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독 - 새움 에크리티시즘 1
이명원 지음 / 새움 / 2001년 7월
평점 :
품절


두 번째로 끝까지 읽게 된 평론집. 이명원의 <해독>. 해독이란 말에는 두 가지의 시니피에가 들었다. 문학의 해독 작업을 일컫는 해독과, 독을 제거한다는 의미의 해독. 이명원은 두 가지 모두를 의식하면서 썼다. 에크리티시즘이란 말처럼 이 평론집은 에세이 더하기 크리티시즘이다. 책의 가장 앞선 글에서 밝혔던 이명원의 잡문에 대한 사랑을 이 책이 나오게 된 변명으로 읽어도 무방할 듯 하다. 온갖 현학과 전문용어로 그들만의 은어의 말 잔치가 되어버린 평론과는 다르게 이 평론집의 글들은 술술 잘 읽힌다. 그리고 이전의 평론가들과는 말하기 방식이 다르다. 그는 평론계의 이방인이거나 새로운 세대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여러 주제의 여러 방식의 글들이 있어 책의 가치의 두께를 살찌우고 있다. 「나는 왜 하필 비평가가 되었을까?」(이 글에서는 그가 재수시절, 채광석의 <민족문학의 흐름>과 읽은 것과 집안 상황과 관련해서 어머니를 통한 성경과 교리 해석을 들고 있으나, 그 전모를 밝혀주지 못한다고 말한다.)의 와 같은 가벼운 에세이에서부터 기존 평론계의 문제점을 제기한 글들, 문학권력에 대한 글들과 같이 무게감이 느껴지는 글들도 있다. 에세이집이나 칼럼집을 읽는 느낌으로 유용한 글들을 섭취할 수 있었다.

강준만의 문학평론가 버전인 듯한 이명원의 비판적인 글들. 평론가가 당연히 비판적인 것이지 않겠느냐고? 아니다. 그렇지 않다. 그는 비판적인 메타평론을 하고 문학권력 논쟁에 뛰어든다. 노장 문학평론가의 표절의혹을 밝혀냈다는 이유로 대학원을 그만 둬야했던 그 체험으로부터, 대학원 나아가 대학 사회의 부조리하고 권위주의를 비판하기도 한다. 젊은 비평가인 이명원으로부터 이제 문학평론이 해야할 목록을 생각해본다. 예를 들면, '지금껏 조명받지 못한 시인이나 작가, 비평가들을 찾아내고 그들에게 발언의 장을 열어주자.'라든가, '전작평론집'이나 '주제비평집'의 제안(313쪽)이 그렇다. 인터넷 게시판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나 그 자료들을 적극 활용하는 것, 또 만화의 위상을 높이 평가하는 점, 문학 이외의 문화에 대해서도 자주 언급하는 점, 문예지 등의 담론 공간으로서의 매체를 중시하는 태도, 평론이 나아가야 할 현실적 대안을 실천적으로 내보이는 등, 그의 젊은 비평가로서의 패기와 참신함을 가득 담고 있다.

이 한 권으로 나는 이명원의 팬이 되어버릴 느낌이다. 또, 이명원에게 채광석의 평론집이 그러하였듯, 동기부여의 책으로 삼을 만 하다. 그래서 이 책은 내게는, 해독보다는 해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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