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토요일에 인천 헌책방 골목의 아벨서점과 서울대 앞 신림동의 헌책방에 다녀왔다. 또마 님, 그리고 운빈현 님과 함께 했다. 오프라인 상에서는 처음으로 알라딘 서재분들을 만나는 거였고, 기대했던 아벨서점도 처음이었다. 그 동안 눈이 고장나서 책도 못 읽고 컴퓨터도 자제했더니, 삶이 구멍난 듯, 살 맛이 안 났었다. 이번 나들이로 행복지수가 쭈욱쭉 올라가기를 바랬다. 올라가는 수은주만큼이나 (땀도 흘리고) 행복지수도 덩달아 올라갔고, 아, 즐거운 하루였다. (쓰다보니 유년 시절 때 열심히 (쓰지 않으면 맴매 맞아서 억지로) 쓰던 일기의 문투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내 품으로 온 책들 :
- [셰익스피어 희극선]
좋아라 하는, [한여름 밤의 꿈]이 들어있다. 이 책에서 훑어온 건 아니지만, "당신의 눈이야말로 사랑의 진실을 가장 아름답게 기록한 책이오, 그걸 난 읽고 있는 겁니다. " 뭐 이런 말들이 들어있는 게 [한여름 밤의 꿈]이다. 열대야를 달콤하게 식히기에 좋은 희극.
- [토니오 크뢰거]
토마스 만 아자씨의 유명한 표제 소설을 포함한 소설집.
- [불의 정신분석, 초의 불꽃 (외)]
바슐라르 할아버지의 반가운 책! 또마 님이 발견해서 살 수 있었다. 삼성에서 나온 세로쓰기판 책은 헌책방에서 자주 볼 수 있었는데, 가로쓰기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너무도 반가운 책. [몽상의 시학]을 읽을 때처럼, 행복한 꿈을 꿀 수 있기를...
- [윤대성 희곡집]
희곡도 매력적인 문학장르라는 걸 요즘 느끼게 됐다. 한국 희곡으로는 처음 사게 되는 책. 또마 님이 강추...
- [에라스무스]
운빈현 님의 선물. 감사합니다! ^^
스피노자의 [신학-정치론](김호경 역)을 읽었는데, 역자의 해설에 따르면, 에라스무스 등이 스피노자 이전에 성서 해석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한다. 게다가, 에라스무스의 [광우예찬]을 사놓고 읽지 않은 게 일 년이 훨씬 넘어간다. 매너 님과 여러 서재인들이 강추하는 츠바이크의 저서도 처음으로 읽게 된 셈. 너무 기쁘다. 게다가 거의 새 책 ㅎㅎ
- [털없는 원숭이]
예전엔 인류학이나 과학 등에 전혀 무관심했었다. 그러나 이쪽 분야의 저서를 읽어보면, (인)문학/사회과학보다 생물학이나 인류학이 인간에 대한 더 많은 사색과 더 깊은 명상을 이끌어주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김훈이 [수목생리학]이나 등대에 관한 책을 문학적으로 읽어내는 것에 비할 순 없지만, 이런 분야의 책들이 문학보다 더 문학적으로 읽힌다. 마빈 해리스의 [작은 인간]처럼 재미있을까.
- [미완성을 위한 연가]
김승희 시집. 헌책방 아저씨가 1500원을 부르는 걸, 정가가 2000원 아녜요?, 라면서 500원을 덜어냈다. 크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