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스타일 가이드 - 웹 사이트 제작을 위한 기본적인 디자인 원칙
패트릭 J.린치, 사라 호튼 지음ㅣ 양선옥, 고일주 옮김 / 안그라픽스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년 전, 집에서 전화선에 연결된 “나름대로 고속모뎀”(?)으로 “인터네트”란 희한한 것에 처음 접속했을 때. 몇 초 뒤, 야후의 홈페이지가 아주 느릿느릿 모니터에 떠올랐을 때. 나는 새로운 천지를 본 것처럼 놀랬고, 설랬다. 그때까지는 웹 사이트나 웹 서핑이란 아주 독특한 경험이었으며, 나는 시골 농부가 창경원에 가서 처음 원숭이를 본 듯한 느낌으로 웹 서핑을 했다. 그러니까, 그때까지의 웹 서핑은 신품 전시장에서의 관람 행위거나 일종의 관광이었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생활”이 아닌 때였다.

그렇게 인터넷이 생활이 된 시절에 웹 사이트 제작에 대한 책을 읽는다. 컴퓨터 관련 서적은, 더욱이 인터넷 관련 서적은, 인문학처럼 고전이 따로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웹 페이지상에서 떠도는 좋은 강의도 많으며 며칠 내로 새로운 테크닉과 경향 들이 흘러넘칠 것이기에. 이 책은 첨단의 웹 제작 테크닉과 유행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거나 해설하지 않는다. 웹 사이트 제작의 장기적인 기획과 제작, 운영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조언해주고 그리고 나서 인터페이스, 사이트, 페이지, 타이포그래피, 편집 스타일의 이론적 기초를 다룬다. 내가 보기엔, 사이트 디자인이나 구체적인 페이지 제작에 대해서보다 웹 기획에 대한 조언 쪽이 더 볼만하다. 집필 당시인 2000년을 기준으로 해서, 당시의 안목으로 웹 사이트 제작과 디자인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책이 좀더 오랫동안 살아남아 독자들에게 펼쳐질 수 있다면, 그건 디자인에 대한 시시콜콜한 언급 때문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웹 사이트 제작이 필요한 독자들마다 저마다의 목표가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스타일과 디자인 문제는 스스로 해결할 문제에 가깝다. 단지 이 책은, 전문가 집단들이 웹 사이트에 접속할 때에는 빠른 페이지 뷰를 위해서 텍스트 중심의 디자인을 하는 것이 좋겠고, 초심자나 첫 방문자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웹 사이트라면 이미지를 풍부하게 쓸 것을 권하라는 등의 핵심적인 조언을 던지는 이론적 가이드이다.


직접 웹 사이트를 개발할 독자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단체, 모임 등의 홈페이지를 외부 제작할 사람들도 가볍게 읽어볼 만한 책이다.


아, 그리고 재미있는 한 구절. “HTML을 처음 만들었던 사람들은 입자 물리학 자료를 공유하기 위한 표준화 방안을 찾고 있던 과학자들이었다. 그들은 컴퓨터 화면에 보여지는 문서의 정확한 시각적 형태에는 관심이 없었다. 사실 HTML은 컨텐츠 구조와 그래픽 디자인을 완전히 분리하기 위해 디자인된 것이다. 시각 장애인들을 위해 웹 페이지 텍스트를 ”읽어주는“ 브라우저를 비롯한 모든 브라우저와 시스템에서 디스플레이될 수 있고 자동 검색 엔진에 의해 정확히 해석될 수 있는 페이지로 이루어진 월드와이드웹을 만들기 위한 의도였다.”(94쪽) …하긴, 내 할아버지의 증조할아버지의 할머니의 증조할머니의 할아버지의 할머니의… 아버지와 어머니들이 처음부터 옆집 공룡에게 과시하기 위해서 동굴 인테리어를 꾸미기 시작한 건 아니었을 것이다. 피식.


* 항의 : 105쪽 등 글꼴이 나온 페이지들에서 바탕체와 돋움체와 굴림체가 모두 똑같아 보이는군요. <웹 스타일 가이드>라는 제목이라면 좀더 신경 쓰셔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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