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의 겉과 속 2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고등학생 시절, 강준만의 『대중문화의 겉과 속』을 재미있게 읽었다. 그 후 몇 년 만에 후속작이 나왔다니, 정말 반갑다. 책 제목에서는 “대중문화”라고 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와 일상의 겉과 속을 다룬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정도로 대중문화는 이미 ‘대중’이라는 수식어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우리의 일상을 뒤덮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책을 통해서 우리가 발붙이고 살고 있는 실제 세계에 대해서 알고자 한다면, 다른 책들보다도 이 책을 들면 좋을 성 싶다. 전작에서 강준만은 언론학도답게 대중매체 중심으로 기술했었다. 그 때문에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있었다. 이번 2권에서는 그 부족한 점을 메우고 이론적인 측면을 좀더 강조했으며, 새롭게 등장해서 우리 삶을 뒤흔들고 있는 인터넷에 대해서도 다루었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운 점은, 텍스트들의 조합과 평가라는, 강준만 스타일의 글쓰기가 여전하기 때문에 자신만의 실제 분석이나 평가가 없다는 것. 그러니까, 이 책은 “텍스트 속에 비춰진 대중문화”의 겉과 속을 다룬다고 할 수 있다.


<1장, 대중문화와 이론>에서는 강준만이 자주 거론하는 피에르 부르디외의 ‘문화자본’과 그 외에 어빙 고프만, 보들리야르, 푸코 등의 이론가들의 주장을 담고 있다.


  “대중문화 연구의 관점에서 우리가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문화자본이다. 부르디외는 노동계급의 젊은이가 성공에 이르는 길에 있어서 당면하는 장벽은 물질적 불평등뿐만 아니라 문화적 자본의 결여라고 말한다.

  경제적 자본은 생산적 자본과 비생산적 자본을 구별하지 않고 직접 돈으로 환산될 수 있는 모든 재화를 가리킨다. 반면 문화적 자본은 개인으로 하여금 과학적 정보, 심미적 즐거움과 일상의 쾌락의 사회적 잠재력을 다루는 것을 가능케 하는 모든 능력과 기술을 가리킨다. 교육적 자본은 문화적 자본의 일부이다. 문화적 자본은 부르주아의 휴식과 여가 문화를 통해 전달되는 만큼 노동계급의 젊은이는 아무래도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다.“(22)


특이하게 스톨먼, 토발즈, 게이츠의 3인을 등장시켜 정보사회의 이념을 보여줬는데, 좋은 시도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탐욕의 괴물처럼 보이는 게이츠보다는 재미나 공유를 부르짖는 토발즈와 스톨먼의 자리에 서고 싶어 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다.


<2장, 소비문화와 정체성>에서는 사람들이 왜 명품에 집착하는지, ‘보보스’의 뜻은 무언지 얘기하고 있다. 학자들과 대중문화의 악연에 관한 흥미로운 대목이 있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 학자들이 물질의 세계를 인정하지 않고 때로는 심한 불쾌감을 내보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것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자기들에게는 지적인 삶이 있고, 예술이 있고, 인류의 훌륭한 사상과 말들을 접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대부분의 학자들이 소비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의 유대감을 확인하려는 욕구를 갖지 않는 이유는 학교라는 세계의 특성 때문이다. 학교라는 세계는 교회라는 세계를 모방하는데 이 세계는 아주 애착이 가는 참으로 좋은 세계이다. 왜냐하면 지위와 서열이 잘 알려지고 인정되고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물건 같은 것을 사는 짓은 그 같은 요소를 빛내 주기보다는 되려 퇴색시킨다.”(108, 제임스 B. 트위첼, 『럭셔리 신드롬: 사치의 대중화, 소비의 마지막 선택』448~449쪽.)라는 것. 물론, 학자들이 대중문화나 물질적인 가치를 반드시 이런 이유에서만 비판하거나 혐오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긴 해도 이 유쾌한 해석이 빛을 잃진 않는다.


<3장, 문화공학과 마케팅>에서는 소비자가 유혹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알파 소비자는 집단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주부 알파, 괴짜 컴퓨터 전문가 알파, 스포츠 알파, 어린이 알파 등이 있다. 모든 현상의 배후에서 그것을 시작한 핵심 그룹이 그들이다. 신제품이 나오면 알파 소비자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것을 권유하고 다닌다. (…)”(157, Michael J. Wolf, 『오락의 경제: 상품을 팔 것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를 팔아라』, 199쪽) 나 자신도 인터넷 서점에서 뛰어난 리뷰를 쓰는 알파 소비자들에 이끌리기는 마찬가지. 언제쯤이나 주체적인 시각과 고급한 판단력을 키워 능동적인 문화 소비자가 될 수 있을까나!


<4장, 정보기술의 정치학>에서는 ‘엔터테인먼트 경제’와 ‘데이터 스모그’를 알려준다. “(…) 전통적인 도서관에서 흔히 발생되는 전적으로 새롭고 흥미로운 주제와의 우연한 마주침은 주문 정보 환경에서 훨씬 적게 일어나게 된다. 이것은 공유된 이념과 경험이 매우 중요시되는 자유롭고 편견이 없는 사회에서의 인간으로서의 삶을 심각히 제한하고 있다. 그러한 제한은 스스로 자신의 정보 감옥을 구축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217, 데이비드 솅크, 『데이터 스모그』, 156~157쪽.) 정말로 원하는 데이터만을 보내주는 ‘인포세이지’는 유레카!를 죽이는 정보 감옥일까? ‘인포세이지’만을 두고 봤을 때, 그럴지도 모르지만, 최소한 지금의 인터넷 환경은 너무 열려 있어 문제다. 내 경험으론, 단순한 킬링 타임용 웹 서핑도 있지만, 특별한 테마에 대한 검색은 의도치 않은 유용한 발견을 가져다 주는 일이 많았다.


<5장, 인터넷의 사회학>과 <6장, 인터넷과 휴대폰의 경제학>은 현실 텍스트와 함께 같이 읽으면 더욱 재미있다. MSN, 폐인, 아햏햏, 싸이홀릭, 블로그 등등, 우리는 이 책에서 다루지도 않은/못한 더 현란하고 빠른 속도의 세상에 살고 있다. 단지, 그것을 낯설게 보려는 시도가 없었을 뿐. 그것들을 관찰하고 반성하고, 사유하기를 귀찮아했을 뿐. 대중문화의 겉과 속에서부터 시작해서 우리의 일상 전체를 꿰뚫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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