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전혜린 에세이 1
전혜린 지음 / 민서출판사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신화처럼 전설처럼 불타올랐던 여자, 피어오르는 젊음을 온통 인식에 바쳤던 여자. 자기 자신의 삶을 철학과 예술의 제단에 기꺼이 내던졌던 그녀. 그런 그녀가 남기고 간 흔적들. 때로는 참을 수 없이 죽음의 사유에 빠져들고, 또 때로는 너무도 주체할 수 없는 생의 격렬한 충동에 휩싸였던 그녀의 영혼의 궤적들. 그녀의 열정이 남기고 간 검붉은 재들. 사로잡힌 한 넋의 노래. 치열하게 자신과 싸웠고, 무섭게도 자신을 사랑했던 그녀는 자기 삶으로 모든 것을 말하고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전혜린,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이 책의 이곳저곳에 온통 밑줄을 그어두고 또 느낌표, 물음표 따위를 새겨두고 싶다. 문체도 그녀를 닮아 열정적이고 시적이고 아름답다. 그리고 학문에 바쳐졌던 그녀의 젊음을 따라서 가고 싶은 맘이 조금씩 싹트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열정의 감동이 숨겨지지 않고 그대로 드러나는 책이다.

'사랑? 사랑이란 무엇일까? 한 개의 육체와 영혼이 분열하여 탄소, 수소, 질소, 산소, 염, 기타의 각 원소로 환원하려고 할 때 그것을 막는 것이 사랑이다' ― 마지막 편지(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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