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을 보겠다는 의지가
뇌신경 세포 단말을
눈으로 만들었다.
신경생물학자의
최신 리포트를 읽었다.
지난해 Nature다.
그러나
한 시인은 말했다.
보아야 할
사랑의 대상이 밖에 있기 때문에
눈이 생겨났다.
캄캄한 시야
보일 듯 말듯 한
희미한 빛을 잡으려
수장돌기를 뻗어
방향을 잡고
깊이를 만들어가는
신경 세포의 황홀한 전신
망막의 층계를 만들어가는
애처로운 몸부림.
빛에 대한
아득한 목마름.
수평선에 부서지는 갈맷빛 햇살을
거리에 내리는 연보랏빛 으스름을
갈밭을 건너는 노을 묻은 바람을
밤하늘에 떨고 있는 먼 별빛을
나를 쳐다보는 눈동자의 심연을
감은 눈시울이 감추고 있는 격렬한 통곡을
가시철조망 너머로 바라보는 먼 산하를
보고 싶다.
무구한 사랑으로
안고 싶다.
불지르고 싶다.
뜨거운 사랑의 시선이 머물렀던
바깥은
달려와서 나의 내부가 된다.
품안에서
부드럽게 풀리는.
나는 알고 있다.
의지와 사랑이 하나인 것을,
빛과 그늘이
하나인 것처럼.
나는 보았다.
의지와 사랑의
황홀한 포옹을.
푸른 하늘의 높이를 비치는
바다의 깊이를
하늘과 하나가 되려는
아득한 수평선의 설레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