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무기 창비시선 72
김남주 지음 / 창비 / 198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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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선집의 이름은 '사랑의 무기'란다. 사랑의... 무기? 사랑하는데 무슨 무기가 필요한가? 시인에게는 그 사랑이 무엇이길래 무기를 들어야만하는가. 시 「손」의 끝매듭을 찬찬히 살펴 생각해볼 때, 그 의미를 알 것 같다. '땀을 흘리는 사람이 / 과일의 가장 맛있는 부분을 먹어서는 안되는가'라는 물음에 답까지 한꺼번에 담겨있다. 이 세상은 땀 흘리는 사람에게 과일의 가장 맛있는 부분을 허락하고 있는 않은 게다. 그런 세상을, '연장'을 든 손 대신 '무기'를 쥐어들고 바꿔보자는 것이다. 그 '무기'는 다시 시인의 '내 시의 노래'로 바꿔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시집의 이름은 '사랑의 무기'인 것이다.

이 시집의 시들은 대부분이 시인이 옥중에 있을 때 '집필의 자유가 박탈된 상황에서 시커먼 화장지나 관용 편지지 따위에 깨알같이 써놓았던 것들'이라고 한다. 「건강 만세」1, 2에서는 옥중 생활을 하면서 건강을 지키는 방법들은 옥중에 있지 않으면서도 자유를 모르는, 참 자유를 모르는 나약한 지금, 여기의 나를 때리고 지나간다. 내 나약한 생각들, 나약한 몸짓들... 하지만 죽기 전에 걸어야 할 길이 내게도 있을 것 같다. 싸워야 할 사랑이. 싸워야 할 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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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의 이론과 실제
서인숙 지음 / 집문당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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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쓴 영화비평 입문서이다. 제1장 저널리즘 비평과 제2장 이론비평으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는데, 제1장은 스포츠 신문, 주간지 등에 저자가 기고했던 글들을 예시로 두어 흥미로웠다. 이론비평 쪽은 어려운 내용이 있었고, 흥미 면에서도 조금은 떨어지는 듯 했다.

영화에 관한 책을 두 권 째로 읽는 것인데 역시 영화에 관한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는 직접 영화를 많이 보는 것이 영화를 더 깊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보다는 실제가 중요할 것이다. 책보다는 현실이, 있는 그대로의 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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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신경림 지음 / 우리교육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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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신경림이 시인들을 찾아 나선다. 책제목에서처럼 정지용에서부터 천상병까지.

이 책은 기행문인 듯도 하고 시인들에 대한 평을 짤막하게 써놓은 글을 모아둔 것도 같다. 그리고 신경림이 직접 꼽은 시인들의 시들도 함께 즐길 수도 있다. 1권에서는 이미 모두 세상을 뜬 시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인지, 윤동주처럼 교과서에서나 살 것만 같은 시인들에 대해서 다루기도 하고, 또 시비가 세워진 시인의 고향이나 그들의 생가라는 곳을 찾아서 가보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저자 자신이 시인이므로 그 연줄로 다른 시인들과 함께 했던 사적인 술자리나 만남을 떠올려 그들의 됨됨이를 말하기도 한다.

이 시집에는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 국어, 문학 교과서를 통해서 읽었던 시들도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중고등 시절에 (윤동주나 한용운 등 몇몇을 제외하고는) 그 시를 썼던 시인에 대해서는 별로 알지 못했던 아쉬움을 달랠 수 있도록, 시인들에 대해서 이야기해준다. 그들은 모두 제각각 다른 삶을 살았지만, 하지만 그들 중 많은 이들은 가난에 찌들어 살았고, 또 술에 쩔어서 살기도 했다.

시인이란 실로 비참한 이들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딸 아이의 소풍에 가서는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다면서 큰 돌덩이를 가슴에 얹어놓고 잠에 들어 있었다는 김종삼 시인의 일화(58쪽)는 시인이 왜 시인인가를 시 없이도 보여준다.

이 책에는 처음 알게 된 시인들도 있었고, 몇몇 시를 접해본 시인들도 다루었다. 특히 월북해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인에 대해서 알게 되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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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한 기독교 (양장) 믿음의 글들 185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이종태 외 옮김 / 홍성사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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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종파(카톨릭/ 성공회/ 개신교 등)를 떠나 기독교에 대해 다룬 책이다. 가벼운 느낌으로 읽을 만한 책인데 군데군데 작가와 생각이 맞지 않는 데가 많았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우월이라든가(179∼181쪽), 그리스도인 판사가 사형을 구형하는 것은 전적으로 옳다던가(188쪽)라는 내용은 참으로 거슬렸다.

기억에 남겨둘 만한 것은 :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법칙은 아주 간단합니다. 자신이 이웃을 사랑하나 사랑하지 않나 고민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그냥 그를 사랑한다 치고 행동하십시오. 그러면 곧 위대한 비밀 하나를 발견할 것입니다.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 치고 행동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진짜로 그를 사랑하게 된다는 비밀 말입니다. (206∼2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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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의 슬픔을 놀아주랴 미래사 한국대표시인 100인선 86
김승희 지음 / 미래사 / 199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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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여인’, ‘언어의 테러리스트’, ‘초현실주의 무당’으로 불리는 김승희는 동시대의 다른 여성 시인들과 달리 사변적 시나 페미니즘적 시를 쓰지 않았다. 그녀는 현실과 문명에 대한 강렬한 비판의 시를 썼으며, 제도와 인습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시적 아이러니를 통해 ‘당연과 물론의 세계’를 거부하는 진정한 인간성 해방을 노래했다. 그녀는 뜻밖의 낱말, 엉뚱한 표현, 당돌하고 거침없는 비유, 상상치 못했던 형상들을 통해 ‘꿈을 찾기 위한 현실과 절망에 도전’하는 여성 전사와도 같다. (…) ㅡ Naver 백과사전

누가 그녀에게 '불의 여인'이나 '언어의 테러리스트' 또는 '초현실주의 무당'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을까. 실로 훌륭하고 대단한 작명이었다. 뒤에 <빗자루를 타고 달리는 웃음>(민음사/2000)을 읽었을 때에는 그녀의 시들은 '빗자루를 타고 달리는 마녀의 웃음'으로만 들렸다. 이 '마녀의 시'들은 두 가지 양태로 존재한다. 열정과 광기의 뜨거움, 그리고 문명 비판(제국주의적인 맥도날드나 획일과 강요의 한국문화를 비꼰 노래방에 대한 시들)의 차갑고 날카로움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시집에서는 그러한 개성(광기-열정/문명비판)이 더 줄어들어 보였다. 왜 일까. 아무래도 '한국대표시인100인선집'의 이름으로 묶여진 이 시집은 시인의 대표작들이나 편집위원들이 선별한 시들로 꾸며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해악에도 불구하고 시인의 대표작들을 한 권으로 훑어 볼 수 있다는 것은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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