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 블루스 창비시선 149
신현림 지음 / 창비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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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림의 시들을 읽는다. 신현림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어느 얇은 잡지에서였다. 그녀의 순탄치만은 않은 20대를, 나는 거기서 읽었다. 그러니까 나는 그녀의 시보다 그녀의 삶을 먼저 읽은 것이었다. 그녀의 스산한 20대에서 詩들은 피어올랐다. 「나의 이십대」라는 시에도 거칠게 그 삶이 기록되어 있다. 그녀의 이십대가 새롭지만은 않았기에 어떤 시적인 충격은 얻을 수 없지만, 진실된 삶의 모습은 얻을 수 있었다. 아마도, 자기 삶을 시로 쓰는 것은 가장 쉬운 일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리라.

'빈민가 담벼락 같은 가슴을 뚫고 겨울이 온다'(「슬픔의 독을 품고 가라」)라는 표현이나 '우울하도다 개 같은 세월 / 승냥이나 되어 컹컹 울어나 보고 싶도다'(「제니스 조플린과 함께」)라는 우울과 절망의 정서, 그리고 블랙유머. 나는 이 시인이 아마도, 최승자에게서 영향을 받지 않았는가, 하는 추측을 해보았다. 그러나, 무슨 상관 있으랴. 이런 시들은 허허로운 바람이 되어 내 가슴을 파고든다.

사진, 판화, 꼴라주 등을 활용한 시들은 형식을 파괴할 정도라거나, 특별히 전위적이지는 않지만 시집 전체로 볼 때는 몇몇의 액센트를 부여하고 있다. 그녀의 '첫사랑인 시각적인 매혹'은 시를 해체시키지 않고 시에 옷을 입히고 있는 셈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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