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불치의

ㅡ 함성호


 


입술을

세상이 무너져버릴 키스를

한입 가득히 너의 심장과 피를

흡입해내는 나의 사랑을

용서해줘, 와락, 포옹을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너의 몸을

허무를―, 낙엽이 진눈깨비처럼 지는 대낮을

걸어, 무수히 가슴에 상처를

자해하는, 무진 힘겨운 발걸음을

일보 일보 이끌며 가는, 절망의 행보를

아아, 살아 있다는 것을

허나 너의 사랑을

끓는 솥 가운데에 전신을 데인, 火傷을,

나는 문 여닫는 소리에도 온몸이 아픔을

그 아픔을 불치로 알아 살아감을

너는 모를……

그 바다에 뿌린 눈물을

양식으로, 그물에 담아올리는 사랑을

넘쳐오는 파도를

산산조각내는, 나의 고독을

땅거미로 번져가는, 너의 웃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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