 다 읽어도 건지는 문장 하나 없는 책도 많은데, 이 책에선 그래도 이 동시 하나 건졌으니 내겐 고마운 책이다.
아직도 난 철 없는 송아지처럼 살고 있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