少女行 2

하노이에서

― 신경림



그녀의 아버지는 시클로에 외국사람을 싣고

신나게 거리를 내달리고 있을 거야.

오빠는 돈 많은 먼 나라에서

굴욕적인 헐값에 노동을 팔고.

할아버지는 디엔비엔푸 전선에서

팔 하나를 잃은 사람, 할머니는

미라이 마을에서 더 값진 것 빼앗긴 사람,

이웃과 함께 구지 땅굴을 파고

외국군대를 몰아냈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수예품을 들고

관광객을 잡고 적선을 구걸하고 있을 거야.


하지만 누가 감히 말하랴, 이것이 그녀가

열대의 꽃처럼 눈부신 까닭이라고,

익은 과일처럼 향기 짙은 까닭이라고,

정글의 짐승처럼 날렵한 까닭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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