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노부후사 > [코멘트]기자

저는 정문태 기자의 말을, 단순한 편가르기로 사태를 바라보자기 보다는 중립이란 자리가 마련되는 자리는 세상에 거의 없다라는 표현으로 읽었는데요. 정문태 기자도 책 속에서 누차 얘기하고 있지만 우리가 믿고 있는 중립이란 서방주류언론이 만들어 내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책 속에서 인용합니다.  "'중립'이란 말은 백인, 기독교, 자본주의, 서양중심주의로 무장한 국제 주류언론들이 떠받드는 신줏단지였다. 그이들은 그 단지 밑에 숨어 자본을 증식해 왔을 뿐이다. 그런 국제 주류언론들 입장에서 벗어나면 지금까지 어김없이 '중립성' 논란이 일었고 그 당사자는 몰매를 맞았다. 내가 죽기 살기로 남예멘에 기어들어갔던 건 그런 식의 '중립' 따위나 지키겠다는 의지가 아니었다."

<조선일보> 문제는 이와는 다릅니다. '세상에 중립이 마련되는 자리는 없다'라는 정문태 기자의 말대로 어느 신문이든지 간에 당파성은 있기 마련입니다. 당파성은 그 자체로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지요. 그 당파성이 내가 먹고 사는 데에유용하다면 그것은 옳은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그른 것이지요. 말하자면  <조선일보>가 선이냐 악이냐를 떠나서 <조선일보>가 나의 먹고 사는 위치, 즉 나의 계급성을 대변해 주고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조선일보>를 옹호하거나 비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제 상황에 대입해보자면 <조선일보>는 지방 중산층 전문직 종사자의 자식인 저의 먹고 사는 위치에 견주어 너무나 친재벌적이므로 저는 <조선일보>를 비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나의 먹고 사는 위치와 부합되느냐 마느냐의 문제와 더불어 또다른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것은 <조선일보> 문제 중에서 가장 근본적인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세계에서 가장 전쟁이 일어나기 쉬운 지역인 한반도 남쪽'에 사는 제 목숨을 쥐락 펴락하고 있는 유에스에 상당히 친화적이거니와, 거기에 더하여 남과 북의 전쟁을 간접적으로 도발함으로써 제 목숨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뿐만 아니라 한번도 남쪽에 사는 사람들 중 유에스 시민권자가 아닌 사람, 전쟁이 나더라도 안전하게 외국으로 도피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자신들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해서 당연히 <조선일보>를 비판해야 되는 것이지요. 씁쓸한 것은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죽게 될 이들이 <조선일보>를 열혈 구독하고 있다는 사실이죠.

그리고 흔히 친일을 근거로 <조선일보>를 비판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는 이런 주장이 일제강점기 때의 <조선일보>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한말 지주자본가계급에 의해 만들어진 이 신문에게 뚜렷한 민족주의적 논조를 기대하는 건 무리라는 것이지요. 예나 지금이나 <조선일보>가 추구하고자 하는 대상은 권력과 돈입니다. 일제 초기에 <조선일보>가 약간의 민족주의적 성향을 띄었다면 그것은 식민지 백성들의 잔뜩 부풀었던 독립열에 기대어 돈 좀 벌어보자는 깜냥때문이었겠지요. 일제의 본격적인 철권통치가 시작되어 부풀었던 독립열이 사그라들자 <조선일보>는 거칠 것 없이 친일의 길로 돌아섭니다. 이것이 <조선일보>가 가진 진짜 힘이기도 합니다. 요즘도 보세요. 이 신문은 자신의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보수성'을 버리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살롱좌파들이 이 신문과 드러내 놓고 성교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겠지요.

따라서 <조선일보>에 대항해서 이길려면, <조선일보>가 자신의 세력을 확장해왔던 방식대로, <조선일보>에 반대하는 일이 우리의 먹고 사는 일과 근본적으로 맞닿아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한, 우리의 일차적인 관심사는 '먹고 사는 일'일 터이니 그래야 <조선일보>를 없앨 수는 없더라도 현재 그 신문이 장악하고 있는 사회문화적 헤게모니를 최대한 졸아들게 할 수 있습니다. '친일'이니 '민족'이니 하면서 아무리 <조선일보>를 공격해 대도 보통 사람들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열심히 <조선일보>를 구독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당장 벌어 먹고 살기 어려운 사람들 옆에두고 '민족'이니 어쩌니 아무리 떠들어 대봤자 쇠 귀에 경 읽기일 뿐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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