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사 2 - 아리랑 김산에서 월남 김상사까지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2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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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전공자가 아닌 이상, 역사는 엄밀한 학술 텍스트로서 또는 숨 막힐 듯 빼곡한 연대기적 서술로서 읽혀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를 위해 읽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과거의 환부를 건들어야 마땅하다. 고름 나오고 진물 나오는 더러운 현재진행형 환부를, 힘겹지만 두 눈 뜨고 똑바로 바라봐야만 한다. 함석헌은 우리 역사를 눈물의 여왕이라 불렀는데, 아직도 그 눈물샘은 마르지 않았다. 역사라고 하기에는, 과거라고 하기에는, 현재에 엉겨 붙은 아프고 더러운 옛날의 찌꺼기들이 너무도 진득하다. 알아야 환부도 치료할 수 있는 법. 이 책은, 한홍구에 의해서 진단 받은 그 아픔의 목록들이다.


1부에서는 학살과 전쟁의 아수라장을 그려낸다. 한국인이 화교들에 대해 배타적인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반중국인 폭동이 있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자기 민족의 순수성(?단일민족!)에 대한 사랑은 타민족의 압제에 저항하는 결집의 힘이 될 수도 있지만, 지나치면 이처럼 폭력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교훈. 그리고 베트남에서의 학살 문제는 이라크 파병이 현실로 다가와서 먼 과거의 일로 느껴지지 않는다. 안타까운 일은 그 짓이 사실상, 미국의 똥개 노릇을 하는 일인데도 ‘경제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고 부르짖는 것. 한 마디로 돈이면 뭔 짓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인데, 더 안타까운 건 그나마 베트남 파병의 경제적 이익은 별로 없었다는 33쪽에서부터 34쪽의 설명. 즉, 경제 논리는 구차한 변명일 뿐이다.


2부와 3부는 각각 박정희와 김일성을 다룬다. 두 인물은 남한과 북한의 오랜 독재자. 그 비교만으로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박정희는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인간-카멜레온이었고, 그의 만주군 생활이 이식되어 대한민국이 병영국가가 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김일성의 이력에 대해서는 보천보 전투까지는 자세한데, 그 이후의 행적에 대해서는 별로 다루지 않아서 조금은 아쉽다. 김일성이 유격대 출신이라는 점은 김일성 이후의 북한이 유격대 국가가 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남북 모두가 군바리 문화에 찌들었는데, 이 묵은 때를 깔끔히 벗겨내려면 얼마나 걸릴지 난감하다. 그런 의미에서 4부에서는 군대 문제를 여러 가지 다루고 있다. ‘국민방위군 학살 사건’에서부터 녹화사업, 예비군 제도,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에 이르기까지.


5부에서는 교육 문제와 지식인에 대해서 다룬다. 학교가 학벌이라는 계급을 결정짓는 권력기관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대학입학제도와 관련된 기사가 1면으로 등장할 때, 그 기사는 사회면 기사가 아닌 정치면의 기사인 것이다. 저자는 대학입시 제도는 “모든 사람에게 불평등해질 수 있는 공평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신화에 기초하여 사회적 불평등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말한다.(242쪽) 그러니까, 솔직히 말해서, 좀더 정확히 말해서, 한국의 교육열은, 권력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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