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balmas > [서양철학사 추천] 질문에 대한 답변


푸하하하하,

죄송, 그만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서 ...

조금 비웃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철학사는 철학의 전개과정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책이지 달달 외울 정도로 반복해서 읽을 필요는 없는 책입니다.

철학 전공자도 철학사 두어 권 골라서 한두 번 정도 읽으면 충분할 텐데,

힐쉬베르거 철학사처럼 지극히 고답적이고 편향적인 책을

50번씩이나 읽으라고 권하고, 또 실제로 그걸 50번씩이나 읽다니

저로서는 의아할 따름이네요.

사실인지도 의심스럽지만, 철학사에 대해, 아니 철학사에 관한 책의 효용과 의의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는 분인지 궁금합니다. 힐쉬베르거의 철학사가 그렇게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정말 궁금하군요.

사실 우리말로 번역된 철학사 책들, 철학 전공자들이 참고하는 책들은 단점들이 많아서 적극 권하기가

좀 꺼려집니다.

렘프레히트 철학사는 영미 경험론쪽에 좀 편중되어 있는 게 문제고,

러셀의 철학사는 러셀의 개인적인 취향, 스타일이 너무 많이 반영되어 있어서

철학사의 흐름을 객관적으로 개관하는 데는 무리가 있죠.

(그런 점을 감안한다면, 저로서는 차라리 러셀 같은 대가의 책을 보라고 권하고 싶군요)

힐쉬베르거 철학사는,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구입하는 것 같지만,

여러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는 책입니다.

제가 권하고 싶은 책은 오트프리트 회페가 편집한 [철학의 거장들]이라는 네 권짜리 책입니다.

이 책의 장점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인 순서로 책을 편집해서 각각의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해당 철학자에 관한 집필을 맡겼다는 점입니다. 가령 이 책 1권은 고대/중세철학 분야인데,

각 분야마다 탁월한 전문가들이 집필해서 내용이 객관적이고 신뢰할 만합니다.

따라서 역사의 순서에 따라 책을 구성하고 집필했기 때문에 충분히 철학사의 대용으로 쓸 수 있을 뿐더러,

 한 사람이 철학사의 전체 내용을 집필한 다른 책들에 비해 훨씬 내용이 풍부하고 신뢰할 수 있습니다.

원래 철학 비전공자나 교양대중을 위해 집필한 책이기 때문에 그렇게 난해한 내용도 아니구요.

철학사에 관해 좀 더 상세하고 풍부한 지식을 원하는 분에게는 코플스톤 철학사만한 게 없지요.

원서로 9권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이고 아직 우리말로 모두 번역되지 않은 게 문제이긴 하지만,

[그리스 로마 철학사](철학과 현실사), [중세철학사](서광사), [영국 경험론](서광사), [합리론](서광사)처럼

고대, 중세, 근대 철학에 관한 부분들은 번역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해당 분야의 철학의 흐름을 보기

원하신다면 당연히 이 책을 권하겠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철학의 흐름을 개괄하기 위해 씌어진 철학사 책들은 개괄용일 뿐입니다.

한두 번 읽으면 충분하고, 50번 읽을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에 철학자가 쓴 책들을 직접 읽어보는 게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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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za 2005-06-05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유원씨가 힐쉬베르거 50번 읽은 건 독일어 공부하려고 그랬던 것으로 아는데...
별로 웃을 일은 아닌 듯.

도서관여행자 2005-06-05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강유원씨가 힐쉬베르거 50독한 건 독어 공부의 목적도 있었구나. 아무튼, 무섭도록 공부하는 이들을 보면 나는 공부와는 거리가 먼 사람으로 느껴진다. 내 생애에 철학사를 일독이라도 할 지... ^^;

도서관여행자 2005-06-05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강유원씨처럼 철학사를 철저히 꿰뚫는 방법이나 윗글을 쓰신 발마스님의 방법, 어떤 학습 방법에도 내가 평가할 만한 능력은 없고, 단지 모두 참고가 될 듯 싶어서 퍼온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