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그것을 산출케 한 사회의 정신적 모습을 가장 날카롭게 보여주고 있다면, 시는 그 문학의 가장 예민한 性感帶를 이룬다. 시를 이해한다는 것은 한 사회의 이념과 풍속 그리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힘을 개인의 창조물 속에서 이해한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갈등을 이해한다는 것이 지식인들의 중요한 작업이 되어 있는 오늘날, 시인들의 창조적 자기 표출을 예리하게 감득하지 못하는 한, 그것도 한낱 도로에 그칠 가능성을 갖는다. 시인의 직관은 논객의 논리를 뛰어넘는 어떤 것을 그 작품 속에 표출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오늘의 시인 총서>를 발간하기로 결정한 것은 시인들의 그 날카로운 직관을 통해 한국 사회의 정신적 상처와 기쁨을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ㅡ 오늘의 시인총서를 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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