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 매
― 김혜순
<A가 좋아>라고 나는 말했다.
그러자 B가 달려와 나를 때렸다.
<A가 좋아라고 말해서 B에게 맞았어>라고 말하자 C가 달려와 나를 때렸다.
<A가 좋아라고 말해서 B에게 맞았고, B에게 맞았어라고 말해서 C에게 맞았어>라고 말하자 A가 달려와 나를 때렸다.
<A가 좋아라고 말해서 B에게 맞고, B에게 맞았어라고 말해서 C에게 맞고, C에게 맞았어라고 말해서 A에게 맞았어>라고 말하자 A, B, C 모두 달려와 나를 때렸다.
나는 이제 헐떡거리며 <맞았어, 맞았어>라고 말하며, 맞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누구를 좋아했는지 기억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