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밤의 꿈

라이샌더  비록 결합이 이뤄졌다 해도 모두 전쟁이니 죽음이니 병이니 하는 것 때문에 불행에 빠져 ㅡ 사랑은 마치 음향처럼 순간적이고, 그림자와 같이 재빠르고, 꿈과 같이 짧고, 그래, 한 순간 천지간을 밝게 비추어, 사람들이 “보라!”하고 외칠 사이도 없이 다시 암흑의 아가리 속에 먹혀버리고마는 캄캄한 밤의 번개보다 더 짧은 목숨으로 되버리거든. 그처럼 아름다운 것은 눈깜짝할 사이에 부수어지기 쉬운 법이라구.


허미어   진정한 사랑을 하는 연인들이 늘 장애를 받기 마련이라면 그건 그야말로 운명이 만든 하나의 법규가 아니겠어요. 그렇다면 우리 마음도 사랑의 앙화(殃禍)를 야멸차게 감내하도록 타이릅시다. 사랑엔 고통이 늘 따른다니, 사념이니, 꿈이니, 한숨이니, 소망이니, 눈물이니 하는 것 등이 가엾은 사랑의 동반자들인 거죠.


                                                                                                          ㅡ 제1막 제1장 중.



라이샌더   …그러나 인간으로서의 분별을 갖게 되어 이성은 내 욕망의 지배자가 되고 나를 당신의 눈으로 인도하여줍니다. 당신의 눈이야말로 사랑의 진실을 가장 아름답게 기록한 책이오, 그걸 난 읽고 있는 겁니다.


                                                                                                           ㅡ 제2막 제2장 중.



디슈스   …연인들이나 미친 사람들이나 머리 속이 들끓은 탓인지 허무맹랑한 환상으로 가득 차 냉정한 이성으로는 상상도 못할 터무니없는 일들을 꾸며낸단 말요. 광인이나 연인이나 시인은 모두 상상력으로 머리 속이 꽉 차 있는 패거리들이오. 그런 자들은 넓은 지옥도 수용 못할 정도의 악마를 본다오. 그게 결국 광인이라는 거지. 연인도 그에 뒤질세라 미쳐 가지고 집시의 까만 얼굴에서도 절세의 미녀 헬렌을 보기도 하는 거요. 시인의 눈망울도 같은 거지. 시적 황홀함에 흠뻑 젖어 천상에서 대지를 굽어보고 대지에서 천상을 쳐다보며 상상 속으로 나래를 편단 말요. 그래서 시인의 상상력은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고 시인의 붓은 그들에게 확실한 형태를 만들어주며, 있지도 않은 무에 거처와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오. 그처럼 왕성한 상상력엔 무서운 마력이 있는가 보오. 만약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 싶으면 그 즐거움을 갖다줄 실체를 생각한단 말이오. 또 어두운 밤에 어떤 공포를 상상하면 밤에 덤불을 보고도 무서운 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소!


                                                                                                           ㅡ 제5막 제1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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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 2004-08-11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인가? 같이 허접한 연극을 보지 않았겠나..ㅋㅋ

도서관여행자 2004-08-12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름대로 요정이 귀여웠어.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