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의 역사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1
조르주 장 지음, 이종인 옮김 / 시공사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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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시공 디스커버리 시리즈는 사진과 이미지들이 당당하게 활자들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실려있다. 읽는 즐거움에서 보는 즐거움으로, 아니면, 읽고 보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자는 게 이 시리즈의 모토인 듯 싶다.

하지만 때때로 순차적인 활자 읽기에 익숙한 독자들은 활자의 위치(내용 전개)와는 조금씩 어긋나 있는 이미지들이 번거롭기도 하겠다. 게다가 짜깁기 책답게 일관성이 부족한 것도 흠이라면 흠. 이미지가 풍부한, 특정 주제의 스크랩북이라고 생각하면 될까?

문자를 주제로 잡은 이 책에서도 고대의 문자로부터 세계 각국의 문자들이 다채롭게 출몰한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로는, 문자와 계급. '역사적 사건을 보존하려는 구체적인 필요 때문에 문자를 만들었다'(12쪽)고 하는데, 때문에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것은 권위와 특권의 상징이었다'(39쪽)라고 한다. 문자를 포함한 지식정보의 보관/유통의 체계적인 기술은 계급성을 띨 수밖에 없는가. (요즘 흔히들 얘기하는 디지털 리터러시도 예외는 아니겠다.) 사가(史家)가 때로 왕보다 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건, '지식과 권력'에 대한 오래된 명상거리가 된다.

둘째는, 문자의 시각적인 미. 누구나 아는, 너무도 당연한 말이겠지만, 굳이 데리다를 인용하자면, '최초의 글쓰기는 그려진 이미지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문자 저 멀리의 뜻만을 가지고 놀아왔다. 문자의 형상에 대한 재발견. 얼마나 흥미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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