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책속에 책 > [책마을] 나의글 나의서가.....문학평론가 이어령씨

[책마을] 나의글 나의서가.....문학평론가 이어령씨


◀ 이어령 교수는 요즘 현실 공간의 책들을 ‘사이버 서재 ’에 옮겨 놓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그는 “새로운 검색 프로그램들 덕분에 구체적인 분류기준이 필요없을 정도로 편해졌다 ”면서 “키워드 하나만 입력하면 나만의 정보들이 순식간에 떠오른다 ”고 했다.
 
 
 

## 새 책 도착하면 스캐너로 CD에 저장 ##

문학평론가 이어령(67ㆍ이화여대 석좌교수) 씨의 서재는 공식적으론 세 군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평창동 집과, 넘쳐 나는 책을 어찌할 수 없어 100 쯤 떨어진 집 근처에

따로 낸 개인 연구실, 그리고 강의에 필요한 책들이 있는 학교 연구실이다.

하지만 그에겐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서재가 하나 더 있다. ‘사이버 서재’다.

“최근 내 글쓰기의 비밀은 모두 이 곳에 있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집 서재 카드 색인함에는 종이 카드 대신 수십 장의 CD가 들어차 있었다.

이 교수는 책을 읽다가 중요한 부분이 나오면 바로 스캐너를 통해 ‘긁어’ 들인다.

그리고는 자신만의 분류방식으로 CD에 저장한다.

파일이름은 우선 국가명(미국은 U, 영국은 B, 한국은 K식으로)에서 첫 이니셜을 고르고,

큰 분류(문학은 L, 문명은 C, 기술은 T 기업은 B)에서 다음 이니셜을 적어준 뒤, 작은 분류에서 간단한

키워드를 적는다. 가령 새로 읽은 내용이 미국 기업에서 개발한 무기에 관한 것이라면

‘UBWEAPON’이 되는 셈이다. 그렇게 직접 저장한 내용들이 벌써 CD 50여장에 달한다.

CD 한 장에 일반 단행본 수백권의 텍스트가 들어간다고 하니 막대한 분량이다.

물론 ‘사이버 서재’는 현실공간의 책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자주 보는 책들은 집 서재에 보관되어 있다.

현관을 지나 왼쪽 계단을 몇 걸음 내려가면 그의 지하 서재가 나온다. 이 교수의 전공인 문학과 기호학,

한국학 관련 책들이 십 수개의 책장에 촘촘히 꽂혀있다. 현실 공간에서의 분류방법은 우선 장르별,

국가별, 소주제별로 나뉜다. 가령 ‘메타포어’에 관련한 책들을 찾는 그의 손길은 이런 식이다.

기호학쪽 책을 모아둔 책상 왼쪽편 책장에서 왼쪽 상단의 영문 원서 중 락오프(Rakoff)의 ‘Metaphor’

(시카고대 출판부)를 찾아내더니, 오른쪽 상단에서는 우리나라 책 중에서 김욱동 교수의

‘은유와 환유’(민음사)를 골라낸다. 맨 아래줄에서는 일본어 원서 중 사토 노부오의

‘레토릭 감각’(강담사)을 끄집어냈다.

이 교수는 “처음에는 도서관 분류방식을 따라 봤지만 책이 늘어나자 오히려 더 찾기가 힘들었다”며

“각자 자신만의 익숙한 방식으로 책을 분류하는 게 더 낫다”고 권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연역적 분류’

보다는 몸에 밴 습관에 의존하는 ‘귀납적 분류’가 더 편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상 가장 가까운 곳에는 사전과 신간서적을 둘 것을 추천했다.

실제로 그의 책상 위에 있는 책꽂이에는 각국 언어사전을 비롯, 20세기 문화사전, 상징사전, 기호학 사전,

민족생활어 사전 등 수십 권의 사전이 꽂혀 있었다. 또 그 근처의 두 칸 정도는 항상 비워두고 새로 구입한

신간서적을 위한 공간으로 남겨둔다. 필요한 책은 모두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하는 데 “평균 잡으면

한 달에 10권 정도를 사는 셈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출판사나 저자가 보내오는 책이 월 60~70권에

달한다고 하니 그의 서재는 여전히 공간이 부족하다. 보유 장서는 줄잡아 3만권에 이른다.

“지금까지 이사를 5번 했는데, 넘쳐나는 책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게 가장 큰 이유였다”라던 그의 말이

떠올랐다. “책 욕심이 많아 같은 책이 두 권 있는 경우나 소비성 잡지를 제외하고는 책을 버린 적은

없다”고 한다. 천성적으로 술을 못하는 이 교수는 저녁 6시 이후에는 거의 약속을 잡지 않고 집에 들어와

두문불출한 채 서재에 특어박힌다. 그리고는 새로 산 책들을 훑어보며 스캐너에 넣을 지 말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어수웅기자 jan10@chosun.com) 출처: 조선일보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도서관여행자 2004-07-30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강준만의 독서 기록 및 스크랩 정리 방식 같은 게 궁금... 주제별로 파일에 집어 넣었다가 적당한 양이 되면 저술에 활용한다고 한 게 기억에 남긴 하지만, 그의 풍성한 참고도서 목록을 생각하면 좀더 자세히 알고 싶음. ㅎ_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