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나이 창비시선 107
김정환 지음 / 창비 / 199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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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시집 표지에는 기인 밧줄에 목을 맨 회색빛 다섯 동상의 모습이 나옵니다. 굳은 표정의 동상들이 무섭기만 하군요.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누굴까요? 레닌인가요? 세상과 역사에 어두워,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소련이 몰락하고 나서 이 시들을 썼겠지요. 시집의 제목처럼, '희망'을, 그리고 '나이'를 끈질기게 질문하고 있는 당신의 노래를 듣습니다.

첫 번째 나오는 시, 「첫 눈」에서부터 거리의 눈 내리는 풍경에다 소련연방의 해체를 겹쳐서 볼 정도로 절망을 외칠 수밖에 없었던 당신. …그리고 당신의 눈은 끊임없이 '선배'와 '후배'들의 얼굴에 닿습니다. 그건 말이죠, 선배와 후배들의 얼굴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바로 당신의 자리를 더듬어보는 일이었겠죠.

여기, 좌파 시인의 내적인 탄식이 '시간의 사회적 흐름'인 역사의 도상에 놓여 있습니다. 내게, 그건 물음표 모양의 역사적 화석으로 보입니다. 과연, 희망에도 나이가 있을까요? 희망도 나이가 들면, 절망으로 늙어 가는 것인가요? 두고두고 꺼내어볼 물음표 화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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