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세계사 - 거꾸로읽는책 3 거꾸로 읽는 책 3
유시민 지음 / 푸른나무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에 이 책의 제목을 보고는 현대의 역사적인 사건으로부터 인류의 탄생까지 시간의 역순으로 거꾸로 되돌아가면서 훑어보는, 마치 영화 [박하사탕]과 같은 서술 방식의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생각해보니, “거꾸로 읽는”다는 말은 시각을 달리해서 본다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시중의 대중을 상대로 한 역사관련 서적과 다른 점이 있단 말인가. 보통 역사에 관련된 책들은 역사소설이 아니라면 대중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상식 밖의”라는 수사를 다는 시시껄렁한 접근을 하는 책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이런 책들이 역사에 대한 대중의 흥미를 유발한다라는 미덕을 가진 것은 분명하지만 그런 책들에는 선정성이 역사의 진실에 대한 호기심이나 갈급함보다 우선 하기 마련이다. 조선시대에 요즘 못지 않은 바람둥녀(?) 어우동 같은 사람이 살았다는 것은 쉽게 잊혀지기 마련이고 더 이상의 역사적인 물음표를 던져주는 주제는 아니다. 미시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에게는 몰라도, 최소한 대중적인 독자들에게는 말이다. 즉, 이런 책의 독자들은 책의 마지막 장을 덮자마자 단물 빠진 껌 내뱉듯이 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하건대, 이 책에 대한 서평은 거의 없었는데 단 하나의 서평이 있어, 자신을 기쁘게 했다고 한다. 즉, “1980년대 청년 지식인의 지적(知的) 반항”이란 것이다. 실제로 저자는 군사독재정권 타도투쟁 운동 자금의 마련을 위해 책의 앞부분 절반을 썼으며, 나머지 반 역시 경찰에 쫓기면서 쓴 글이라고 한다. 이 책에 어째서 사회주의적 시각이 드러나는지 그 이유가 명백해진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제목을 다르게 붙여봤다. “분노의 20세기 史”라고. 실제로 이 책은 저자가 독재정권과 사회에 분노를 느끼던 때에 쓰여졌으며 내용 역시 분노의 역사를 다루었다. 유태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감옥에 갇혀야 했던 한 장교의 일을 다룬 “드레퓌스 사건”에서부터 “러시아 10월 혁명”, 모택동과 홍군의 “대장정”, “미완의 혁명 4.19”과 같은 혁명, 투쟁사. 그리고 “사라예보 사건”과 “베트남전쟁” 등 세계사의 굵직한 전쟁을 다룬 부분. “백인은 악마다!”라고 외쳤던 “검은 이카루스, 말콤 X”와 “핵과 인간”, “20세기의 종언, 독일 통일”까지.

이 모든 것에는 분노와 피와 눈물이 섞여 있다. “거꾸로 읽는” 책이라 그런지 젊은 시절의 저자의 분노가 느껴져서인지 이 책은 보통 따분하거나 가벼운 선정성을 담는 그런 책과는 분명 다르다. 역사책을 읽고 나서 졸리는 하품이 아닌, 뜨거운 분노를 느낄 수 있다는 것. 멋진 일이다.

분노의 20세기를 넘어 다음 세기에는 기쁨의 21세기를 기리는 책이 나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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