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난 듯이 눈이 내렸다


눈은 점점 길바닥 위에 몸을 포개어

제 고요를 쌓고 그리고 가끔

바람에 몰리기도 하면서

무언가 한 가지씩만 덮고 있었다


나는 나의 뒤에 발자국이 찍히는 것도

알지 못하고 걸었다


그 후 내

발자국이 작은 냇물을 이루어

근해에 나가 물살에 시달리는지

자주 꿈결에 물소리가 들렸고

발이 시렸다


또다시 나무에 싹이 나고

나는 나무에 오르고 싶어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잘못 자란 생각 끝에서 꽃이 피었다

생각 위에 찍힌 생각이 생각에

지워지는 것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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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za 2005-04-04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나온 장석남 시집 샀습니다ㅋㅋ<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도서관여행자 2005-04-04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어젯밤에 장석남 시집 <별의 감옥> 읽었거든 ^^우히히 (도서관에서 빌린 거) 프로젝트 409라는 데서 나온 걸 보면, 그리고 일러스트와 디자인이 독특한 걸 보면 아마 한정판인가봐. 아...그리고 나는 <왼쪽 가슴...>을 먼저 읽었는데 그 이후에 읽은 <새떼...>가 더 느낌이 좋던걸. 부드러운 서정시라, 편안해지고 싶은 밤에 읽으면 좋은 거 같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