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창비시선 46
김용택 지음 / 창비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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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시인'으로 불려지는 김용택의 시집, <섬진강>을 읽었다. 이 시들은 논두렁에 고여있는 물의 시, 밭이랑에 묻힌 씨알의 시이다. 농촌에서 사는 시인이, 농촌을 배경으로, 농민의 삶을 주제로, 흙 냄새 풀풀 나게 쓴 시이다.

내가 읽었던 얼마 되지 않은 시집들은 거의 다가 의도하든 의도치 않았든 도회지의 모던한 시들이었다. 그런데 이 시집의 시들은 특정한 시의 요소(여기에서는 '시의 근원'이자 모티브가 되는 것으로서의 '장소')를 고정시켜 두고 쓴 시들이라서 하나같이 흙 냄새와 그 흙 냄새를 종일 맡고 사는 이들의 삶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것은 시의 주제나 소재에서뿐만 아니라, 문학적 기법에서도 전술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를테면, 4, 4조의 민요조 운율을 의도적으로 사용한 시들(<밥값>, <너무나 그리들 말더라고> 등)이나, 농민들의 언어(곧, 사투리와 짙은 속말 등)를 이용하여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빌어서 쓴 시들(<마당은 비뚤어졌어도 장구는 바로 치자>, <너무나 그리들 말더라고> 등), 구체적인 그네들(시인의 아버지나 어머니, 누이 등과 그리고 시인 자신까지를 포함하여. 앞에서 말한 '농민들'이란 보편적인 농민들 전체를 말한다.)의 삶을 생생하게 표현해낸 시들(<섬진강4-누님의 초상>, <섬진강20-강傳>, <밥과 할머니>, <고추값>, <어머니 이야기-밭가에서> 등)까지.

이 시집에서 「섬진강 3」같은 사랑의 시는 오히려 이채롭기까지 하다. 물론 『섬진강』의 다른 시들이 '사랑'을 다루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 기법과 언어는 흙 냄새가 다분하게 묻어 있는데 비해서 이 시는 그것이 덜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 시에서도 '강 건너 물가', 그리고 '풀잎'은 여전히 풋풋하게 살아난다. 김용택은 섬진강의 흙 냄새나는 시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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