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란 무엇인가
유종호 지음 / 민음사 / 1998년 9월
평점 :
절판


'언어미술이 존속하는 이상 그 민족은 열렬하리라.'

정지용 시인의 말이다. 아니, 정지용을 떠나 유종호의 말이다. 이제는 내 혀에 달라붙은 말이다. 유종호와의 첫 만남은 정지용을 소개하는 글(http://www.sfoc.org/cni1/cultureni/2002/02/etc_01-2.html)에서였다. 이렇게도 멋진 문장을 맥락과 숨겨진 의미를 모른 체 내 혀로 끌고 와버렸다. 아직도 뇌가 없는 내 혀는 이 말을 주기적으로, 자동적으로 내뱉고 있다.(이것이 말의 매혹이며 말의 폭력일까.)

유종호는 정지용을 옹호하며 이상에 대한 주위의 지나친 평가를 경계한다. 그에게 문학이란 '언어예술'이므로, 예술 언어에 대한 자의식을 보여준 정지용이야말로 뛰어난 시인이고, 얄궂은 말놀이의 시를 보여준 이상은 뛰어난 산문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각별히 동요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것은 그 자신 동요를 좋아했던 어린이였던 이유도 있겠지만 동요가 언어미를 담는 노래로 '시의 어린이꼴'이기 때문일 것이다.

문학이란 무엇인가? 문학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세계에 대해 인간에 대해 던져 왔던 수많은 물음표 중에서 제대로 해결된 일이 거의 없는 것처럼, 이 질문도 본래가 정답이 없는 것인지 우문에 현답으로 대답해줄 목소리가 별로 없다. 덕분에 아직도 끊임없이 여러 표정의 시인작가와 문학자들이 제 목소리로 답을 제출해왔으니 우문이 아니라 너무도 소중한 현문인가 보다.

유종호의 이 책도 문학이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대한 친절하고 자상한 대답들로 이루어져있다. 이 대답들이 과연 현답인지 체크해보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아마도, 독자들은 이 책을 문학공부 초행길의 듬직한 길벗으로 여기게 될 것이리라.

* 내 체크 리스트에는 문학과는 관계없이 그의 보수적인 정치관에 대해서만큼은 X표가 그어졌다. 젊은이들의 지적 급진주의를 비판하며 맑스나 엥겔스의 인문주의 전통을 본받으라고 한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유종호는 도저한 인문주의자이지만 맑스는 되지 못하나 보다. 그가 안타깝게 여겼을 그 수많은 젊은이들은 편향된 시각과 현실감각의 결여 때문에 들고일어난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이다.

** 덤으로 말하자면, 어떻게 읽고 쓸 것인가에 대한 조언과 추천도서목록이 튼실한 혹으로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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